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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사학과 지방자치사학

지방자치사학이라는 강력한 폭풍을 만난 신라와 백제가 한반도에서 사라지고 있다. 무슨 말인지 의아함을 느끼는 이가 많겠지만 신라와 백제는 분명 한반도에서 종적을 감춰 가고 있다.

지역별로 그 증거들을 보자.

첫째, 한강 이북이다. 이곳에는 고구려 만능주의가 팽배해 있다. 무슨 유적이나 유물이 나오면 우선은 고구려라는 딱지를 붙인다. 고구려가 어디까지 치고 내려왔는가 하니, 워커힐호텔 뒤 아차산 일대도 온통 고구려 유적이란다.

한강 이북 일대에 대한 고구려 만능주의는 한강 남쪽 풍납토성과 몽촌토성을 마주하는 한강 바로 북쪽 아차산과 용마산 일대 이른바 보루 유적에서 고구려 흔적이 농후한 유물과 유적이 쏟아지면서 더욱 기세를 발휘하고 있다.

이에 따른 당연한 결과는 백제 멸종이다. 임진강 일대를 중심으로 한강 북쪽 일대는 분명 500년 가량이나 백제가 활동했던 중심영역인데 백제는 온데 간데 없다.

둘째,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호남지방 일대이다. 언제부터인가 요즘 이곳에서는 마한 만능주의 바람이 거세다. 전북지방에서는 무덤 주위로 빙 두른 이른바 주구(周溝)를 갖춘 고분이 같은 시기 한강 유역의 그것과 다르다 해서 덮어놓고 마한 사람들이 남긴 고분이라 한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할 정도로 커다란 대형 독을 한 개, 혹은 두 개를 잇대 그 안에 시체를 매장한 이른바 대형 옹관묘가 집중 출토되는 영산강 유역. 이곳 또한 한강 유역과 묘제(墓制)가 다르다 해서 백제와는 다른 실체를 설정하고 그것이 곧 마한이란다. 바야흐로 지금 호남지방은 마한 폭풍이다.

그 결과 백제는 호남지방에는 뿌리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셋째, 부산.경남 전역과 경북 서남부 일대. 이곳에서는 가야라는 깃대를 꽂기에 정신이 없다. 신라색이 완연하고, 문헌 기록으로 봐도 가야 영역이었던 적이 단 한번도 없는 부산 동래 복천동 고분군도 가야 고분이란다.

부산지역 각종 학술단체는 너나 할 것 없이 가야가 잃어 버린 왕국이라며 그 복원을 표방한다. 부산이 한 때나마 가야였다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는데도 말이다.

바로 옆집 김해가 금관가야 중심지였다고 부산도 가야였다고 보는 모양이다.

김해와 부산을 출발한 가야 바람은 경남 전역을 휩쓸고 서쪽으로 북쪽으로 맹렬한 기세로 퍼져 간다. 함안의 아라가야를 거쳐 북쪽 고령의 이른바 대가야까지 치고 올라간다. 그 여진은 아예 소백산맥을 넘어 요즘은 남원과 충주까지 치고 올라간다.

충주 탄금대에 가야인 우륵의 전설이 남아 있음을 그 근거로 들이댄다. 남원지방에 이른바 가야계 토기가 출토됨을 근거로 든다.

요즘 가야사 전공자들이 복원한 가야를 보면 가야는 한반도 남부를 장악한 거대한 왕국이다. 거대한 가야왕국의 출현에 따라 신라는 경주를 중심으로 한 경북 일부지역 조그마한 왕국으로 찌그러들고 말았다.

금관가야가 망한 것이 532년, 대가야 사직이 종말을 고한 것이 561(혹은 562)년, 신라가 한강유역에 진출함으로써 백제가 영영 한강유역을 상실한 것이 554년이고, 고구려가 백제의 한성을 무너뜨린 게 서기 475년이며, 영산강 유역이 「삼국사기」에 백제 영토로 공식 데뷔하는 시기가 서기 498년이니 얼추 잡아 서기 400-500년 무렵 한반도 지도를 그려 보자.

북쪽 고구려는 만주 벌판은 물론이고 한반도 또한 한강 일대까지 치고 들어와 있고, 가야는 부산을 포함한 경남 전역은 물론이고 경북 서남부 일대까지 올라와 있으며 마한은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지금의 호남지방을 장악하고 있다.

이 틈바구니에서 백제와 신라는 찌그러진 깡통 모양으로 지금의 충청도 및 경북일각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현재 한국 고대사학계와 고고학계가 그리고 있는 서기 400-500년 무렵 한반도 지도이다.

물론 이 무렵 한반도 상황이 이랬을 수도 있다. "네가 살아 봤어?"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는 분명 실상에 대한 왜곡이다. 신라와 백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 무렵 영역 또한 좁지도 않았거니와 고구려는 몰라도 같은 시기 가야와 마한은 그 실체가 형편없었거나 그 존재 자체가 의심을 사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호남지방에서는 마한 만능주의가 일고 있으나 참으로 우습게도 호남지방이 마한 영역이었다는 증거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가야 또한 마찬가지다. 경남지방을 중심으로 가야 혹은 대가야를 외치고 있으나 이곳은 학계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신라의 직.간접 통제 아래 들어갔다.

「삼국사기」는 물론이고 「일본서기」 관련 기록 어디를 뒤져 봐도 가야 제국(諸國)의 어디에나 늘상 신라라는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가야 영역 전부는 아니라 해도 상당한 지역이 신라의 통제 아래 있었다는 증거이다.

그럼에도 왜 가야는 실상보다 과대포장되고 있으며 그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는 마한은 어떻게 호남 전역을 장악한 '유령왕국'이 되었으며, 한강 이북에는 어찌하여 고구려뿐인가?

여기서 우리는 '문중사학'을 대신한, 혹은 때로는 그것과 결합한 '지방자치사학'이라는 새로운 괴물을 마주하게 된다.

특정 문중과 결합해 해당 문중과 그 문중이 배출한 특정 인물을 무작정 '현창'(顯彰)하는 흐름을 종전 학계에서는 '문중사학'이라고 비판했거니와 이런 흐름이 뜸한 요즘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결합한 새로운 흐름이 학계에 등장하고 있다.

현재가 과거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현재의 힘에 따라 역사를 마음대로 요리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딱 맞는 요즘 학계 흐름이 지방자치사학이다.

도대체 지방자치사학이란 무엇인가? 문중사학이 그랬듯이 지방자치단체와 결합한 사학(자)이 그 지방자치단체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현창'하는 흐름을 말한다.

이는 대학강단에서 어엿이 이름을 걸고 있는 사학자(그룹)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향토사학과 구별되며 또 구별해야 한다. 향토사학은 말 그대로 향토성을 지향하지만 지방자치사학은 전국성을 겨냥한다.

이에 걸맞게 각 지방자치단체도 이른바 전문학계 인사를 끌어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경남과 호남지방이다.

이곳에서는 도(道) 같은 광역자치단체는 물론이고 그 산하 시.군.구 같은 기초 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아예 가야 혹은 마한 복원을 외치고 있다. 신라, 백제는 아예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게 한다. 이를 위해 이들 지자체는 이름있는 학자들을 끌어들인다. 향토사, 혹은 지방지 편찬이라는 이름 아래 연구비도 지원한다.

지자체와 학계가 결합하는 이런 흐름은 본격적인 지방자치제 출범 이후 더욱 거세다. 너도 나도 뿌리를 찾자, 역사를 찾자, 나아가 관광객을 유치하자며 지자체는 학자들을 끌어들여 묵직한 컬러판 향토사를 엮어내고 각종 축제를 열고 문화유산을 단장하며, 여기에 양념격으로 1년에 한두 차례 무슨무슨 재조명이라는 이름으로 학술대회도 개최한다.

다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있지도 않은 마한이라는 유령왕국을 창출하고, 가야를 백제나 신라보다 더 강력한 왕국으로 만들며, 고구려가 기껏 몇 십년간 장악했던 특정 지역을 마치 수백년 동안 존재했다는 식으로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지방자치사학의 병폐를 뿌리뽑을 때이다.

2001-07-22 04:2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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