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삼국시대 때 축조된 장미산성(충북 충주시 가금면 장천리와 하구암리). 지리적 요충지에 세워져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성벽 대부분이 무너져 발굴 조사와 성곽 보존대책이 시급하다.


충북 충주시내에서 서북쪽으로 탄금대와 충주댐 조정지호를 끼고 18㎞ 가량 달리면 가금면 장천리와 하구암리 사이에 장미산(薔薇山또는 長尾山.해발 337.5ｍ)이 있고 산을 휘감아 쌓은 장미산성(국가사적 제400호)을 만나게 된다.

많은 학자들은 이 산성이 삼국시대 때 축조된 석성(石城)임은 인정하나 고구려와 신라, 백제 가운데 어느 나라가 쌓은 것인 지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당시 충주가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인 요충지였음을 감안할 경우 이 산성은 규모는 비록 작지만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되나 아직까지 발굴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축조 연대나 성 안의 배치 등은 알 수가 없다.

이 일대는 일찍이 백제의 영토였다가 6세기 전후 고구려가 남하하면서 점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일부 출토유물 분석 결과와 함께 장미산성 남쪽에 광개토대왕비와 닮은 중원 고구려비(국보 제205호)가 있기 때문이다.

또 신라로서도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북상하면서 일차적으로 돌파했어야 할 관문이 장미산성으로 여겨지며 실제 신라 진흥왕 때 이곳을 점령한 뒤에는 충주를 국원 소경(國原 小京)으로 삼고 서라벌 다음의 부도(副都)로서 북진의 전초기지로 삼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장미산성의 중요성은 충주에서 서울에 이르는 수로(남한강으로 당시 세곡과 소금이 오갔음)가 산성 남문 앞을 지나고 육로는 산성 서문 밖 잣고개를 지나도록 돼 있어 영남권과의 중요한 연결로였음을 입증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산 정상에서 사방을 조망해 보면 동으로는 남한강 물줄기 옆으로 금가면 일원과 탄금대, 충주 시가지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남쪽으로는 중앙탑과 중원 고구려비가 있으며 서쪽으로는 을궁산(해발 394.3ｍ)과 보련산(해발 764.2ｍ)이, 북쪽으로는 가흥과 목계 등이 보인다.

성 안에는 넓은 곡지(谷地)가 있어 당시 많은 인마(人馬)를 수용할 수 있었으며 천연의 수원(水源)과 인공 연못을 만들어 풍부한 식수로 확보했을 것으로 미뤄 요새로서의 역할을 엿볼 수 있다.

성곽의 규모는 대동지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에 각각 6천121척(2천860ｍ)과 1천400간(2천520ｍ)으로 기록돼 있으나 지난 92년 충북대 박물관이 처음 지표조사를 실시한 결과 실측치는 2천940ｍ였다.

성벽을 둘러보면 지형적으로 남쪽의 큰골과 서쪽의 잣고개동, 북쪽의 장미산동, 동쪽의 방아골 등 계곡을 이룬 4곳에 문터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곳곳에 수구(水口)와 망루터 흔적, 주요한 건물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넓은 대지와 초석(礎石)으로 보이는 석재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산성 안에 있는 봉학사란 사찰의 우물과 큰골 계곡의 물줄기, 북동쪽과 서남쪽에 능선을 파서 만든 연못 등이 당시 성 안에 있던 인마의 수원으로 이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성 안에서 수습된 토기류에는 새발자국 무늬가 나타나는데 이는 청주 신봉동 백제 고분군과 전남 영산강 유역에서 출토된 토기(4-5세기.백제)와 비슷하다.

장미산성은 이 같은 역사적 가치나 요새로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발굴조사나 정비가 이뤄지지 않은 채 남쪽 일부 성곽을 제외하곤 대부분 무너져 내린 석축과 우거진 잡목이 발길을 붙잡아 제대로 둘러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인근에는 신라시대의 악성(樂聖) 우륵(于勒)의 가야금과 임진왜란 때 맹장 신립 장군의 배수진으로 유명한 탄금대를 비롯, 중원 탑평리 7층 석탑(일명 중앙탑.국보 제6호), 중원 고구려비 등 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자녀들의 손을 잡고 하루 코스로 돌아볼 수 있는 역사의 산 교육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10여㎞ 떨어진 봉황리에는 삼국시대 때 조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마애불상군이 있고 자연휴양림이 잘 가꿔져 있으며 앙성온천이 10여㎞, 수안보 온천이 40㎞에 위치, 휴양을 겸한 주말 나들이 코스로는 더 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