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신 내 장약의 폭발 압력으로 추진력을 얻는 대포 종류와는 달리 신기전은 분사구멍을 통해 분출하는 화약 연소가스의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 로켓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에서 로켓형 무기의 기원은 고려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학자들은 고려 말 최무선(崔茂宣)이 개발한 주화(走火)가 신기전의 원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주화를 조선 초기 세종(世宗) 무렵에 개량한 것이 바로 신기전이다.

신기전에는 대·중·소·산화 신기전 등 네 종류가 있다. 이중 가장 큰 것이 바로 대신기전이다.

대신기전은 전체 길이가 약 5.5m이고 무게가 6.5kg에 달한다. 대신기전의 앞부분에는 발화통(發火筒)이 달려있는데, 추진체가 담긴 약통(藥筒)과 연결돼 있어 목표에 명중할 무렵 발화통이 자동으로 폭발하는 구조로 돼 있다.

신기전은 자체 추진력을 가진 로켓 무기로 받침대나 통 등 거치할 수 있는 장치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발사할 수 있다. 특히 중·소 신기전은 화차에 탑재, 한 번에 100발씩 발사하기도 했다. 대신기전은 중·소 신기전과는 달리 화약 소모량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이 탓에 중·소 신기전은 실전에서 대량으로 사용됐으나 대신기전은 그렇게 많이 사용되지는 않았다.

대신기전 1발을 발사하는 데 필요한 화약량은 무려 2900g으로 조총에서 탄환 1발을 발사하는 데 필요한 화약량 3g의 약 966배에 달한다. 조총을 966회 사격할 수 있는 화약을 대신기전 1발 발사로 소모해 버리는 것이다. 천자총통에서 대장군전 1발을 발사하는 데 필요한 화약량 830g에 비해서도 세 배가 넘는다. 만성적인 화약 부족에 시달리던 조선의 처지에서 보면 대신기전은 너무 비싼 무기였던 것이다.

이처럼 대신기전은 무기로서는 결점이 있었지만 과학사(科學史)라는 관점에서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가진 존재였다.

채연석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19세기 이전 전근대 로켓들은 화약이 담긴 종이 약통을 길다란 안정막대의 앞부분에 부착한 공통적 구조를 갖고 있다”며 “그러한 전근대 로켓 중 전세계에서 가장 큰 것이 조선시대의 대신기전”이라고 말했다.

채원장에 따르면 현재 세계 과학사 학계에서는 1805년 영국인 콩그레브(William Congrev)가 제작한 4.5m 길이의 6파운드 로켓이 19세기 이전 로켓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신기전은 전체 길이가 5.5m에 달해 콩그레브 로켓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0.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