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때는 몽고.거란, 조선시대는 일본.프랑스.미국의 침략을 받는 등 수난의 역사를 간직한 섬 강화도(江華島).

외적이 침입할때 마다 천도(遷都)의 아픔을 겪으며 나라를 지켜낸 호국의 고장 왕도(王都) 강화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유적이 남아있다.

그 중의 하나가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조선)과 미국이 전쟁을 벌인 신미양요(辛未洋擾) 최대의 격전지인 광성보(廣城堡).

옛날 군사 용어에 진(鎭), 보(堡), 돈대(墩臺)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진은 대대, 보는 중대급 병력의 주둔지, 돈대는 진이나 보에 소속된 포대를 일컫는 말이니 광성보의 규모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인천시 강화군 불은면 덕성리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는 광성보는 강화해협과 김포를 마주하고 있는 군사적 요충지다.

조선조 고종 8년(1871년) 미국은 통상을 요구하며 군함 4척을 이끌고 강화해안으로 쳐들어 왔다.

당시 미국은 1천230명의 정예병력과 대포 85문 등 첨단무기를 앞세워 광성보를 침공했다.

여기에 맞서는 조선군은 심지에 불을 붙여 당기는 화승포(火繩砲) 3문과 구식장총 몇 정, 화약 4천근(斤), 군량미 100석, 그리고 300명이 채 안되는 병력이 고작이었다.

대포를 쏘아대며 물밀듯 밀려오는 상대를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전투는 이틀만에 끝이났다.

어재연(魚在淵) 장군 형제를 비롯한 조선군은 '적의 포로가 되느니 싸우다 죽겠다'며 맨주먹으로 버티다 모두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미국은 전쟁이 끝난 뒤 '전투에서는 승리했으나 정신력에는 졌다'며 조선 병사들의 용맹성과 충성심을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광성보에는 어재연 장군 형제의 호국애를 기리는 '쌍충비각(雙忠碑閣)'과 병사들의 시신을 7개 분묘에 합장한 '신미순의총(辛未殉義塚)'이 자리잡고 있다.

또 당시 사용한 대포도 전시돼 있다.

'신미순의총에 잠들어 있는 호국영령들을 국군묘지에 모신 것 처럼 정성을 다하라'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977년 쌍충비각을 정비하고 묘역 둘레에 담을 쌓는 등 새롭게 단장했다.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석성(石城)은 고려시대 축조됐으며 조선조 광해군 10년(1618년)에 이를 보수하고 1656년 광성보를 설치했다.

이 보의 돈대는 1679년에 축조됐다.

영조 21년(1745년)에 석성을 개축하면서 성문(城門)위에 '안해루(按海樓)'를 세웠다.

광성보 성문에서 고개를 넘어 10분 가량 걸어가다 보면 용이 바다를 향해 머리를 불쑥 내밀고 있는 모습의 암반 돌출부에 그림같은 천연의 요새 '용두돈'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웃하고 있는 '손돌목돈대'도 유명한데, 이 곳에는 '손돌'이라는 뱃사공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고려 고종이 몽고의 침략을 받고 강화로 내려왔을때 안내를 맡은 손돌이 용두돈 좁은 물길에서 잠시 머뭇거리자 왕은 계략을 꾸미는줄 알고 그를 처형했다.

손돌은 처형되기 직전 바다에 표주박을 띄우고 이 표주박을 따라가면 무사히 피신할 수 있다고 알려줘 왕을 무사히 대피시켰다는 이야기다.

이후 용두돈 물길을 손돌목이라 하였고, 이 곳에 있는 돈대에도 손돌의 이름이 붙게됐다고 전해진다.

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프랑스 극동함대(병인양요.고종 3년.1866년), 일본군함 운양호(조선 고종 12년.1875년) 등의 침공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초지진(草芝鎭)과 덕진진(德津鎭) 등 많은 역사 유적들이 조상들의 옛 상처를 간직한 채 오늘의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다난한 역사를 지닌 강화를 찾아 곳곳에 배어있는 조상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