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신축 이전한 양주군청에서 서쪽으로 1㎞ 내외 거리의 양주읍 유양리 일대는 과거 조선시대 양주목(楊州牧) 읍치(邑治)가 있던 곳이다.

양주목이란 현재의 양주군, 의정부시, 동두천시, 구리시, 남양주시, 서울 중랑구, 노원구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지역으로 당연히 읍치의 규모도 컸다.

양주읍치는 진산인 불곡산 남쪽 자락으로 관아와 객사, 향청, 옥사, 훈련청, 향교, 사직단 등이 배치돼 양주목의 행정.군사 중심기능을 하며 적지 않은 인구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향교와 동헌이 복원되고 목사들의 선정비가 남아있을 뿐 옛 흔적은 별로 없다.

이곳에 있는 유양초등학교 뒤편을 돌아 불곡산 기슭으로 '임꺽정 생가 보존비'가 임꺽정의 힘을 느끼게 하려는지 우뚝 세워져 있다.

이 지역 어른들 사이에 남아있는 임꺽정에 대한 전설을 더 잊혀지기 전에 종합하고 고증해 생가터를 찾아낸 것이다.

임꺽정에 대한 기록이 처음 나타나는 것은 조선왕조실록이다.

국가의 통치기록에 해당하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임꺽정은 당연히 무도한 도적으로 등장한다.

첫 기록은 명종 14년(1559) 개성부 포도관이 임꺽정을 추적할 때 우습게 보고 군사 20여명으로 쫓아가다 오히려 죽임을 당했다는 보고서였다.

이후 임꺽정에 의한 피해보고, 검거보고, 검거하고보니 임꺽정이 아니라는 보고, 다시 검거보고, 처단보고(1562) 등 조선왕조실록에만 20여차례 등장한다.

실록에는 그의 신분이나 직업, 출생지를 짐작하게 하는 정보는 없다.

그러나 대동야승, 연려실기술, 기재잡기 등 당시 다른 기록들은 임꺽정의 출생지는 경기도 양주이고 직업이 백정이라는 단편적이지만 일관된 정보를 남기고 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출생지라는 양주군 양주읍 유양리에 임꺽정에 대한 전설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 임꺽정 집은 현재의 유양초등학교 서편에 있었다
▲ 임꺽정 체포령이 내리자 개성 송악산으로 들어갔다
▲ 양주목사는 부모를 볼모로 투옥했다
▲ 임꺽정은 옥사를 부수고 부모를 업고 송악산으로 갔다
▲ 잣을 손으로 부벼 까먹을 정도로 어릴 때부터 힘이 셌다는 등의 내용이다.

또 임꺽정은 자라난 곳이라서 그런지 양주관아는 한번도 습격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유양리에 임꺽정의 집이 있었고 그곳에서 부모와 함께 살았다는 것인데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전국적으로 살펴봐도 임꺽정에 대한 유일한 출생지 전설이다.

이 지역 노인들은 지금도 임꺽정 집터를 가리키며 '앞에 좋은 우물이 있었지만 백정이라 내려오지 못하고 집 뒤 골짜기 물을 먹었다'고 구체적인 진술까지 한다.

조선시대 가축을 잡는 도살업은 부유한 지배계층 주변에나 필요한 직업이었다.

양주 출신 백정 임꺽정은 당연히 지배계층이 취락을 형성하고 있던 읍치에 살았을 것이다.

그 읍치 유양리에 마침 임꺽정의 전설이 남아있어 기록과 전설, 당시 사회상을 퍼즐처럼 맞춰보면 임꺽정의 출생지는 양주읍 유양리라고 논리를 전개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