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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과 유물의 독과점화

현행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땅 속에 묻혀 있는 이른바 매장문화재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국가 귀속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국가 귀속이란 국가 소유물로 등록한다는 뜻이다. 이는 매장문화재가 특정 기관, 특정 개인의 것이 아니라 온국민의 소유물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 모든 매장문화재 발굴 허가를 국가기관인 문화재청이 관장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발굴 허가를 얻은 발굴기관은 그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있다. 매장문화재는 국가의 것이며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공개 방식에 대해서도 문화재보호법은 규정을 하고 있다. 발굴보고서가 그것이다. 발굴보고서는 아무렇게나, 아무 때나 내서는 안된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내야한다.

문화재보호법은 발굴보고서를 발굴 완료 2년 안에 내도록 하고 있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얻어 2년 연장할 수 있다. 그 이상은 안된다. 따라서 어떤 경우든 발굴보고서는 늦어도 4년 안에는 나와야 한다.

이런 원칙이 잘 지켜진다면야 이를 새삼스레 일깨워야 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매장문화재에 대한 이런 철칙을 너무나도 쉽게 망각한 채, 땅에서 캐낸 유물과 유적이 그네들의 사유물이나 되는 양 착각하는 일부 집단이 우리 사회에 엄존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곳은 어디인가? 발굴을 전담하는 고고학자들과 그들이 활동하는 전국 각 발굴단이다. 이런 지적에 노발대발할 고고학자와 발굴단도 많을 것이다. 물론 모든 발굴단과 고고학자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이런 원칙을 잘 지키는 곳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곳이 아주 드물다는 데서 문제는 생긴다.

한국고고학이 안고 있는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대목이 툭하면 발굴보고서 제출기한을 넘긴다는 점이다.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 이는 필연적으로 정보의 독점을 부르며, 또 매장문화재 유적이나 거기서 나온 유물 자체를 사유화하는 행위가 된다.

발굴보고서가 미뤄지는 동안 그 보고서가 담아야 할 해당 매장문화재 유적과 유물에 대한 정보는 이것을 발굴한 기관과 여기에 참여한 극소수 연구자(이들은 대체로 고고학자들이다)만 독점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예를 들어 보자.

경주 조양동 유적이란 데가 있다.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반까지 A박물관이 대대적인 발굴을 벌인 곳인데 기원전 1세기 무렵 경주 사회가 어떠한 모습이었는지를 담고 있는 각종 중요한 유적과 유물이 출토됐다.

이 유적은 특히 그 중심연대로 생각되는 기원전 1세기가 「삼국사기」가 기록한 신라 건국연대인 기원전 57년 무렵과 겹친다는 점에서 신라의 국가형성 과정와 관련,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하지만 조양동 유적 발굴성과를 담은 보고서는 20년 가량이 지난 지난해에야 겨우 제1권이 나왔다. 제1권은 혹평하자면 조양동 유적중에서도 껍데기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제2권에 예고돼 있으나 아직까지 2권이 나왔다는 소식은 없다.

발굴보고서가 이처럼 늦어지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이곳 발굴성과를 이 발굴에 참여한 극소수 인사들만 학위논문이며 학술지 논문이라는 데에다가 써먹는 일이 벌어졌다. 발굴성과를 자세히 알 리 없는 다른 사람들은 남의 떡 쳐다보듯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양동 발굴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대목은 이곳 발굴에 참여한 한 인사가 이 유적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한 논문 1편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발표된 곳이 국내 학술지가 아닌 일본 고고학지였다는 점이다. 보고서를 내지 않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논문이나마 국내 학술지에 먼저 내야 할 게 아닌가?

한 가지 사례를 더 보자.

80년대말 경주 황성동이라는 곳이 주택 200만호 건설이라는 국책사업지구에 포함되는 바람에 아파트 건축을 앞두고 대규모 발굴이 있었는데 서기 1-4세기 무렵 제철유적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이 또한 조양동 유적과 마찬가지로 신라 국가형성사를 논할 때 아주 귀중한 발굴 성과로 평가됐다.

하지만 황성동 제철유적 발굴보고서도 엿가락처럼 죽죽 늘어져 최근에야 이곳 발굴에 참여했던 B박물관과 C박물관, D박물관 3개 기관이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부랴부랴 보고서를 내고 있다. 속칭 '밀어내기 보고서'다.

왜 발굴 10년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그것도 3개 기관이 약속이나 한 듯이 동시 다발적으로 보고서 작성에 들어갔을까? 문화재청이 찍어눌렀기 때문이다. 때마침 문화재 관련 기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서슬퍼런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황성동 발굴보고서가 늦춰지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발굴단을 비롯해 극소수 연구자들만 황성동 발굴성과를 이용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이것이 정보의 독점이 아니고 무엇이랴? 이것이 매장문화재를 특정 기관, 특정 연구자만이 독과점화한 게 아니고 무엇이랴?

이처럼 발굴보고서 간행이 늦어지고 있는 경우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숨찰 정도로 부지기수에 달한다.

정보 독점화 말고 발굴보고서 지연이 부르는 현상으로 꼭 지적해야 할 것은 필연적으로 발굴보고서의 부실화이다.

발굴보고서를 누가 써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다만 발굴자가 쓰는 게 관행이다.

해당 유적과 유물에 대해 발굴자만큼 더 잘 아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발굴보고서가 미뤄지는 사이,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 발굴자가 발굴기관을 떠날 수도 있고, 사망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발굴 성과를 담고 있는 자료가 없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가 더러 있는 게 아니라 아주 많다.

때문에 이럴 때는 발굴자가 아닌 사람이, 그것도 까마득한 옛날 자료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촌극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각 발굴단으로서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인력이 없다고 한다. 보고서 간행 비용이 모자란다고 한다. 다른 일에 쫓긴다고 한다.

다 나름대로 설득력은 있다. 하지만 인력이 없고 돈이 없고 다른 일에 쫓기면서도 어떻게 발굴은 할 수 있었는가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자기네가 발굴한 유적과 유물은 자기네 것이라는 발굴단과 고고학자들의 그릇된 인식에 변화가 없는 한 한국고고학 발전은 요원한 것이며, 아울러 모든 매장문화재는 연구자들만이 아닌 온 국민의 것이라는 기본 원칙을 새롭게 할 때이다.

2001-07-22 04: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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