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신라에 불교를 전파한 고구려 승려 묵호자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향산사지(충북 단양군 가곡면 향산리)는 임진왜란 때 소실된 이후 400여년간 폐허로 남아 있고 향산석탑(보물 제405호)만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충북 단양군 단양읍에서 고수재를 넘어 영춘면 쪽으로 8㎞ 가량 남한강을 거슬러 오르면 소백산 자락에 자그마하게 펼쳐진 가곡면 향산리에 이른다.

85가구, 230여명의 주민이 농사를 지으며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 마을에는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파한 묵호자(墨胡子)의 넋이 서린 향산사지(香山寺址)와 보물 제405호인 향산석탑(香山石塔)이 있고 고구려 온달 장군과 관련된 지명이 여러 곳 남아 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으로 알려진 향산사는 삼국 가운데 국력이 가장 약했던 신라가 국민통합을 이루고 통일의 대업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불교를 처음 전파한 묵호자가 창건했다고 전해 온다.

신라 눌지왕 때인 서기 458년 고구려의 승려인 묵호자는 신라 땅 일선군(지금의 경북 선산군) 모례의 집에 굴을 파고 숨어 살았다 한다.

그 때 양(梁)나라 사신이 가져 온 향(香)의 사용법을 조정에 가르쳐 주고 병을 앓고 있던 공주의 병을 치유시켜 눌지왕으로부터 신라에 불법을 펼치도록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눌지왕이 죽은 뒤 불교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신변의 위협을 느낀 묵호자는 다시 모례의 집으로 피신해 숨어 살았으며 이후 이차돈의 순교와 함께 법흥왕 때인 서기 527년 불교가 공인됐다.

구전되는 설화와 묵호자에 관한 삼국사기의 기록을 토대로 그의 행적을 살펴 보면 당시 단양 지역은 고구려 장수왕 때의 영토였으며 남한강과 소백산(죽령)을 통해 신라로 가는 길목이었는데 신라로 향하던 묵호자는 향산리에 절을 세우라는 부처의 꿈을 꾸고 이곳에 자그마한 암자를 세우게 된다.

이후 신라에서 불교가 공인되고 묵호자의 제자들이 신라에 불교를 전파한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향산사를 크게 중창하고 향산석탑을 세워 묵호자가 열반 한 뒤 사리를 모셨다고 전한다.

향산석탑은 높이 4.05ｍ, 기단폭 1.84ｍ로 전형적인 통일신라 시대의 석탑 양식을 띠고 있는데 1964년 9월 보물로 지정됐다.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충북대 박물관이 지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일대에서는 통일신라 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의 토기편과 기와편 등이 많이 발굴됐다.

향산사는 이처럼 오랜 기간 법맥을 이어온 사찰로 학계와 향토사학자들은 향산사의 사찰 규모나 당시의 불교문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변 보존 및 사지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는 민가가 있고 사유지가 대부분이어서 군이 문화재청에 토지 매입 승인 신청을 내기로 하는 한편 정비를 위한 예산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한편 향산석탑은 묵호자가 열반한 뒤 약 300년 뒤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서로 연대가 맞지 않아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향산리 주변에는 고구려 평강왕의 사위인 온달 장군이 신라에게 빼앗긴 땅을 되찾기 위해 전쟁을 벌일 때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지명이 곳곳에 전해지고 있다.

면위실(면위곡)은 온달 장군이 전쟁 중에 이곳에서 위기를 모면했다 하여 붙여졌으며 온달 장군이 진을 쳤던 곳도 대진목, 장군목으로 불리고 있다.

이와 함께 향산리 늪실 마을 개명산에는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의 형인 겸암(謙菴) 유운룡(柳雲龍)의 묘가 있다.

유운룡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안동현감과 원주목사 등을 지냈으나 단양 산천의 오묘함에 취해 자연을 벗삼아 여생을 보내다 사후 이곳에 묻혔는데 1960년대 초 후손들이 묘를 이장했으며 현지에는 아직 묘지석과 석관 등이 남아 있다.

또 서예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뛰어난 재질을 자랑하는 자석(紫石)벼루의 원석이 이 마을에서 생산되고 있고 남한강 향산 여울은 피서지 겸 쏘가리와 준치 낚시로 유명해 여름철이면 많은 피서객과 낚시꾼들로 붐비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