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하나인 난계 박연선생의 영정이 봉안된 난계사.
충북 영동은 예로부터 '국악의 고장'으로 통한다.
해마다 전국 규모의 국악축제가 열리는 데다 전통 국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악박물관과 국악기 제작촌을 돌아본 뒤 군립 국악단의 수준높은 연주회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국악의 뿌리는 우륵. 왕산악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불리는 난계(蘭溪) 박연(朴堧.1378-1458) 선생에서 찾을 수 있다.
영동군 심천면에서 태어난 선생은 조선 세종 7년(1425년) 향악(鄕樂).당악(唐樂).아악(雅樂)의 율조와 악기의 그림.악보를 실은 악서(樂書)를 편찬했으며 편경(編磬)과 율관을 제작해 국악의 음률을 정비한 장본인이다.
혹자들은 선생을 통해 비로소 국악이 체계화됐다는 의미에서 선생을 '국악의 완성자'로 칭한다.
선생의 발자취를 찾아나선 길은 영동읍내에서 옥천방면으로 시원하게 뚫린 4차선 도로를 5㎞ 정도 달려 금강과 맞닿은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난계유적지로 일컬어지는 이 곳에는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사당과 생가, 국악박물관, 국악기 제작촌 등이 한 곳에 위치해 선생의 생애와 얼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유적지 입구의 난계사(蘭溪祠.지방기념물 제8호)는 1만8천㎡의 넓은 터와 울창한 송림 안에 자리잡고 있다.
20여개의 돌계단을 올라 외삼문(外三門)과 내삼문을 거쳐 사당에 들어갈 수 있고 주변에는 푸른 잔디광장이 잘 조성돼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들의 소풍장소로 각광받는 곳이다.
1972년 선생의 영정을 봉안키 위해 목조 기와집으로 건립됐으며 매년 9.10월 난계국악축제에 맞춰 선생의 얼을 기리는 숭모제가 열리고 있다.
사당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웅장한 건물은 국악박물관이다.
2000년 군이 총 19억원을 들여 연면적 760㎡(지상 2층. 지하 1층)규모로 건립한 것으로 국악의 발전과정과 다양한 국악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행구(37)관장의 안내로 돌아 본 박물관은 관람객에게 국악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국악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영상실과 난계에 얽힌 설화를 연출해 보이는 매직비전, 선생의 삶과 업적을 중심으로 꾸민 난계관, 국악기 전시장 등이 있고 관람객이 직접 연주할 수 있도록 90여종의 국악기를 비치한 체험관도 눈길을 끈다.
박물관 측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어른 500원, 청소년 300원, 어린이 200원의 저렴한 입장료를 받고 매주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 다음날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시설을 개방한다.
박물관 옆의 'ㄷ'자 건물은 작년 9월 전국 최초로 문을 연 국악기 제작촌이다.
이 곳의 현악기와 타악기 공방에는 현재 2개 업체가 입주해 북과 꽹과리, 장구, 거문고, 가야금, 아쟁 등 30여종의 국악기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이 곳 업체들은 또 연주용 국악기 외에도 장식용 북과 저금통, 회전식 전기 스탠드 등을 실용신안 또는 의장등록하고 '난계 상표'를 붙여 전국에 판매하고 있다.
두 공방에서 운영하는 체험코너도 인기다.
이들 업체는 국악인구 저변확대를 위해 미리 신청을 받아 국악기 제작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 단체 위주로 운영되고 있지만 개인 신청자라도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국악기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조준석(44) 현악기공방 대표는 '국악기를 직접 만드는 체험코너를 개설한 뒤 전국에서 참여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며 '아직 학생들의 신청이 많지만 점차 일반인들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촌을 나와 차를 타고 금강을 따라 1㎞ 남짓 내려가면 난계 생가에 도착하게 된다.
2000년 지어진 것으로 안채와 사랑채, 토석 담장 등이 충분한 고증을 거쳐 원형 그대로 복원됐다.
영동군은 사당에서 이 생가까지를 난계 유적지로 개발 중이다.
올해로 34회를 맞는 난계국악축제와 함께 전국 최고의 국악관광벨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양장열(52) 문화공보과장은 '난계 유적이 모여있는 심천면 고당리 일대를 국악의 역사를 공부하며 다양한 우리 가락과 풍류를 체험할 수 있는 국악관광지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 이 곳에 국립국악원 분원이나 연수원 등을 유치해 국악의 메카를 만들어 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