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 친형이자, 어류학 박물지인 「자산어보」(玆山魚譜) 저자인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이 저술한 책으로 지금까지 제목과 그 내용 중 일부만 전해지고 있는 「송정사의」(松政私議)가 발굴됐다.

영남대 한문학과 안대회(安大會) 교수는 최근 발간된 국학 관련 학술전문지인 「문헌과해석」 제20호에 기고한 '정약전과 「송정사의」'라는 논문을 통해 새로 발견된 이 저술을 전면 소개하고 그 의미를 짚었다.

글자 그대로는 '소나무 정책에 관한 개인 의견'이라는 뜻을 지닌 「송정사의」는 당시 백성을 질곡에 빠뜨린 대표적 민폐 중 하나인 소나무 벌목 금지 정책에 대한 정책 제시를 담고 있다.

안 교수에 따르면 오랫동안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 이 저술은 서울 세화고 생물교사로서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남다른 이태원씨가 문(文)모씨 소장의 「운곡잡저」 문집에서 찾아냈다.

「송정사의」는 정약용이 죽은 형 정약전을 추모하며 쓴 묘지명 '선중씨묘지명(先仲氏墓誌銘. 돌아가신 형 묘지명이라는 뜻)에 그 이름이 전하고 있으며 그 내용 중 일부로 다산이 인용한 몇 구절이 문집에 전하고 있을 뿐이다.

정약전 저술 중 현전하는 것으로는 「자산어보」와 80년대에 발견된 흑산도 평민의 표류기 「표해록」(漂海錄)이 있고 그밖에 「송정사의」를 비롯해 「논어난」(論語難) 2권과 「역간」(易柬) 1권은 이름만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이번에 발굴된 「송정사의」는 1801년(순조 원년)에 일어난 기독교 박해사건인 신유사옥으로 정약전이 지금의 전남 신안군 우이도(牛耳島)라는 섬에서 유배생활을 시작한 지 3년째인 1804년 저술한 것이다.

여기서 정약전은 소나무 벌채 금지정책인 송금(松禁)이 잘못됐음을 설파하면서 그 권한이 수영 등의 지방관이 관할함으로써 그들의 탐학이 백성의 불만과 원성을 초래하고 있으므로 지방관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정약전은 송금이 실현 불가능하므로 금지 정책이 아니라 소나무 식목을 권장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안 교수는 정약전의 송금에 대한 관심은 유배 이전에 이미 표출되고 있으며 특히 유배생활중에 송금으로 백성들이 엄청난 수탈을 당하고 있음을 직접 목격한 것이 이 저술을 남기게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왕조가 그 용도가 긴요한 소나무 육성을 중시한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으나, 이를 위한 송금 정책은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서 질 좋은 소나무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빌미로 지방관이 백성들을 수탈하는 방편으로 악용되곤 했다.

이에 많은 곳에서 백성들이 수탈의 원인인 소나무를 마구잡이로 벌채하는 사태가 빈번했다.

따라서 이번 「송정사의」 발굴은 정약전의 새로운 자료 발굴이라는 측면 외에 송금을 고리로 한 조선후기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긴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적지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안 교수는 덧붙였다.


정약전 「송정사의」(松政私議) 전문

지금까지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정약전의 저술 「송정사의」(松政私議)가 발굴됐다. 서울 세화고 생물교사인 이태원씨가 찾아냈으며 서지학적 검토는 영남대 한문학과 안대회 교수가 했다.

다음은 안 교수가 옮긴 「송정사의」 전문 번역이다.

우리 나라에는 녹나무, 남나무, 예장나무와 같은 큰 목재가 없어 집을 짓거나 배와 수레(우리 풍속은 수레를 사용하지 않고, 무릇 기계에 해당하는 부류는 통틀어 수레라 부른다)를 비롯해 관재(棺材)로 쓰는 목재는 모두 소나무를 쓴다.

나라는 강역이 세로로 4천 리를 넘지만 서쪽.북쪽.동쪽 3면이 모두 큰 산과 험준한 고개로 이루어져 있고, 남쪽 면에는 들판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있기는 하나 그것조차 일백 리 되는 들판이 없다. 대체로 나라 전체로 보면 산지가 전 국토 10의 6-7이다.

산은 또 모두가 소나무가 자라기에 알맞다. 그럼에도 위로는 조정, 아래로는 서민에 이르기까지 재목 구하기가 어렵다. 위로는 기둥 열 개 되는 집과 배 몇 척 만들 때 관리가 변괴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멀게는 천여 리가 넘고, 가까이로는 수백 리가 넘는 거리를 강물에 띄우고 육지에서 끌어와야만 비로소 일을 마칠 수 있다.

아래로는 관재(棺材) 하나 값이 400-500냥(나라 풍속에 백전(百錢)을 1냥이라 한다)이다. 이는 그래도 큰 도회지를 기준으로 말한 것이고, 궁벽한 시골은 부자가 상을 당해도 시신을 관에 넣는데 열흘이 걸리기도 하고, 평민은 태반이 초장(草葬)을 한다.

내가 직접 보아 기억하는 바로는 20년 전에 비해 나무값이 3-4배 올랐다. 20년을 지나면 반드시 오늘날에 비해 3-4배 오르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오행(五行)에서 나무(木)가 그 하나이며, 불(火) 또한 나무로 인해 있는 것이므로 실제로는 오행 가운데 둘을 차지한다고 하겠다.

나무가 사람에게 필요한 정도가 어떠한데 이렇게도 망연히 무관심하게 지낼 수 있단 말인가? 관아 건물이 썩어 무너짐은 그래도 받침대로 받쳐가며 지탱해 갈 수가 있다.

우리 나라는 왜구에 바짝 붙어 있어 왜적이 침략하면 반드시 수전(水戰)을 하게 된다. 임진년 변란에는 오로지 수군의 힘을 빌어 (난을) 모면한 사실을 흘러간 역사에서 징험할 수 있다. 만약 위급한 전쟁이 발생한다면 수백 척 전함을 만들 목재를 어디에서 구해올 것인가? 뿐만 아니다. 수 백년 태평시대가 이어져 백성이 평안히 살아가고는 있지만 살아서는 번듯한 집이 없고, 죽어서는 몸을 누일 관재가 없다. 이것은 성왕(聖王)의 정사에 완비되지 않은 구석이 있다는 말이니 나라의 정사를 맡은 자가 어찌 여기에 생각을 두지 않는가? 열에 예닐곱을 차지하는 산이 있고, 산은 또 소나무가 자라기에 알맞은데 소나무의 귀함이 이런 지경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일찍부터 그 이유를 조용히 따져보고서 대략 세 가지 요인을 찾아냈다. 단, 위에서 말한 가옥과 배.수레나 관재에 쓸 재목은 그 요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첫째는 나무를 심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저절로 자라는 나무를 꺾어 땔나무로 쓰는 것이요, 셋째는 화전민(火田民)이 불태우는 일이다. 이 세 가지 환난을 제거한다면, 도끼를 들고 날마다 숲에 들어가 나무를 한다 해도 재목이 너무 많아 쓸 수가 없을 지경일 것이다.

「대학」(大學)에는 '만들어내는 사람이 많고 먹는 사람이 적으면 늘 넉넉하다' 했다. 나무를 심는 것은 나무를 만들어내는 근본이다. 심는 사람이 한 사람인데 쓰는 사람이 열 사람이라면 재목을 댈 수가 없을 지경인데, 심는 사람은 하나도 없건만 쓰는 사람은 무궁하니, 재목이 궁하지 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이것이 나무를 심지 않는 환난이다.

요행히 저절로 자라나는 나무가 있다. 조금이라도 그 나무를 아끼고 보호해 어릴 적에 도끼로 베지 않는다면 그래도 재목으로 성장할 수가 있다. 그러나 땅에서 한 두 자쯤 크기가 무섭게 나무꾼이 낫을 예리하게 갈아 남에게 뒤질세라 달려드니 재목이 궁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이것이 저절로 자라는 나무를 꺾어서 땔나무로 쓰는 환난이다.

깊은 산중 인적 드문 골짜기에 저절로 나서 저절로 크는 나무가 있어 베어다 쓸 만하다. 그러나 화전민이 불태우는 혹독한 시련을 한번 겪고 나면 바람에 넘어가고 벼락에 쓰러지는 것보다 훨씬 심한 피해를 본다. 백년 동안 나서 자란 것이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변하니, 재목이 궁하지 않을 리 있겠는가? 이것이 화전민에 의해 불태워지는 환난이다.

이 세 가지 환난이 제거되지 않으면 비록 관중(管仲)과 제갈량(諸葛亮)이 지혜를 짜내고, 신불해(申不害)와 상앙(商앙< 革+央 >)이 법을 집행한다 해도 결국 송정(松政)에는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백성과 나라가 모두 곤궁해질 것이다.

이 세 가지 환난이 발생하는 이유가 다른 곳에도 있다. 바로 국법이 완비되지 않음이 그것이다. 화전에 대한 폐단은 옛 선현이 이미 말한 바가 있다. 유서애(柳西厓. 유성룡) 문집에 이에 관한 글이 있다. 그 글의 대강은 이러하다.

'산과 골짜기에 나무가 없다면 산사태가 나는 것을 막을 수 없어 들판의 전답이 흙에 뒤덮여서 쓸거리가 날로 줄어든다' '산림이 벌거숭이가 되어 보물과 재화가 생산되지 않는다' '짐승이 번식하지 않아 사대교린(事大交隣)을 할 때 필요한 짐승가죽과 폐물을 대기가 어렵다' '범과 표범이 자취를 감추면 산길을 가는 자가 크고 작은 병기를 몸에 지니지 않기 때문에 나라 풍속이 날로 졸렬하고 유약하게 바뀔 것이다' '목재가 소모되고 버려져서 백성들의 살림살이가 날로 군색하게 될 것이다' '비록 하나의 공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산허리 이상에 대해서는 금지하여 경작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재 이 글은 「대전」(大典)에 실려 있다. 하지만 산허리 이상에 대한 금지조차 시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마땅히 금지할 것도 금지하지 않은 것이다.

공산(公山)은 경계가 광활하다 할 만하다. 황장목(黃腸木)이 잘 자라는 산이 깊은 산골짜기에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나무에 알맞은 밭이 바닷가에 널려 있다.

바닷가 연안의 몇 리에 걸친 산은 대개 국가에 속해 있으므로 이것들만 해도 이루 다 쓸 수가 없을 지경인데 그 위에다 바닷가로부터 30리 떨어진 이내의 산은 국가 소유와 개인 소유를 가릴 것 없이 일절 (소나무 벌목을) 금단하는 법까지 있다.

대저 나무가 있기 때문에 금지한다면 그래도 이로운 것이 있겠지만, 나무도 없으면서 금지한다면 백성들은 나무를 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금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러나 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먹 크기만한 산을 소유한 백성이 소나무 수십 그루를 길러 가옥과 배.수레나 관재의 재목으로 베어 쓰고자 한다면 탐관오리가 이 법조문을 빙자하여 차꼬(수갑)에 채워 감옥에 가두고 고문하는 등 죽을 죄를 다스리듯 하고, 심지어 유배를 보내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백성들이 소나무 보기를 독충과 전염병처럼 여겨서 몰래 없애고 비밀리에 베어서 반드시 제거한 다음에야 그만둔다. 어쩌다가 소나무에 싹이라도 트면 독사를 죽이듯 한다.

백성들이 나무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편안한 길이 나무가 없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개인 소유의 산에는 소나무가 한 그루 없게 되었다.

소나무에 알맞은 산은 수군(水軍) 진영의 관할을 받는다. 수영(水營)은 전토세(田土稅)와 뇌물을 받을 권한이 없어 본래 빈한한 진영인데다, 영문(營門)인 까닭에 장교의 숫자가 많은데도 부모를 모시고 자식을 키우는 살림살이를 달리 의지할 데가 없으므로 오로지 소나무가 잘 자라는 산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산 아래에 집을 짓기라도 하면 '이것은 공산(公山)의 소나무다'라고 주장하고, 관을 짜기라도 하면 '이것은 공산의 소나무다'라고 떼를 써서 크게는 관에다 고발도 하고 작게는 사사로이 구속하기도 한다. 강제로 빼앗고, 토색질하고, 능멸하고 포박하고 형틀에 묶고 고문하여 그 혹독하고 매서움이 사나운 불길보다 심하다.

천하의 소나무는 대개 서로 비슷하다. 비록 그 산에서 난 소나무가 아니라 해도 백성이 자포자기해서 목숨을 버릴 수는 없으므로 그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집안이 망하고 재산을 탕진하고 사방에 유리걸식하는 자가 열에 서넛이다.

그렇기에 비록 몇 그루 범하지도 않았지만 평소에 공포감을 갖고 있어 못이나 계곡에 떨어진 것처럼 느낀다. 수영 사람을 한번 만나기라도 하면 토끼가 범을 만난 듯이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바닥에 바싹 엎드린 채 그의 명령만을 무조건 따른다.

그리하여 비렴-비렴이란 것은 구걸하는 것의 다른 이름이다-이란 법이 생겼다. 한 집안(봉산 封山의 백성은 수영에 속해 있다. 비록 속해 있지 않다 해도 자기가 그 일족이 아님을 감히 발명할 수는 없다)에 징수하는 양이 많은 것은 수백 수천 냥에 이르기도 한다. 백성들이 살아갈 수가 있는가? 그리하여 봉산의 백성들이 상의하기를 '오로지 소나무 때문에 우리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 소나무만 없다면 아무 일이 없으리라'고 한다. 그래서 몰래 없애고 비밀리에 베어 온갖 꾀를 내어 제거하고자 한다. 심지어는 천명의 사람이 힘을 합쳐 수많은 도끼가 소리를 함께하여 나무를 베어 몇 리에 걸친 푸른 산을 하룻밤 사이에 벌거숭이산으로 만들고, 돈을 모아 뇌물을 후하게 주어 후환을 없애는 일도 발생한다. 그리하여 작고 작은 공산조차도 소나무 한 그루가 없게 되었다.

아! 관아에 승사(承史)-승은 향소(鄕所)에서 부리는 아전이다-를 두는 까닭은 수고를 덜기 위함이다. 옷에 발석(도롱이)-비옷이다-을 덧입는 이유는 비를 막기 위함이다. 승사가 없으면 관아가 혼자서 잘 지낼 수가 없으며, 도롱이가 없으면 옷이 홀로 비를 맞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 소유의 산과 작은 봉산이 없으면 큰 봉산만이 홀로 남아 있을 수가 없다. 이것은 반드시 닥쳐올 이치인 것이다.

현재 겨우 명색이라도 남은 봉산은 오직 큰 산과 큰 진(鎭)밖에 없으니, 영남의 거제도와 남해도, 호남의 완도와 변산, 호서의 안면도 등 몇 곳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들도 모두 벌써 민둥산이 되었다. 백성들이 소나무를 미워한다고 해도 저런 정도로 소나무가 없다면 살아갈 도리가 없다.

개인 소유의 산에 소나무가 없고, 이런저런 작은 공산에 소나무가 없어 야금야금 다 써버리고 나니 더 이상 손을 댈 데가 없어졌다. 하는 수 없이 몇 곳 남은 봉산으로 지게를 메고 떼를 지어 몰려들지 않을 수가 없다. 봉산을 맡아 지키는 자가 그 틈을 타서 이익을 꾀하니 수영에서 아무리 금하려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사람들은 모두 법이 지켜지지 않는 책임은 수영에 있다고들 하지만 나는 '비록 매나 범으로 수사(水使)를 삼는다고 해도 필시 금지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어째서인가? 소나무를 구하는 사람의 욕구는 목말라 물을 구하는 자보다 더 다급하고, 지키는 자가 이익을 좇음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보다 더 심하기 때문이다.

속담에 이르기를 '지키는 자가 열이라도 도둑 하나를 막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지금 지키는 자는 한 사람 뿐인데 도둑은 억만 명이다. -수사의 좌우에 있는 자부터 감관(監官), 산지기 및 연해(沿海)의 백성들이 모두 도둑이다- 비록 위수(渭水)를 붉게 물들이도록 죄인을 물에 빠트려 죽인다 해도 무슨 수로 금지할 것인가? 근본을 바로잡지 않고서 그 말단을 다스린 일은 성인도 하지 못한 일이다. 오늘날의 수사가 정말 어떤 인간이기에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나는 이와는 다른 깊은 걱정거리가 있다. 팔도 전답의 소출로 서울에 먹을거리를 공급하고 있음에도 넉넉지 않음을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몇 개 군의 전답에서 나오는 소출로 팔도에 먹을거리를 공급한다면 곧 바닥이 드러나리라는 사실은 지혜로운 자가 아니라 해도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서남지역 연해의 땅은 호구 수가 일백 만을 밑돌지 않는다. 크게는 배와 가옥에 필요한 재목으로부터 시작해 작게는 쟁기나 다듬이를 만드는 데 쓸 목재에 이르기까지 현재 모두 몇 곳의 봉산에서 가져다 쓴다. 목재는 샘물처럼 콸콸 솟아나는 것이 아니다. 몇 년 뒤에는 반드시 도둑질할 나무도 사라질 터인데 이것이 몇 개의 군으로 팔도를 먹여 살리는 경우와 무엇이 다른가? 앞서 말한 왜구에 대한 우려라고 해야 아직 발생하지 않은 일이다. 100만 호의 백성이 살아서는 들어가 살 집이 없고, 죽어서는 몸을 가릴 관이 없으며, 물에는 배가 없고, 일상생활에 농기구가 없다면, - 물에서 물고기를 잡지 못한다면 상인들이 모두 장사를 하지 못하고, 바다와 섬에서 배가 없다면 육지에는 물고기와 소금이 없을 것이며, 일상생활에 도구가 없다면 농사와 공업이 모두 멈출 것이다 - 어찌 하룬들 변란이 없을 수 있겠는가? 공산이 넓기도 하거니와 개인 소유의 산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국가 소유의 소나무가 물과 불 같이 흔해야 하건만 현재는 사정이 그와 반대다. 5년에 한번씩 바꿔야 하는 수십 척의 전함이 목재를 취할 곳이 없어 교체시기가 다가오기만 하면 동분서주해서야 겨우 미봉(彌縫)할 수가 있다. 이런 지경인데도 여전히 방책을 생각하지 않는단 말인가! 아! 땅이 넓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점만을 알 뿐 백성들과 그 이익을 함께 할 줄은 모르고 있으니 땅이 넓으면 넓을수록 가난함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유자(有子)가 '백성들이 풍족하니 임금은 누구와 더불어 풍족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했거니와 오늘날 나라 정사를 도모하고 있는 자들은 마땅히 이 말씀을 세 번 반복하여 음미할 일이다.

대저 소나무는 벌목을 금지할 것이 아니다. 이른바 금지하는 것은 소인들이 범하기 쉬운 것을 금하는 것이다. 그런데 군자들조차 범하는 것이라면 그 금지는 반드시 오류가 있다고 할 것이다.

오늘날 소나무 벌채를 금지하는 법은 비록 공자(孔子)나 안연(顔淵)이라 해도 범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째서 그러한가? 공자나 안연이 오늘날 세상에 살게 되어 부모의 상을 당하였다고 하자. 그분들이 소나무 벌목금지의 법 때문에 관을 만드는 예법을 폐지하려 들겠는가? 그분들이 반드시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대저 공자나 안연조차도 범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을 보통 사람들에게 시행하려고 드니 그 법이 시행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소나무 벌목은 금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말한 세 가지 환난은 끝내 제거할 수 없는 것인가? 그 법을 완화시키면 된다고 나는 말할 수밖에 없다. 백성들이 소나무를 미워하는 것은 소나무 자체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관한 법을 미워하는 것이다. 법이 두렵지 않다면, 생전에는 윗사람을 잘 봉양하고 죽어서는 정중하게 장사를 지내어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소나무를 무슨 까닭으로 미워하여 키우지 않겠는가? 사람마다 제각각 소나무를 기를 수 있다면 준엄한 법과 무거운 형벌이 기다리는 국가의 소나무를 무엇 때문에 힘들여 훔치려고 들겠는가? 개인 소유의 산으로 묵혀두어 황폐하게 된 것은 스스로 나무를 길러서 스스로 사용하게 하고, 봉산(封山)으로 나무심기를 그만두어 버려진 것은 스스로 나무를 길러서 스스로 사용하게 허락한다. 그리고 몇 십 길의 산으로 나무가 없는 경우는 그 주인에게 죄를 가한다.

반면 천 그루 소나무를 심어 초가집의 기둥과 들보감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기른 자에게는 품계를 올려주어 포상을 한다. 산허리 이상에서 화전의 경작을 금하는 법을 엄하게 단속하여 불지르지 못하도록 한다.

무릇 주인 없는 산을 찾아서 한 마을에서 힘을 합쳐 1년이나 2년 동안 소나무를 길러 울창하게 숲을 이루어 놓았으면 나무의 크기에 따라 그 마을에 대해 1년이나 2년 동안 세금을 면제해 준다.

무릇 이러한 새로운 법형에 의한 소나무 정책을 본관(本官)에게 맡기도록 하고 수영(水營)에서 간섭하지 못하도록 한다. 현재 공산(公山)을 제외하고는 한 뼘의 땅도 더 늘리지 않았고, 백성이 차지하는 이익에 대해 국가가 간섭함이 전혀 없다.

이 정책을 시행한지 수십 년이 지나면 온 나라 산은 숲을 이루게 될 것이며, 공산의 나무를 백성이 범하는 일이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현재 사람은 많은데 땅은 협소하다. 비록 이러한 법령을 만든다 해도 소나무를 기를 여유가 없을 것이다' 그에 대해 나는 답한다. '사람이 많고 땅이 협소함에도 이익이 다 사라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쓸 것은 더욱 군색하게 될 것이다' 현재 나무가 없는 산에서는 풀뿌리까지 캐고 있기 때문에 산은 날로 척박해지고 땔감은 날로 귀하게 된다. 이렇게 땔감을 거두는 것만을 고려할 뿐 나무를 기를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소발굽에 고인 물만을 고대하고 있고 아홉 길 깊은 샘물을 파지 않는다. 이 법령을 시행하게 된다면 산의 나무는 날로 무성하게 되어 나무의 뿌리와 줄기를 보호하게 되어 그 나뭇가지와 잎만을 취해도 땔감은 너무도 넉넉할 것이다. 목전의 계책은 잘못된 것이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봉산이 버려지고는 있어도 그래도 국가의 물건이다. 하루아침에 그것을 가져다 백성에게 준다고 하니 자네의 계책은 어째서 아래 백성에게는 그렇게도 후하고 윗분들에게는 그렇게도 야박한가?' 그에 대해 나는 답한다. '이것은 속담에서 말한 '내가 먹기는 싫지만 개한테 던져주기는 아깝다'는 격이다' 나라에서 소나무를 기를 힘이 없다고 한다면 허다한 좋은 전답을 가져다 불모지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니 이것은 버리는 것과 똑같다. 그럴진댄 백성에게 주는 것이 무엇이 잘못인가? 게다가 작은 산에 모두 나무가 있다면 현재의 큰 봉산은 도벌을 금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칠 것이다. 이것이 첫번째 이익이다.

비록 산을 백성에게 맡긴다고 해도 백성들의 산에 나무가 있다면 국가에 다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에 국가가 사용하는 것을 아깝게 여기지는 못할 것이 아닌가? 백성들이 풍족한데도 군주가 풍족하지 않은 경우는 아직까지 없다고 할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이익이다. 따라서 이것은 위와 아래가 함께 이익을 얻는 방법이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백성들이 국가의 명을 믿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게다가 백성들이 송금(松禁)에 대하여 공포를 느끼는 정도가 마치 활에 한번 맞은 새의 꼴이다. 비록 이 명령이 내려진다 해도 백성들이 응하지 않은 것이니 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에 대해 나는 답한다. '여기에 대한 해답은 어리석은 내가 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백성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군사력이 강한 것이나 먹을 것이 풍족한 것보다 급하다. 위앙(衛 革+央)은 지극히 어질지 못한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길의 나무를 이용하여 신뢰감을 쌓을 수가 있었다. 신뢰를 얻지 못하는 명령을 가지고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경우는 오랜 옛날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다.

조정에서 관문(關文)을 내려 가르치고, 감사가 거듭 알려주며, 수령이 삼가 받들어 시행한다. 때때로 어사를 파견하여 탐문하고 살펴서 임금님께 올려 아뢰고 상벌을 반드시 시행한다. 이렇게 하고서도 백성들이 그들이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진정 신뢰가 없는 것이다' 만사가 극단에 이르면 되돌아오는 것이 이치의 떳떳함이다. 공물(貢物)의 폐단이 극에 달하자 균역법(均役法)이 만들어졌고, 사노비(私奴婢)의 폐단이 극에 달하자 양처(良妻)의 자식이 노비가 되는 것을 면하게 되었으며, 노비의 폐단이 극에 달하자 노비문서가 불에 태워졌다.

이러한 조치는 모두가 시대변화에 따라서 적합한 법을 제정하고, 백성들을 자식처럼 돌보는 위대하신 성인의 성대한 덕택이요 지극한 선행이시다.

오호라! 결코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날의 극에 달한 폐단에는 환곡(還穀)과 송정(松政) 두 가지가 있다. 만에 하나 이 글로 인하여 과부가 하는 걱정이 해소가 되고 백성과 국가의 숨이 끊어질 지경의 다급한 상황이 해결될 수만 있다면, 비천한 신하는 궁벽한 바닷가에서 죽어 사라진다고 해도 절대로 한스럽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구나! 서시(西施)가 깨끗하지 못한 오물을 뒤집어써도 사람들이 모두 코를 싸쥐고 피하거늘, 나는 너무도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라 아무리 천하가 결백하다고 한들 그 누가 돌아다보리요? 슬프고도 슬프도다! 갑자년 중동(仲冬)에 손관(巽 舍+官)에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