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의 수명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헬기를 비롯한 모든 무기체계의 수명은 체계적(體系) 수명과 기술적(技術) 수명으로 나눌 수 있다. 체계적 수명은 문자그대로 무기체계로서의 수명을 말하며 기준수명이라고도 한다.

이는 적군의 무기체계,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따른 작전요구성능, 후속무기체계의 개발 및 생산능력, 국방예산의 가용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UH-1H헬기의 경우 평균 기령(機齡)이 ○○년으로 상식적인 안목으로는 누구나 바꿀 때가 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의 주적인 북한군의 전력수준이나 특히 후속기종의 대체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앞으로도 몇 년쯤은 더 운용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운용소요와 대체능력이 체계적 수명을 결정짓는 것이다.

기술적 수명은 요즈음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으로 사람의 육체적 수명과 같은 것이다. 쉽게 말해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하게(성능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항공기는 지상 무기체계와는 달리 이상이 있는 부품은 계속 신품으로 교환하는 정비체계를 적용하고 있다. 사람의 경우에도 늙거나 병들어서 못쓰게 된 신체기관들을 계속 새 것으로 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상식적인 수명의 두 세배쯤 사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헬기의 기술적 수명은 수리부속의 가용성과 정비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다 적절한 성능개량이 병행될 경우 50년은 문제 없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 소견이다.

그렇다면 헬기의 도태를 검토할 때 체계적 수명과 기술적 수명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할까. 물론 기술적 수명이다.

그러나 후속기종의 대체능력(예산 포함)만 충분하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체계적 수명을 우선할 수도 있다. UH-1H헬기의 경우 체계적 수명은 후속기종이 전력화할 때까지 연장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기술적 수명은 잘만 관리하면 체계적 수명까지 유지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성능개량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30~40년 장기 운용한 헬기는 정말로 불안하고 위험할까. 대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다. UH-1H헬기를 예로 들면 1968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총 75만4000시간을 비행했는데 1회 평균 비행시간을 2시간으로 넉넉히 잡아도 총 37만7000회를 비행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까지 발생한 사고는 모두 42건이고 이중 인명사고가 19건인데 이를 총 비행회수에 대한 확률로 환산하면 0.00005(약 2만회에 1건)에 불과하다. 더구나 순수하게 성능이나 정비결함만으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즉 자동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한 것이다.

헬기는 살아 숨쉬는 생명체이며 우리의 소중한 전우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전우를 사랑하고 믿을 때 전우 또한 우리를 사랑할 것이다.

< 대령 김 문 영 육군본부 정비2과장 >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0.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