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교(bridge)란 군함의 양 현에 걸쳐 높게 설치된 갑판으로 함정의 전부서를 지휘통제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무기체계의 발달로 전투상황실에서 지휘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함교는 함정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따라서 함교에서 이뤄지는 예의는 각별하다. 함정에서 당직근무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함교에 들어갈 때 반드시 항해당직사관에게 경례하고 허가를 받아야출입이 가능하다. 또 함교 근무자는 항상 단정해야 하며 출입 때 반드시 모자를 착용하는 예의를 갖춰야 한다.

함교 예의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함교에 있는 함장석 때문이기도 하다. 함정의 운명을 결정짓는 함장은 함정에서 절대 권위를 지니므로 함장의 권위를 상징하는 함교 내의 함장석에는 그 누구도 앉을 수 없다. 상관이나 심지어 대통령일지라도…. 이처럼 함교는 함정의 실질적인 지휘본부인 동시에 출입자들이 예의를 다하고 함장이 절대 권위를 갖는 함정의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해군 함정 내에서는 나름대로의 경례관습이 있다. 함정의 좁은 공간을 감안, 거수경례 때 팔꿈치를 앞쪽으로 45도 돌려 경례하는 것을 허용한다거나 함정의 좁은 통로를 상호 통과할 때 상급자가 좁은 통로를 잘 지나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서서 실시하는 하급자의 길차렷이 바로 그것이다. 지상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에게는 자칫 결례로 보일 수도 있는 함상경례와 길차렷은 좁은 공간에서 근무해야 하는 해군만의 독특한 예의이자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길차렷의 경우에도 상급자는 경례를 받았음을 거수경례나 언어 등으로 표하며, 하급자는 상급자가 완전히 통과한 후 이동하도록 되어 있다.

이 밖에도 함정 내에서의 경례관습은 지상부대와는 다른 점들을 갖고 있다. 함정 승조원들끼리는 근무 중 수시로 마주칠 경우가 많아 함정 소속 상급자에 대해서는 하루 중 처음 만났을 때에만 거수경례를 하고 이후 마주칠 때는 경례하지 않고 예의만 표시해도 된다. 단 함장이나 제독 또는 다른 소속 함정의 상급자에게는 마주칠 때마다 경례로 예의를 표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같은 해군의 함상 경례문화는 함정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실용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급자에 대한 예의를 갖출 수 있는 해군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0. 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