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충북도 유형문화재 제188호인 음성 매괴성당. 서양식 건축물로는 처음으로 문화재로 지정된 이 성당은 본당 건립 역사가 100년이 넘는 충북의 대표적인 성당이다.


100년이 넘는 본당 설립 역사를 자랑하며 서양식 건물로는 처음으로 1996년 충북도 유형문화재 188호로 지정된 성당이 충북 음성의 감곡 매괴성당(옛 지명을 따 장호원 성당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이다.

성당 이름의 유래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대부분 `매괴'라는 독특한 이름에 의아해하며 인근 괴산의 지명을 떠올려 `매괴'라는 이름도 이 지역 지명에서 따왔을 것으로 추측하기 십상이다.

매괴는 그러나 장미를 뜻하는 중국어 메이꾸이(meigui)에서 유래된 것이며 장미는 천주교에서 `로사리오' 즉 성모를 상징한다.

곧 매괴성당은 성모를 주보로 하는 성당을 뜻하는 것이다.

이 성당이 매괴성당, 다시 말해 `성모의 성당'이 된 데는 조선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명성황후 궤적과도 연관이 있다.

이 성당을 건립하고 반 평생을 이 곳을 지키다 1947년 숨을 거둔 임 가밀로 신부는 1886년 한불수교로 신앙의 자유가 허용되자 경기도 여주에 있던 천주교 본당을 인구가 많은 장호원으로 옮기기로 맘 먹고 성당 부지 물색에 나섰다.

1894년 여주와 괴산, 충주 등을 돌아 이 곳에 이른 임 가밀로 신부는 야트막한 동산아래 서 있는 109칸짜리 기와집을 보고 성당 건립의 최적지라고 판단했으나 이 집을 사들일 돈이 턱 없이 부족했다.

임 가밀로 신부는 '성모께서 대궐같은 이 집을 소유하게 해 주시면 내가 그 비천한 종이 되고 매괴 성모는 그 주보가 되실 것'이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임 신부의 기도가 효력을 발휘한 것일까.

이 집은 명성황후 6촌 오빠로 당시 충주 목사를 지냈던 민응식의 집으로 1882년 임오군란때 명성황후가 피신하기도 했던 곳으로 당시 돈 4만냥을 호가했던 것이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민응식이 서울로 압송되자 의병들이 창의, 이 집을 근거지로 삼는 바람에 일본군의 습격을 받아 주변의 집들과 함께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불타버렸다.

결국 임 가밀로 신부는 단 돈 4천냥의 헐 값에 이 터를 사들일 수 있었다.

임 가밀로 신부는 성모의 도움으로 소원이 이뤄졌다며 성모를 위한 성당을 세우게 됐고 성당 이름을 `매괴 성모 성당'으로 명명하게 됐다.

1896년 최초로 건립된 뒤 2차례 신축을 통해 1930년 현재의 성당이 모습을 드러냈다.

민응식 집 터를 매괴학교로 쓰도록 하고 동산 중턱으로 성당을 옮긴 것인데 공교롭게도 이 동산이 이전부터 주민들에 의해 매산(梅山)으로 불리었던 것이 이채롭다.

이 성당은 일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1907년 매괴학당(현 매괴고)를 열어 민족의식을 심어주고 문맹을 퇴치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청미천을 사이에 두고 장호원과 감곡이 나뉘는 형상을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언덕에 자리잡은 이 성당은 파리 출신 시잘레 신부가 건축 책임을 맡고 중국인 건축 기술자들이 시공을 맡아 3년여의 공기 끝에 완성시켰다.

명동 대성당을 모델로 한 이 성당은 길이 40ｍ, 폭 18.6ｍ, 건물높이 12.75ｍ, 종탑높이 35.3ｍ 규모로 연면적 692㎡ 규모이다.

뾰족하고 기다란 원추형의 고깔 모자 형상을 하면서 쭉 뻗어 내려오다 4각 기둥이 받치는 형상의 지붕을 한 종탑 건물 좌우에 이 보다 작고 낮은 같은 형태의 원추형 지붕이 있는 것이 전면의 모습이며 단층 형태로 산쪽을 향해 뒤로 길게 늘어선 건축 형태를 띠고 있다.

장방형 평면에 장변축을 동서 방향으로 두면서 주 출입구를 서쪽으로 두는 전형적인 고딕 성당의 구조이다.

신랑(身廊.중앙의 높고 긴 복도)과 측랑(側廊.신랑 양측의 복도), 익랑(翼廊.양쪽 날개 부분)의 구별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본체에 비해 다소 돌출된 형태를 띠는 좌우의 출입구는 라틴 십자형의 구성을 보이는데 전형적인 고딕 양식이라기 보다는 잔류 고딕(Gothic Survival) 혹은 유사 고딕으로 분류된다.

폭 2ｍ의 정면 출입구는 중앙 종탑 아랫부분의 머리를 얹은 아치형 포치(지붕있는 출입구)형태를 갖추었다.

성당 내부는 원형 돔 형태이나 서구 고딕 성당에서 보는 화려한 모자이크 양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창문의 장식 수법이나 색상이 단조로운 반면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과 소박함이 묻어나는 색동 유리 조각을 갖추고 있어 친근감을 준다.

건축 당시 한국인들과의 이질감을 줄이고 동질감을 심어주기 위한 배려인 것으로 보인다.

성당 내부에는 5개의 화강석 제대가 있고 좌우로 늘어선 8개의 원형 석축 기둥이 있어 웅장함을 더해준다.

임 가밀로 신부가 프랑스 루르드에서 직접 가져왔다는 성모상은 6.25 전쟁 당시 인민군들이 우상이라며 철거하기 위해 7발의 총탄을 발사했음에도 무사했다는 말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자세히 살펴 보면 성모상에 난 7개의 구멍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성당을 세우고 54년간 이 성당을 돌 본 임 가밀로 신부의 묘소도 이 성당 내부에 있다.

당초 석축 건물로 짓기로 하고 화강석을 모았으나 성당을 짓기에 부족해 기초 공사에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옆에 사제관을 짓는데 썼다고 하는데 석축 건물인 이 사제관 역시 성당만큼이나 묵직하면서 고풍스러운 맛을 풍긴다.

음성군의 지원을 받아 성당 박물관 공사가 한창인데 외양이나 내부 구조가 박물관 건물로는 제격이다.

이 성당 건립 초기부터 전해 내려오는 유물과 제구, 일제시대때의 환등기와 영사기 등을 보관, 전시할 계획이라는 데 이 성당 신종섭 안드레아 신부는 '올 연말 이 박물관이 완공되면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매괴성당의 또 다른 명물이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