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추락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용어가 바로 `블랙박스'다.

블랙박스는 사고의 구체적인 원인을 밝혀주는 장비로 `플라이트 데이터 리코더'(Flight Data Recorder)라고도 부른다.

블랙박스에는 항공기의 고도와 시간, 대기속도, 기수방위, 수직가속도, 기체의 자세와 조종 날개의 움직임, 각 엔진의 추력 상황 등 비행상태 분석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가 기록된다.

블랙박스 안의 데이터는 항공기 사고가 날 때의 상황과 원인을 종합적으로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블랙박스는 무척 단단한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다. 자기 무게의 4300배 충격도 감당하며 1100도의 고열에서도 30분간 견딜 수 있다. 6000ｍ 해저에서도 30일간 버틸 수 있는 강인함을 자랑한다.

블랙박스가 이렇게 단단하게 만들어진 이유는 항공기 추락사고 때 기체가 폭파되거나 화염에 휩싸이면 충격 ·고열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블랙박스는 추락사고 때 충격 완화를 위해 대부분 꼬리 밑부분에 설치된다.

블랙박스는 말 그대로 검은색 상자는 아니다. 기체가 불에 타버린 잿더미 속이나 충돌로 인해 멀리 퉁겨 나가 외딴곳에 떨어지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형광물질을 입힌 오렌지색이다.

항공기는 육지에만 추락하지 않는다. 바다나 호수에 빠지면 블랙박스를 회수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블랙박스 손잡이 옆에는 주파수 발신장치가 설치돼 있다.

이 장치는 물과 접촉하면 내부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고유의 비상용 주파수를 30일간 발신한다. 사고조사반은 주파수 탐지기를 이용, 블랙박스를 찾으면 된다.

항공기 사고 직전의 모든 상황을 알려주는 블랙박스. 하지만 사고의 직접적 원인에 대해 이것만으로 명확히 단정짓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왜냐하면 기상조건과 항공기의 기계 결함 등 사고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1.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