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의 가장 오래된 싱크탱크 중 하나다. 이 연구소 사람들은 ‘브루킹스는 현대적 의미의 첫 싱크탱크’라고 단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연구소의 모체라 할 수 있는 ‘정부연구소’가 문을 연 것은 1916년. 이 정부연구소에 모체를 둔 브루킹스는 11년 뒤인 1927년 실업가이자 박애주의자인 로버트 브루킹스(Robert Brookings)가 설립한 경제연구소, 브루킹스 대학원 등 3개 기관을 통합해 본격적인 싱크탱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브루킹스의 자부심은 최고(最古)의 연구소에 있지 않고 초강대국 미국과 지구촌의 미래를 선도하는 데 있다. 특히 빌 클린턴 정부 시절 백악관 최고의 두뇌집단 역할을 한 것으로 이 연구소는 잘 알려져 있다.

브루킹스는 전통적으로 진보적 성향 때문에 미국 내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좌경화된 연구소라는 공격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헤리티지 재단이나 중도 보수계열인 전략문제연구소(CSIS)와 랜드 연구소 등에 비춰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는 게 보통의 평가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 C. 메사추세츠가에 위치한 브루킹스 연구소는 미국의 현안문제에 대한 독자적 연구·분석을 통해 국가 발전을 위해 자문하고 있다.

주요 활동은 경제·정부·외교정책 연구센터, 공공정책교육센터, 사회과학평가센터의 세 프로그램에 의해 수행된다.

1929년 대공황의 극복책으로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대통령이 제시한 뉴딜정책에 대해 시장중심의 자유경제원리에 입각, 비판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자유주의 이념의 본거지로서,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의 두뇌집단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1950∼60년대에는 미국이 당면한 빈곤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린든 존슨(Lyndon Johnson) 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과 베트남 전쟁 반대정책을 선도, 정책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연구소의 최근 연구는 북한 핵문제와 이라크 전후 복구에서부터 미국 내 소득 재분배와 환경·복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론 선임연구원은 지난 23일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아시아재단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공동주최한 외교정책 포럼에 참석, “(북한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핵심적인 당근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생존수단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오핸론 선임연구원은 “북핵문제를 핵위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한에 정말 필요한 것은 경제개혁 등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인 만큼 개혁을 해야만 외부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력히 전달하고 핵을 포기토록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사찰 방식과 관련 “먼저 북한과 가까운 중국·러시아가 사찰하고 그 과정을 통해 안보위협을 하지 않고 사찰할 수 있다는 신뢰를 북한 측에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북한 간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 “평화협정은 북한정권의 태도변화가 우선돼야 한다”며 “평화협정 체결 후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면 협정의 의미를 상실하는 만큼 미국은 북한의 순응자세를 보기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반도상황 2007년까지 조망-북핵 가상 시나리오 제시

브루킹스 연구소의 동북아정책연구센터(CNAPS)는 지난달 23일 중기적 차원에서 북한 핵과 관련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센터는 ‘한반도 위기’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에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전제로 2004~2007년을 내다보며 북핵 사태 종착점을 조망했다. 이는 순전히 민간 연구소 차원에서 만든 일종의 가설로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입장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전혀 궤를 달리한 것이다. 말그대로 가상 시나리오일 따름이다.


◆ 시나리오 1.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북한

북한이 미국의 핵문제 해결조건을 받아들여 국제사회와 경제외교 관계를 정상화해 ‘진정한 경제개혁’으로 나설 가능성을 제시한 이 시나리오는 “북한이 심각한 기근과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결국 미국이 제시한 대량살상무기 폐기 요건을 충족시켜 일본 등이 유보하고 있는 경제지원을 받아들이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논문에서는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동아시아의 장기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있다.


◆ 시나리오 2. 2002년 10월 이전상황으로 복귀

북한이 핵개발 중단을 선언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양보를 얻어내는 대신 미국이 북한의 핵계획 완전폐기 방침을 유보하고 북한의 향후 대응을 주시함으로써 2002년 10월 이전의 현상으로 복귀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90년대 중반에 북한과 국제사회가 밀고당기며 벌였던 대치상황의 재연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논문은 설명했다.


◆ 시나리오 3. 북한의 핵 보유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으로, “이 시나리오는 최근 일련의 상황을 엄밀히 유추해 볼 때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결국 생존수단으로, 그리고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결국 핵보유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논문은 “그 경우 동북아에서 핵 군비경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0. 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