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0일 `공포와 충격'(shock and awesome)이라는 작전명으로 이라크 공격을 개시한 지 43일 만인 5월1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서 대(對)이라크 전쟁의 성공적인 종결을 공식 선언했다.


최소 피해로 최대전과

아직도 이번 전쟁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의명분인 대량살상무기(WMD)가 발견되지 않았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생사가 묘연한 가운데 평정작전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완전한 전쟁 종결을 선언하지는 못했으나 예상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최소의 인명피해(미군 105명·영국군 32명 사망)로 최대의 전과를 획득한 전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전쟁을 통해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은 최신 첨단기술에 중점을 두고 공군력·공격헬기·기동성 있는 기갑 및 기계화부대를 통합, 과감하고 결정적 작전을 펼쳐 조기에 전쟁을 종결시킨 소위 `럼스펠드 독트린'의 검증이다.


첨단무기·공군력의 승리

전쟁 초반에는 미군·영국군이 예상 외로 이라크군에 크게 고전하자 1991년 1차 걸프전과 비교해 무려 30만 명이나 적은 병력을 투입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전략은 1차 걸프전처럼 압도적으로 우세한 기갑 및 기계화부대를 충분히 확보한 후에 전쟁을 수행했던 소위 `콜린 파월 독트린'을 지지하는 전·현직 장군 및 일부 군사전문가들에게 호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첨단무기로 무장한 정밀폭격 효과와 신속한 지상군 기동으로 이라크군의 전력이 급격히 약화돼 별 저항없이 미군이 바그다그 공항을 확보하고 시내 중심부로 전차를 진입시키자 후세인 정권의 저항은 종말을 고하게 됐다.

이번 군사작전의 성공으로 이라크 전쟁을 실질적으로 계획·추진한 럼스펠드 장관의 입지는 한층 굳어져 그가 공언한 주요 정책들이 보다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럼스펠드 장관은 취임 초 이미 유럽 및 태평양지역과 중부군 사령관들에게 전 세계에 산재한 미군기지(육군 65개·공군 70개·해군 13개·해병대 4개 )에 대해 재검토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해당지역 미군 사령관들은 예하 부대의 병력감축이나 대안이 없는 기지이전에 대해 그동안 반대의견을 제시했지만 이번 군사작전의 성공으로 힘을 얻은 럼스펠드 장관의 구상은 사우디아라비아 내 미군 병력의 전면철수 공식 발표와 함께 현실화하고 있다. 조만간 쿠웨이트·터키 내 미군기지도 감축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약 9만 명이 주둔하고 있는 독일 내 미군기지도 동부유럽 지역으로의 이전을 검토 중이다.

특히 독일 내 미군기지 이전은 냉전체제가 붕괴된 현시점에서 미군기지를 예전과 동일하게 독일에 유지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판단과 함께 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수행을 위해 유엔의 지지를 얻는 과정에서 프랑스·독일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반대행동에 대해 럼스펠드 장관은 이들 국가를 `올드 유럽'(Old Europe)이라고 몰아붙이면서 경제적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佛·獨에 경제불이익 언급

럼스펠드 장관은 미국에 반대한 독일에 기지를 유지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주는 것보다 그동안 유엔에서 미국을 지지한 폴란드·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 영토로 미군기지를 이전할 것을 강력히 시사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이번 이라크 전쟁의 성공을 바탕으로 그의 독트린대로 21세기 미래전쟁에 적합한 새로운 군의 전력구조 개편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맹방인 영국은 올해 말 국방부에서 발행할 국방백서를 통해 21세기에 적합한 미래 영국군의 전력 증강을 위해 `작지만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군대' `양보다 효과'라는 기치 아래 대담한 변화를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국방예산 범위 내에서 미래 첨단전력에 투자하기 위해 일부 분야의 과감한 예산 삭감을 포함하고 있다.


미래전력 증강방향 시사

즉 핵추진 잠수함의 5대 도태, 공군이 주문 생산 예정인 유로(Euro)형 전투기의 3분의 1 주문 축소, 챌린저2 전차 42대 및 AS90자주포 15대 등을 축소하고 확보된 예산을 스마트탄·UAV·C4I 시스템 등 첨단기술 개발에 투자하며, 디지털화한 부대를 만들어 미군의 전쟁수행 능력과 보조를 맞추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번 전쟁기간 중 발생한 미·영군 간 오인사격 행위도 획기적으로 감소시키려 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향후 중동지역은 물론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미군 배치 및 운용전략에 큰 영향을 줄 것이며, 이미 이라크에서의 군사작전 종료와 함께 발표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전면적인 미군 철수 발표로 가시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정치·군사·경제 면에서 큰 영향을 미치게 될 미군기지 이전 및 병력감축 문제는 단순히 한·미 쌍방관계로 고찰해서는 안된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지위를 마음껏 과시하고 있는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와 같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첨단무기와 공군력을 바탕으로 소규모 지상군 투입만으로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는 럼스펠드 독트린의 적용을 인식한 가운데 대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한반도에서 소규모로 지상군 병력과 공군, 해군기지 유지만으로 전쟁억제를 구사하려는 미국의 전략 변화를 충분히 고려할 때 우리의 미래 전력증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英 왕립 국방연구소 객원연구원 강웅식 대령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5. 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