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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복은 전투력이다-해외 파병부대 피복·장구류

기후 제각각 기능성 갖춘 카멜레온 패션 `퍼펙트'

[ 사진설명 ] 이라크 파병 초기의 사막6색 장비

6·25전쟁 당시 `도움받는' 나라였던 대한민국은 60년이 흐른 후 활발하게 `도움 주는' 나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바 있는 우리 군은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 의료지원단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세계 평화를 위한 해외 파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해외 파병에는 우리나라와 현저히 다른 다양한 기후에 맞는 기능성 복장을 필요로 한다. 또 국가의 이미지를 대표하므로 독자적인 멋을 살림과 동시에 함께 파병 온 타국의 군복 트렌드를 읽는 기회이기도 해 피복·장구류 개선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해적들을 막기 위해 아덴 만에 나가 있는 청해부대와 공병부대, 군의관 등 특수병과를 제외하면 해외파병의 모체 부대는 대부분 육군특전사령부가 맡고 있다. 다양한 파병 경험을 통한 특전사 요원들의 개선 요청은 지금의 신형 특수전사령부 피복·장구류가 탄생하는 주요한 밑거름 중 하나가 됐다.

▶ 사막6색 전투복

1991년 걸프전에 참전한 국군 의료지원단부터 2003년 이라크 자유작전에 참가한 서희·제마부대까지, 사막 지역으로 파병된 부대들에게는 사막위장 피복·장구류가 지급됐다.

이 당시 지급된 사막 위장복은 걸프전 때 미군이 ‘초코칩 쿠키’라는 애칭으로 부르던 사막6색 위장복과 같은 위장무늬를 사용했다. 이 위장무늬는 방탄헬멧 커버와 위장모에도 적용됐다. 또 사막색을 입힌 섀미전투화가 보급되기도 했다.

이 복장은 2002년 아프가니스탄 파병에도 사용됐으나 자이툰부대가 새로운 사막 위장 장비를 도입하면서 보급이 중지됐다.

서희·제마부대 2진의 여군 전투병으로 이라크를 다녀온 특전사 송정복 원사는 극한의 기후를 가진 사막에서는 피복·장구류의 기능성이 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여름이라 할 수 있는 8월부터 10월까지 한낮의 온도가 53도까지 올라가는 이라크는 새벽과의 일교차가 섭씨 15도 이상 나는 전형적인 사막기후 지역이다.

송 원사는 “쿠웨이트 공항에 내리는 순간 더위에 숨이 탁 막혔다”고 말한 뒤 “수돗물을 틀면 뜨거운 물이 나왔는데 보일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물탱크가 달아올라서 그런 것”이라며 이라크의 더위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막6색 전투복이 무늬는 갖췄지만 일반적인 전투복과 같이 특별한 기능이 없어 불편한 점이 많았다며 “특히 아쉬웠던 것은 목을 여미는 기능으로, 항상 옷 속으로 모래가 들어와 서걱거리는 것이 편치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전투복의 재질 자체도 뻣뻣했는데, 많은 땀으로 인한 소금기까지 배어들면 거의 딱딱할 지경이었으며 냄새도 상당했다고 한다. 송 원사는 전투화에 대해서도 “통기성이 딱히 고려되지 않은 디자인이었던 점도 있지만 재질이 섀미여서 비가 온 뒤 진흙탕에 빠졌을 때 붙은 흙덩이가 잘 제거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 사진설명 ] 근래까지 사용됐던 사막장비

▶ 얼룩무늬 전투복

서희·제마부대와 비슷한 시기에 동티모르로 파병된 상록수부대는 열대 우림이라는 지형 특성에 따라 일반적인 얼룩무늬 전투복을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때 이뤄진 결정적인 변화라면 ‘상의 내어 입기’였다. 상의 내어 입기는 열대지방에서 전투복 안의 통기성을 좋게 해 주는 효과와 더불어 포복 시 바지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오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이런 실용적인 측면 외에도 당시 동티모르에 파병 온 여러 국가들 가운데 상의를 넣어 입는 국가는 우리뿐이라 연합군의 복식과 통일성을 주고 세계적인 군복 트렌드에 따르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한다.

▶ 사막색 전투복

서희·제마부대에 이어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부대는 육군 전투복의 얼룩무늬를 사막에 맞게 변경한 새로운 사막색 전투복을 착용했다. 역시 상의는 내어 입기 형태. 실전에 대비해 7.62㎜까지 방어가 가능하며, 탈·부착식 주머니 기능을 적용한 신형 사막색 방탄복 등이 보급됐다. 이 밖에도 사막 전투모와 반바지·방상외피 등의 다양한 사막전용 장비들을 지급했다.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은 특히 지금의 특전사 신형 피복·장구류 개선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축적하는 계기가 됐다. 자이툰부대 4진 3차로 이라크를 다녀온 홍승국 중사는 당시의 사막색 전투복에 대해 “얼룩무늬 전투복에서 색상만 바꾼 것으로, 기후 변화가 극심한 사막지형에서 사용하기엔 기능성이 많이 부족했다”고 평했다.

또 신형 특전복이 보급된 이후인 2008년에 7진으로 다녀온 안효상 상사와 8진으로 다녀온 송대현 대위는 “좋은 전투복을 입다가 다시 구형으로 돌아가니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사막위장 무늬에 대해 “실제적으로는 사막 한복판보다 도심지에서 활동할 일이 많았는데, 사막위장 무늬가 오히려 더 눈에 띄게 했다”고 아쉬워했다.

또 이들은 특히 방탄복의 불편에 대해 언급했다. 송 대위는 “당시 지급된 방탄복이 방호력은 출중했지만 갑옷 같은 디자인 때문에 활동성은 많이 떨어졌다”며 “포복 시 방탄복의 목 부분이 헬멧에 걸려 고개를 똑바로 들기 힘들었고, K-2 소총을 신속하게 견착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안 상사는 “기존의 장구류와 방탄복이 겹쳐 탄입대를 착용하면 탄창을 꺼내기 어려웠고, 탈·부착식 주머니 기능이 있다고는 해도 너무 바짝 박음질을 해놔서 장구류를 결착하면 뺄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불편 소요들이 대부분 수렴된 것이 지금의 특전사 피복·장구류라 할 수 있다. 특전물자 개발담당관 최재근 원사는 “귀국한 파병부대가 제시한 개선 건의안에 따라 다음 파병부대를 위한 피복·장구류 보완이 꾸준히 이뤄졌다”며 “이러한 경험 축적을 통해 국제적 감각과 실용성이 가미된 특전사 디지털 장비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라 말했다.

[ 사진설명 ] 현재 파병부대에 지급되는 특전사 신형 전투복

▶ 특전복

현재 해외 파병 장병들에게는 특전사의 신형 피복·장구류가 지급되고 있다. 개선된 특전사 피복·장구류는 지금까지 해외 파병을 통해 얻은 정보를 집대성한 장비이므로 파병 장병이 실용성 있게 활용하기에 최적이라는 평가다. 국제적으로도 장병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우수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또 모체 부대인 특전사 요원들은 이미 장비를 갖고 있으므로 파병에 따른 추가 소요를 줄일 수 있어 예산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레바논에 다녀온 특전사 심호철 중사는 “우리 파병 부대가 갖춘 피복·장구류가 타국 군에 비해 월등히 좋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며 “타국 군이 이제 우리 장비에 관심을 갖고 부러워하는 걸 볼 수 있어 큰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라크 서희·제마부대 2진 파병 송정복 원사 세트화된 해외파병 시스템 구축 필요

2003년 9월 여군 전투병으로는 최초로 이라크에 파병됐던 송 원사는 우리나라도 원활한 해외파병을 위한 세트화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 파병 당시 겪은 어려움에 대해

“우리는 파병 초기라 갖추지 못한 것이 많았다. 특히 화장실은 페인트 통을 급조해 썼으며, 식당에 욕조를 가져다 놓고 식기를 세척하는 등 사람만 가고 시설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왔던 1진이 치른 고생에 비하면 우리는 훨씬 나은 환경이었다고 한다. 파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앞서 온 부대가 구축한 시설과 남겨둔 물자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여건이 점차 좋아지는 특성이 있다.”

- 향후 파병부대를 위한 의견이 있다면

“우리나라도 국격이 높아짐에 따라 해외파병 빈도가 잦아지므로 이에 맞는 파병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미군의 경우 군이 주둔할 시설과 각종 시스템을 먼저 구축한 후 병력을 투입하므로 군인들이 임무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우리도 이제 지역별로 파병할 때는 어떤 것이 필요한지 충분히 파악했으므로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향후 파병의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출처 : 국방일보 김철환, 2010. 9. 28 >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0-09-28 16:1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