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도 세계 각국은 무기를 개발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그 목적이 파괴와 살상에 있는 한 무기가 발달할수록 그 파괴력·위협은 더 커질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나타날 미래의 무기와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실베스터 스탤론·웨슬리 스나입스가 출연한 영화 `데몰리션 맨'(Dem olition Man)이 생각난다. 고도의 사회 시스템으로 견고해진 미래사회에서 과거의 강력한 폭력적 범죄자였던 인물(웨슬리 스나입스 분)이 냉동된 상태에서 깨어나 다시 폭력을 휘두르게 됨으로써 사건이 시작된다. 그러나 미래사회의 경찰들은 너무나 비폭력적이고 무력해서 이 과거의 범죄자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에 과거의 범죄자를 잡아넣은 과거의 강력한 형사(실베스터 스탤론 분)를 냉동된 상태에서 깨어나게 해 그 범죄자를 잡게 한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냉동에서 깨어난 이 범죄자는 미래사회의 무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박물관에 들어가 과거의 무기인 기관총 등을 꺼내 사용한다. 얼핏 생각하기에 현재보다 분명히 발달된 기술을 가질 미래사회 폭력의 수준이 현재보다 낮아질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들었다. 미래의 경찰이 과거의 경찰보다 무력하고, 박물관에서 꺼낸 과거의 무기가 더 강력하고 폭력적이라는 것은 이해가 안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미래로 갈수록 사회가 덜 폭력적이 된다면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런 미래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요즘에도 비살상무기(nonlethal weapon)가 개발되고 있기는 하다. 무기는 무기라서 파괴를 통해 적의 공격력을 약화시키기는 하지만 인명살상을 최소화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무기나 해킹 기술 같은 것이 잘 알려진 예다. 또 전자기 펄스를 이용한 강력한 전자기파를 통해 각종 전자장비에 충격을 줘 적 장비의 사용을 불가능하게 하는 E 폭탄 같은 것도 넓은 의미의 비살상무기로 볼 수 있다.

이 밖에 금속연화제는 각종 금속의 재질을 약화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이를 이용하면 금속으로 된 적의 장비를 거의 녹여버릴 수 있다. 급속생장식물은 수시간 내에 싹이 트고 며칠 내에 수십㎝ 의 키로 생장해 적의 이동에 장애를 줄 수 있다. 강력윤활제는 비행장의 활주로를 미끄럽게 만들어 비행기의 이착륙을 어렵게 만든다. 또한 스파이더맨이 쏘는 거미줄처럼 적의 무기나 병사를 순간적으로 고착시키는 급속포장제 같은 것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비살상무기를 포함한 앞으로의 무기가 전쟁의 양상을 얼마나 바꿀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평화로운 전쟁이 가능해질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무기만을 들여다보는 방법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무기의 미래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무기의 문제는 무기를 둘러싼 기술 일반·문화·경제·제도 등을 포함한 넓은 범위에서 보아야 답을 구할 길이 열린다.

이 기획 기사에서는 이러한 의도를 갖고 과거를 돌아봐 미래를 보는 데 도움을 얻고자 했다.

우리는 과거 역사를 통해 현재의 선택과 미래의 전망에 도움을 주는 통찰을 얻어야 할 것이며, 이는 과거 역사를 캐내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역사학자만의 책무는 아닐 것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6.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