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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숨결을 찾아] ⑮ 임란발발 경고 고양 황윤길 묘

'왜구의 전쟁 준비가 한창입니다. 반드시 왜구가 침입할 것 같으니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왜구 침입을 정확히 예측했으나 나중에 피살당한 것으로 알려진 비운의 황윤길(黃允吉.1536∼?)의 묘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북한산 군(軍) 부대 안에 있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황윤길 묘는 시(市)가 지난달 관내 군 부대 문화재 일제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발견돼 임진왜란 발발 410주년(14일)을 3일 앞둔 지난 11일 공개됐다.

이 묘는 황윤길의 정부인(貞夫人) 안동 김씨와 합장 형태로 만들어져 있으며, 묘를 만들 당시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 문인석.망주석과 함께 황윤길의 묘임을 확인해 주는 묘비석이 세워져 있다.

황윤길은 그동안 임진왜란(1592년) 발발 전후 피살된 것으로 알려져 있을뿐 그 묘가 존재하고 있는지, 학계는 물론 기록에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후손들과 소수의 군 관계자만이 알고 있는 정도였다.

묘 위치가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운 군부대 안이어서 그동안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황윤길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1년여전인 1591년 2월 통신정사로 일본을 다녀온 뒤 선조에게 왜군의 침략 징후와 대비책 마련을 상소했다.

그러나 황윤길의 주장은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일본에 함께 다녀 온 통신부사 김성일(金誠一)이 '전쟁 징후가 없다'고 정 반대의 상소를 올려 채택됐기 때문이다.

김성일은 당시 조정의 실권을 잡고 있던 동인이었고 황윤길은 반대파인 서인이었기 때문에 황윤길 의견이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묵살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또 한가지 해석이 덧붙여지고 있다.

전쟁 징후 없음 보고가 민심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김성일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에서가 아니라 민심이 동요할 것을 우려해 이처럼 보고했다고 후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성일은 상소에서 '오늘날 두려운 것은 섬나라 도적이 아니라 민심의 향배이니, 민심을 잃으면 견고한 성과 무기가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내치에 힘써야 한다'고 강변했다.

실제로 황윤길 발언 직후 조정은 각지에 성을 쌓고 장정들을 징집하는 등 서둘러 대비책을 마련했는데 상당한 민심 동요를 불러왔다는 기록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황윤길 상소가 묵살된데는 역시 당파싸움이라는 정치적 이유가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학계의 일관된 해석이다.

결국 당파싸움 때문에 피할 수 있었던 7년간 전쟁이 일어났고 바다에서 막을 수 있었던 전쟁을 우리의 금수강산에서 치러야만 했다.

이순신 같은 준비된 영웅들과 전국적으로 일어난 의병들이 없었다면 나라 존립 자체가 의심스러운 위기였고, 이 와중에 국토는 피폐하고 국민은 죽음과 기아의 고통에서 허덕였다.

황윤길의 묘는 '쓸모없는 정쟁이 나라의 근간을 흔들어 놓는다'는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얻은 역사의 교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고양시 정동일(37.향토사학자) 연구위원은 '당파싸움 때문에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을 자초했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길 수 있는 교육현장으로서 가치가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고양소식지 4월호에 이 사연을 소개하는 한편 앞으로 황윤길 묘를 향토유적으로 지정, 교육현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관할 군부대도 학교나 단체가 관람을 요청해 올 경우 이 지역을 개방하기로 했다.

역사의 가치 중 하나는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데 있다.

황윤길이 다시 살아난다면 과연 지금의 우리 정치인들이 이 교훈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 보는지 묻고 싶을게다.

2002-04-14 19: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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