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에서 조총(鳥銃)의 등장은 원자폭탄의 등장만큼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1592년 임진왜란 첫해에 조총을 앞세운 왜군 앞에 조선왕조의 관군은 연전연패를 당했다. 사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 일본 측 사신이 조선에 조총을 전달했으나 조선왕조의 그 누구도 조총이 엄청난 무기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임진왜란의 혹독한 실전경험을 통해서야 조총의 중요성을 인식한 조선왕조는 조총을 모방생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미 임진왜란 중에 조총의 모방생산은 시작됐으며, 임진왜란 종료 후에는 국내에서도 대량으로 조총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1619년 강홍립 장군이 명나라를 원조, 후금을 공격하기 위해 만주로 출병했을 때 조선군 1만 명 중 3500명이 조총병이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실록에 따르면 숙종 무렵 한양의 중앙군영이 보유한 조총이 6000정이라는 기록도 남아 있다. 순조 대에 발행된 ‘만기요람’(萬機要覽)을 보면 당시 중앙군영이 보유한 조총 재고가 4만2000정으로 나오며, 훈련도감 소속 보군(步軍)의 기본 제식무기가 조총과 환도로 규정돼 있다. 이를 토대로 보면 조선 후기에 조총이 가장 일반적인 기본 무기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조총의 생산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숙종 7년(1681년) 께의 실록을 보면 당시 조총 1정을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쌀 3.33섬(石)이라고 나와 있다. 쌀 3.33섬은 당시 교환에 많이 쓰는 무명포 기준으로 8.325필에 해당한다. 무명포는 현재 필당 7만 원 정도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그렇다면 조총 1정의 현재 화폐 환산가격은 8.325필×7만 원으로 정당 58만2750원이 된다. 당시에도 물가의 등락이 심했으므로 이 가격은 하나의 참조가격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총 4만2000정을 생산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았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개항 이전 조선시대에 사용된 조총은 총 분류상 모두 화승총(matchlock) 방식이다.

화승총은 화약접시 속에 점화용 화약을 넣고 총열 내부에 점화용 화약을 넣은 다음 방아쇠를 당기면 불붙은 화승이 화약접시 속에 들어가면서 사격이 시작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조총의 화승이 도화선처럼 타 들어가서 사격이 되는 것처럼 묘사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불붙은 화승이 화약접시 속에 들어가면서 점화되는 것이다. 실제 화승은 도화선처럼 빨리 타들어가지 않으며 30분에 기껏해야 15cm밖에 타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16세기까지 화승총을 사용하다가 17세기 이후 더 진보된 수석식 총(flintlock)을 사용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석식 총은 사용하지 않았다. 조선 중기만 해도 유럽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던 화약무기 기술이 점차 낙후되기 시작한 것이다.

채연석 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30여 자루의 조총 실물 유물이 남아 있으나 제작 시점이 분명한 조총은 거의 없다”며 “조총은 전통 화약무기 연구의 공백지대”라고 말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1.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