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육군은 ‘사고예방 종합대책’을 각급 부대에 하달했다. 육군이 마련한 이번 대책은 장병 상호간 인간관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육군은 이번 기회에 병영내 일부 잔존하고 있는 불합리한 관행을 떨쳐버리고 장병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상대방을 좀 더 배려하는 보다 밝은 병영문화를 가꾸어 나가려한다.

우리 군은 1년 동안 25만명이라는 매우 많은 젊은이들을 새 식구로 맞아들이고 같은 수의 인원들을 가족의 품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다. 이와 같은 대규모 장병들이 생활하고 있는 병영은 국방임무완수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엄격한 군기유지를 필요로 하고 있다.


병영내 규율·질서 바로세우기

군기는 군대의 규율이며 질서다. 그 리고 생명이다. 장병들은 군기 유지를 위해서 법과 규율을 생활화해야 한다. 아울러 상하 일심동체가 되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이번에 육군이 하달한 행동강령도 병영내의 규율과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다. 또한 육군은 병사들이 행동강령을 준수토록 함으로써 상급자는 하급자를 사랑하고 하급자는 상급자를 존경하는 기풍을 진작시키고 나아가 하부조직의 전투적 기능을 활성화하려 한다. 아울러 육군은 병사들이 상호간에 공(公)과 사(私)를 명확히 구분토록 하고 또한 병사 상호간의 관계를 분명하게 이해함으로써 주어진 임무 완수에 병사들의 노력을 집중시키고자 하고 있다.

육군은 이번에 네 가지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하달했다. 금번 병영생활 행동강령에서 육군은 병사 상호간의 올바른 관계를 다시 한번 재확인하고 구타 및 가혹행위, 언어폭력, 성군기 위반행위 금지 등을 일반명령화하여 재강조하였다.

육군은 병영생활 행동강령 첫 항에‘분대장을 제외한 병 상호간에는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금지한다’라고 명시했다. 첫 항의 이러한 내용은 부사관급 이상 군 간부들에게 이미 잘 숙지되어 있을 뿐 아니라 분명하게 인식되고 있는 사항이다. 그리고 이 내용들은 육군이 최근에 새롭게 마련한 기준도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군인복무규율’과‘군형법’등에 관련내용들이 규율되어 왔던 것들이다.

아울러 우리 군은 군형법이 제정되었던 초창기부터 원칙적으로 병사들은 상호간에 명령을 내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상호간의 관계를 동등한 관계로 해석 적용해왔다. 우리의 군 검찰도 지휘자가 아닌 상위계급 병사의 명령이나 지시를 어겼다고 해서 하위계급의 병사를 항명죄로 처벌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형사정책상의 해석과 군형법상의 적용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최근 사회일부의 논란은 현실과 상당한 거리감을 주고 있다.
생각컨대, 최근 이러한 일부 반응들은 군인사법과 군인복무규율 그리고 군형법 등을 잘못 이해한데서 그 원인이 있는 듯하다.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는 논란 등을 고려할 때 아직도 병영내 일부 병사들이 이러한 규범에 익숙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회 일각에서도 관련 법규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병사들간의 상호 관계와 분대장의 지위에 대해 부연 설명코자 한다.

군인의 계급은 이등병에서 대장까지 열아홉개 등급이다. 군에서는 계급이 높은 사람이 상급자(上級者)가 되거나 또는 상서열자(上序列者)가 된다. 그러나 계급이 높은 상급자나 상서열자라고 해서 명령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명령권은 명령복종관계에 있는 상관(上官) 만이 갖는 것으로 군인복무규율이 규율하고 있다. 상관이란 군형법 제2조에 의하면 명령복종 관계에 있는 자(者) 사이에서 명령권을 가진 자(者)를 말한다. 바로 이와 같이 하급자에게 명령을 내리고 상관의 명령에 복종 해야하는 계선(系線)을 우리 군은 통상 상하지휘계통이라 한다.


분대장만 분대원 명령 지시 가능

따라서 일반적으로 상하지휘계통상에 있는 상관만이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1소대장은 제1소대원들에 한해서만 명령권을 갖고 있으며, 제2소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위의 규범들은 간부들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병사들에게도 동일하게 현행법으로 적용되고 있다.

병사들의 계급은 이등병에서 병장까지 네 개의 등급으로 되어있다. 병사들 상호간에도 계급이 높은 사람이 상급자이며 상서열자가 된다. 병 상호간의 서열은 군인사법시행령 제2조와 육군규정에 정해져 있다. 상기 법령에 의하면 병장은 상병보다, 상병은 일병보다, 일병은 이병보다 상급자이며 또한 상서열자다. 동일 계급일 경우 병의 서열은 당해계급에 진급된 일자 순이다.

그러나 일반병사가 자신의 계급 또는 서열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하여 하위 계급 또는 서열의 병사에게 명령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명령권은 상관만이 갖는 것으로 군인복무규율이 정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바 있지만 상관은 명령복종관계에 있는 자(者) 사이에서 명령권을 가진 자(者)이다. 법령상으로 상하 지휘계통상에 있는 상관만이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다.

우리 군의 현행법은 일반병사 상호관계를 명령복종관계로 정하거나 일반병사가 상관으로서 명령권을 갖는다라고 정한 바가 없다. 그리고 상위계급의 일반병사를 상하 지휘계통상의 상급자나 상서열자로 정한 바도 없다. 따라서 일반병사들간의 명령복종관계와 상하지휘계통에 대하여 현행법상 정한 바가 없으므로 법률상 병사 상호간에는 명령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명확하다.

최근 육군이 병영실상을 진단해 본 결과 아직도 일부 병영내에서 계급 또는 서열이 상위인 병사가 같은 병영내 하위병사에게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언어폭력, 가혹행위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영내의 이러한 현실은 아직도 일부 병사들이 계급이나 서열 자체가 광범위한 명령권을 갖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법적으로 근거 없는 잘못된 관행에 지나지 않는다.

병 상호간에는 분대장에 임명된 병사만 분대원인 일반병사들에게 명령이나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육군은 ‘편제표’, ‘소총중대 교범’ 그리고 ‘병영생활지도지침서’ 등에 분대장을 지휘자로 명시하고 분대장의 임무와 책임, 그리고 역할을 일반명령 및 지침 등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분대장은 지휘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 병사의 신분으로 이에 임명된 분대장도 마찬가지로 관련규범에 의거, 지휘자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다. 지휘자는 위임된 권한에 의해 부대를 이끌어 가고 임무를 달성하기 위하여 부하들에게 지시를 할 수 있다. 지시란 복종의 의무를 부과할 취지로 부하에게 내리는 직무상의 명령을 뜻한다. 따라서 병사 신분인 분대장도 지휘자로서 분대원인 일반병사들에게 명령이나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다만, 병사라 할지라도 명령을 하달할 수 있는 예외적 경우가 있다. 부분대장, 사수, 조장, 조교 등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편제상 직책을 수행할 경우 일반병사도 후임병사에게 명령이나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지휘계통상의 상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을 경우, 또는 일반 및 특별수칙에 의거, 같은 조(組)나 팀(Team)으로 임무를 수행할 경우 일반병사도 후임병사에게 명령이나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즉, 조나 팀을 편성하여 훈련, 작전, 작업 등을 할 경우 조장 및 팀장 등은 조원에게 공적인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병사 상호간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병영생활규정’에 의하면 상호간에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협동적 관계에 있다. 아울러 병사 상호간의 관계는 법률적으로 군인사법상으로는 계급 순위에 의한 상하 서열관계에 있으면서도 군형법 적용에 있어서는 대등한 수평적 관계에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소대장도 상호간 명령복종관계 성립 안돼

병사의 계급은 군 복무기간의 정도, 군 편제표내의 직책과 조직내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격과 숙련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군인사법 제3조에 규정된 등급을 뜻한다. 또한 병사 상호간의 서열은 군인사법시행령 제2조 및 육군규정에 명시된 것처럼 계급과 진급 그리고 입대순위를 뜻한다. 이에 따라 일반병사들은 군인사법과 동시행령 그리고 육군규정이 규율하고 있는 계급과 서열을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후임병사는 선임병사에게 경례, 호칭, 언행 등 교범에 명시된 군대예절을 지켜야 한다.

병사들 상호간에 원칙적으로 명령복종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늘 한정된 범위의 명령권을 가지는 장교 상호간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 더욱 명쾌해진다. 같은 중대에 소속되어 있으나 계급이 다른 2명의 소대장이 있다고 하자. 중위인 제1소대장이 소위인 제2소대장에게 직무상 지시를 하였다고 가정하여 보자. 현행법상 그 어디에도 일반적인 경우에 제2소대장이 제1소대장에게 복종하여야 한다는 법적 근거는 없다. 비록 계급이나 서열상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중대장의 위임을 받았다거나 일직사관으로서 중대장을 대리하는 권한이 주어진 경우가 아닌 한, 소대장 상호간에는 명령복종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병사들 상호간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따라서, 금번에 육군이 분대장을 제외한 병 상호간에는 명령이나 지시를 금지한 조치는 그동안 잘못된 관행에 의하여 사실적으로 형성된 병 상호간의 명령복종 관계와 이로 인한 부작용을 타파하고 근절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군법질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병 상호간의 관계를 정상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육군의 조치가 군기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의 의견은 우리 군법질서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인식에서 기인한 것이다.

또한 우리는 병 상호간의 관계가 대등하다라는 근거를 그밖의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육군의 편제표나 교범은 엄연하게 분대원간의 관계를 동등한 직무수행 관계로 명문화하고 있다. 분대원 상호간에는 원칙상 상하 명령복종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분대원인 병사 상호간의 관계가 동등하다는 사례로서 분대장이 전시 또는 평시에 분대원을 직접 통제하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분대장이 전술임무 수행간 분대의 일부를 분리하여 운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분대장은 2개조 또는 3개조로 편성하여 분대를 운영하는데 이때 비로소 분대장이 각 조장을 선임병으로 임명하여 조원들을 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분대장의 조치가 분대장 지시에 의하지 않고서는 평소 병사 상호간에 상하 복종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대표적 예가 될 수 있다.


병영의 전근대적 악습 완전히 없애야

우리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일부 병영에는 아직도 많은 부분에 있어서 전근대적인 폐습들이 잔존하고 있다. 육군은 그동안 사건·사고의 감소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 괄목할 만한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구타 및 가혹행위, 폭언과 욕설 그리고 비인격적인 대우 등이 일부 남아 있다. 비록 감소추세에 있지만 이로 인한 자살사고 및 군무이탈자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병 상호간에 기본적 인권이 존중되는 병영분위기가 형성되기에는 아직 미흡한 면이 없지 않다. 입대날짜에 따라 상하 복종을 요구하는 잘못된 위계질서와 비공식 조직 등이 아직도 일부 병영내에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바로 구타 및 가혹행위, 언어폭력 등으로 이어지는 근원적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 하여 신체에 대한 손상 자체를 불효로 간주하는 인본주의적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제시대의 잘못된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행해져 왔던 구타 및 가혹행위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병영내 뿌리 박혀져 있다. 민족적 자존심 회복차원에서도 우리 군은 이를 반드시 발본색원 해 나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분대장을 제외한 병 상호간에는 명령이나 지시, 간섭을 할 수 없다”고한 행동강령은 입대 서열에 의한 잘못된 병영내 복종적 형태의 위계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행동강령은 불합리한 병영문화에 젖어있는 일반병사들에게 그러한 부적절한 행위를 못하도록 금지함과 동시에 일반병사들이 지켜야 할 행동기준들을 일반명령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민개병제를 취하고 있어서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군에 입대하게 되어 있다. 과거 군복무 병사들은 불합리한 관행에도 잘 적응해 왔고 상대적으로 보다 잘 인내하여 왔다. 그러나 신세대의 경우 자기주장과 자아의식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다. 그리고 인권을 고귀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아울러 자유스러운 환경에서 성장해 왔다. 때문에 이들은 현재의 잘못된 관행과 불합리한 병영문화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세대의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여 병영내 불합리한 관행을 하루빨리 척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까지 최근 사회일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병 상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현행 군법질서, 군 조직의 편성원리, 병영문화 등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와 같이 병사의 계급과 서열은 존중되어야 하나 병사의 계급이나 서열만으로 명령이나 지시를 하지 못하도록 육군이 일반명령으로 금지한 것은 그동안 잘못된 관행과 왜곡 형성된 질서를 올바르게 바로잡고 현행 군법에 부합된 올바른 병영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인성교육 강화로 인간관계 개선

육군은 21세기 환경과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병영문화를 마련코자 노력하고 있다. 필요한 기초적 내용들을 ‘사고예방 종합대책’에 대부분 포함하여 시행하고 있다. 장병 상호간 인간관계 개선을 위한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병영내에서 병사들이 겪는 고충을 효과적으로 해결해주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병영생활 고충상담관 운용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분대장 중심의 지휘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분대건제 유지를 생활화함은 물론, 장병들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보장하기 위한 계층별·계급별 간담회 제도 등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신세대 장병의 특성에 맞도록 병영여건도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종래의 30∼40명이 기거하는 비좁은 내무실도 바꾸고 있는 중이다. 종래의 침상형 내무반을 침대형 형태로 고치고 있다.

우리 육군은 21세기 새로운 병영문화를 반드시 정착시키고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아 나갈 것이다. 이렇게 하고자 하는 육군의 궁극적 목적은 한마디로 미래전에 대비하여 장차전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것이다.

육군은 21세기 지식정보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병영문화를 창달해 나가고자 한다. 바로 이런 뜻을 갖고 이번 행동강령을 마련하여 시행해 나가고 있다. 육군은 이와 같은 새로운 병영모습을 구현하기 위하여 단계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장병들에게 반복 교육을 실시하고 시행간 발견된 문제점 등을 현실에 맞게 보완해 나갈 것이다.

우리 군의 전투력과 힘이 서로 인격을 존중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인간관계 개선을 통하여 길러 질 수 있도록 우리 장병 모두가 힘을 합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아울러 우리 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의 절대적인 성원을 기대한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1.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