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9일 페르시아 만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순항 유도탄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테러·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해 오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그의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개시한 이라크 전쟁의 신호탄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안돼 수도 바그다드 함락과 더불어 이라크 전쟁은 미·영 연합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을 맺었다. 많은 군사전문가는 12년 전의 걸프전과 마찬가지로 이번 이라크 전쟁도 항공우주전력·첨단 정밀유도무기 위력에 의한 승리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해군력은 항공우주력·첨단 정밀무기와 비교해 기여도가 결코 무시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영 연합군이 전쟁 개시와 더불어 바그다드에 있는 핵심 목표를 공격하는 데 사용한 토마호크 순항 유도탄(TLAM)은 개전 직전부터 페르시아 만에 배치돼 있던 미 해군의 순양함·구축함 등에서 발사됐다. 또한 항모 니미츠·키티호크·콘스털레이션·에이브러햄 링컨 전투단(CVBG)에서 발진한 함재 전폭기들은 해군력의 강점인 융통성·기동력·지속성을 최대한 발휘, 7000소티(sortie) 이상의 공격임무를 수행해 장착돼 있는 첨단 유도무기들의 타격효과를 배가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사실 미 공군 소속 폭격기·전폭기들은 터키 등 이라크 주변국들의 기지제공 거부로 인해 원거리 이동비행에 상당한 시간과 전력(공중급유 지원세력)을 소모했고, 미 공군이 주로 사용한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의 고정 작전기지들은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또는 테러에 의한 보복공격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었다.

그러나 미 해군은 페르시아 만뿐만 아니라 지중해에 전개한 항모 시어도어 루스벨트·해리 S 트루먼 전투단의 세력을 이용, 다방면에서 바다로부터의 세력투사(power projection from the sea)를 실시, 이라크를 반격할 수 없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상황으로 내몰게 하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 영국도 1982년 포클랜드전 이래 항모 아크 로열(Ark Royal)을 중심으로 한 최대 규모의 전투단 세력을 파견, 미국의 이라크 자유작전을 성공리에 지원했다.

이런 전술적 임무 수행 외에 미·영의 해군력이 전쟁수행에 있어 지상작전 성공을 위한 해상교통로(SLOC)의 절대적인 안전을 확보·유지했다는 것은 전쟁 후에 드러나고 있는 사실이다.

그 예로 미 해병대의 제15원정대(MEU)와 영국 해병대의 제3코만도 여단은 이라크의 유일한 상항(商港)인 움카스르를 장악해 합동 지상군에 대한 군수지원과 이라크군의 페르시아 만 이용 차단, 인도주의적 구호작전을 위한 보루를 성공적으로 마련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영 연합군은 전쟁기간 중 항공수송이 크게 제한되는 강력한 화력의 M1A1/A2 에이브럼스·챌린저2 중전차 및 전투장갑차 등의 중장비(heavy equipm ent)와 기타 지원물자를 해상을 통해 대량으로 안전하게 수송했고 이는 전체 물자수송의 75%에 달했다.

특히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미 해군은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해상기지화(sea basing) 계획에 의거, 대량의 물자를 탑재하며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는 고속수송선(high-speed transport vessel)세력을 걸프지역 전구(theater)로 투입, 전쟁기간을 불과 몇 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미 육군도 해군의 지원을 받아 전구 내(intra theater) 지원선박인 스피어헤드(USAV Spearhead)를 시험투입, 미 해군의 조인트벤처와 함께 걸프지역 내에서 병력·물자를 신속히 수송했다.

결국 미·영 해군은 페르시아 만에서의 성공적인 제해권 장악 및 해상교통로의 안전유지를 통해 유엔의 경제제재를 뚫고 외부로부터의 지원을 받고자 하던 이라크의 기도를 막았고, 지속적 군수지원으로 합동 지상군으로 하여금 압도적 화력(overwhelming fire power)을 바탕으로 이라크군을 궤멸하고 바그다드를 함락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절대적 공헌을 했다.

따라서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나타났듯 해군력은 항공우주전력·정밀타격 무기들이 단독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지속성 및 사정연장 등을 통해 융통성 및 위력의 증대를 가능케 한 전략적 핵심 전력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달리 표현하면 이번 미·영의 이라크 전쟁 승리는 단순한 항공우주력(aerospace power)이 아닌, 더 나아가 해양우주력(maritimespace power)에 의한 승리인 것이다.

우리 군도 이번 이라크 전쟁을 통한 교훈을 바탕으로 신속한 기동성, 막강한 화력, 전쟁 세력을 언제 어느 곳이든 투사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전력 확보로 북한의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고 동북아지역 평화유지, 나아가 지상전력·항공우주전력을 지원·보강할 수 있는 전략해군 건설에 힘써야 할 것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5.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