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순간들과 수시로 마주쳐야 하는 뱃사람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 믿음의 세계가 존재하며 그러한 관습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해군에서도 뱃사람들의 믿음과 유사한 금기사항이 몇 가지 유래되고 있다.

`함정에서는 여성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배에 여자가 오르는 것을 매우 금기시했다. 출항을 앞둔 배에 여자의 기운이 묻는 것을 꺼려 여자가 배 근처에 다가오는 것도 금기시했다. 서양에서도 배에 여자를 태우지 않는다는 나름대로의 관습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는 바다의 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배에 여자를 태우면 질투해 폭풍우를 일으킨다는 그들 나름대로의 믿음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많은 나라에서 상선이나 어선, 심지어 군함에까지 여성을 승선시키고 있다. 우리 해군에서도 여성의 군함 승조에 대한 편견이 사라져 지난해 최초로 여군 장교들이 함정에 승선, 남자 군인들과 함께 함상생활에 들어갔다. 그리고 내년에는 해군사관학교에서도 여성 장교가 탄생하게 되어 앞으로 우리 해군 함정에서 여자를 보는 것은 그리 낯설지 않을 것 같다

`4라는 숫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숫자와 선호하지 않는 숫자가 각각 존재하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한자의 죽을 사(死)의 숫자(4)를 금기시하고 있으며 서양에서는 13이라는 숫자를 꺼려 이러한 숫자가 들어있는 날이나 순서를 피하고 있다.

우리 해군에서도 숫자에 대한 금기사항이 나름대로 지켜지고 있다. 함정번호를 매길 때 4자는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건물 층수를 포함해 숫자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물에도 4자를 피하고 있다. 해군 창설 초기에는 함정번호에 이러한 금기사항이 없었으나 6·25전쟁을 거치면서 4자가 함정번호로 들어간 함정들이 작전 임무 수행 중 침몰하는 불운이 겹치게 되자 이것이 우리의 전통관습인 4자 기피현상과 맞물려 해군에서도 점차 4자를 함정 번호로 사용하지 않는 관습으로 굳어지게 됐다.

`항해 중에 휘파람 부는 것을 금지한다'.

연중 바다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언제 어느 때 일어날지 모르는 폭풍우다.

옛날 뱃사람들은 폭풍우가 불 때면 바다의 신이 노해 바람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했고, 따라서 배 위에서 바다의 신이 부르는 바람 소리와 비슷한 휘파람 소리를 내는 것은 바다의 신에게 불경하는 것이고 이 소리를 들은 바다의 신이 노해 바람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관습이 해상에서 휘파람을 금지케 한 것이다.

실제로 캄캄한 밤중에 바다에서 휘파람 소리를 들으면 곧 바람 소리를 연상하게 되고 이것은 곧 이어 닥쳐올 높은 파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지게 돼 군함에서도 항해 중에 휘파람 부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관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러한 금기사항 외에도 각종 첨단 전자장비로 구성된 함정의 특성상 승조원들은 여러 명이 동시에 갑판 위를 구르는 행위나 큰소리를 지르는 행위 등이 금지되고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0. 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