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남한강(왼쪽)과 달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대문산과 탄금대. 신라 시대 악성 우륵의 가야금과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의 배수진으로 유명한 명승사적지이다.


충북 충주시내에서 서북 방향으로 3㎞쯤 가면 오대산에서 발원한 남한강과 속리산에서 발원한 달천이 합류하는 곳에 해발 100ｍ의 야트막한 대문산(大門山)이 있고 역사적으로 유명한 탄금대(彈琴臺.충북지방기념물 제4호)가 있다.

신라 진흥왕 때 가야 출신인 악성(樂聖) 우륵(于勒)이 이곳의 절경에 취해 망국의 한을 달래며 가야금을 타면서 후학들에게 노래와 춤과 가야금을 가르친 곳이며 임진왜란 때는 팔도 순변사 충장공 신립(忠壯公 申砬) 장군이 8천여 군사를 이끌고 배수진을 치고 왜적과 싸우다 순절한 곳이기도 하다.

또 충주 출신의 항일시인 권태응(權泰應) 선생의 감자꽃 노래비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필로 쓴 충혼탑이 있으며 정상 광장 주변에는 우거진 초목 사이로 우륵 선생 추모비, 백기(白旗)장군 조웅(趙熊) 기적비(紀績碑) 등이 있고 충주문화원이 위치해 있다.

특히 공원 내 육당 최남선이 쓴 탄금대기(彈琴臺記)에는 '악성 우륵이 一代 獨得(일대 독득)의 妙調(묘조)와 天古不傳(천고부전)의 秘音(비음)을 淸風流水(청풍유수)에 彈奏(탄주)하여 絃中(현중)의 雨(우)와 指下(지하)의 波(파)로서 天(천)을 格(격)하며 神(신)을 動(동)했다'고 적고 있다.

이와 함께 잔디밭 위로 야외 음악당이 펼쳐져 있고 각종 조각작품도 전시돼 도시 공원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탄금대는 충주 출신이라면 학창 시절 여러 번 소풍을 다녀온 충주의 대표적인 명승지요, 사적지로 인식돼 있다.

대문산 북쪽으로 흐르는 남한강변 절벽 위에는 열두대와 탄금정(彈琴亭)이 있다.

열두대는 가야금의 현이 열두개여서 이름 붙였다는 설과 신립 장군이 조총을 든 왜적과 싸우면서 활의 열을 식히기 위해 남한강까지 열두 번을 오르내려 명명했다는 설이 전해오며 이에 더해 탄금정에서 열두대를 오르내리는 계단도 열두개로 알려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남한강과 달천의 절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탄금정은 2층 누각 형태의 정자로 당초 충주시 성내동 충주관아 안 연못에 있던 천운정(天雲亭)을 이건(移建)했고 지난 76년 다시 건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시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1989년 세운 우륵 선생 탄금대 비가 우륵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고 비탈길을 따라 충장공 신립 장군 순절비가 임진왜란 당시의 처절했던 전황을 소개하고 있다.

1991년 탄금대 지표 조사에서는 탄금대 동북쪽에 축조 연대가 명확하지 않은 토성 터(일부 학자는 백제시대로 추정)가 발견됐고 구석기 시대의 깬 석기와 민무늬토기, 고인돌 2기 등이 수습돼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주거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사에서는 남한강과 달천이 합류하는 곳을 양진명소(楊津溟所)라 칭하고 있고 태종실록에는 충청도의 계룡산, 죽령산과 함께 이 양진명소에 소기(小祈)를 정하고 춘추로 제례를 올렸다고 기록돼 있다.

또 그 옛날 이곳에서 기우제 등 치성을 올리던 굿인 양진명소 오룡굿은 1979년 제20회 전국 민속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역사성을 안고 있는 탄금대 주변에는 많은 문화 유적이 산재해 있는데 서북쪽으로 6㎞ 지점에 중원 탑평리 7층 석탑(일명 중앙탑.국보 제6호)과 8㎞ 지점에 중원 고구려비(국보 제205호)가 있고 인근에 충주호 및 조정지호와 수안보 및 앙성온천 등 레저.휴양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지 못한 채 탄금대 일대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종합적인 학술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특히 대문산 자체가 개인 소유여서 개발상 어려움도 많아 국민 역사교육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