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군 대강면에는 인근 적성 출신의 역동(易東) 우탁(禹卓)과의 연이 서린 사인암(舍人巖)이 웅장하게 서 있다.

소백산의 깊은 마을 남조와 남천에서 발원한 시냇물은 이웃 계류를 모아 한강으로 흘러가는데 발원지에서 남한강에 이르는 하천을 예로부터 운계천(현재 남조천)이라 불렀으며 운계천 최고의 명소가 단양팔경의 하나인 사인암이다.

운계천에는 운선구곡(또는 운암구곡)이라 불리는 절경이 있는데 대은담(大隱潭), 황정동(黃庭洞), 수운정(水雲亭), 연단굴(煉丹窟), 도광벽(道光壁), 사선대(四仙臺), 사인암, 선화동(仙花洞), 운선동(雲仙洞)이 그것이며 사인암은 운선구곡의 중심으로 운계천의 맑은 물이 굽이를 이뤄 흐른다.

계류 양쪽의 기암괴석과 소나무와 맑은 물은 봄이면 철쭉, 여름이면 맑은 물, 가을이면 단풍, 겨울이면 설경 등 사철 다른 모습으로 수천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첩첩이 쌓아 하늘을 찌를듯 치솟은 절벽을 사인암이라 한 것은 고려 말 대학자 우탁이 이곳을 찾아 청유(淸遊)를 즐겼다고 해서 조선 성종 때 단양군수를 지낸 임재광이 우탁의 벼슬인 사인(정4품)에서 이름 지었다 전한다.

충렬왕 4년 문과에 급제, 벼슬길에 나섰던 우탁은 감찰규정으로 있을 당시인 1308년 충선왕이 부왕의 후궁인 숙창원비와 통간한 사실을 알고 흰옷에 도끼를 들고 거적을 멘 채 대궐로 들어가 극간을 하였다.

그러나 왕의 곁에 있던 신하가 감히 상소문을 읽지 못하자 '경이 왕의 그릇된 것을 바로 잡지 못하고 악으로 인도하니 그 죄를 아느냐'고 꾸짖고는 벼슬에서 물러나 원나라에서 유입된 정주학을 연구, 달포만에 터득한 뒤 후학에게 전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중국의 주역(周易)이 동(東)으로 옮겨 갔다며 그를 역동 선생이라 불렀다.

사인암 석벽에는 우탁이 친필로 새겼다는 시가 전하나 군이 펴낸 '단양의 향기 찾아'에는 이 시가 조선 후기의 것으로 2행씩이 다른 필체로 서로 다른 사람에 의해 씌어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탁이불군(卓爾弗群) 확호불발(確乎不拔), 독립불구(獨立不懼) 둔세무민(遯世無憫)'으로 '뛰어난 것은 무리에 비할 바가 아니며 확실하게 빼지 못한다. 홀로 서도 두려운 것이 없고 세상에 은둔하여도 근심이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곳은 또 추사 김정희와 안와 홍낙인을 비롯한 고려와 조선 때의 많은 문인, 묵객, 권력가들이 찾아 절경에 취한 채 숱한 글을 남겼다고 전해 온다.

또 정조대왕은 단원 김홍도를 연풍현감으로 내려 보내 영춘과 단양, 청풍, 한수 등의 산수를 그려오게 해 단원이 사인암에 이르러 그림을 그리려 했으나 산수에 압도돼 10여일을 머물면서도 끝내 참모습을 얻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이 밖에도 주변 바위에는 놀이 유산 가운데 걸작으로 꼽히는 바둑판과 장기판이 새겨져 있어 옛날 신선들이 바둑과 장기를 두었던 곳이라고 전한다.

세명대 이창식 교수는 '운계천을 흐르는 냇물 소리를 들으며 바둑과 장기를 두면 신선이 됨직할 것'이라며 '이 마을에서 세계 규모의 바둑축제를 여는 등 전국 최고의 바둑 수련장을 설치하고 우탁과 사인암 관련 전시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편다.

주변으로는 상.중.하.소선암 등이 있는 선암계곡 등 소백산 국립공원이 있고 고개 넘어 방곡리에는 10여개의 가마를 갖춘 전통 도예촌이 조성돼 폐교된 옛 방곡초등학교가 도예 수련원으로 바뀌고 도공들이 앞다퉈 입주해 솜씨를 뽐내고 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요즘 예로부터 많은 문인, 묵객들이 극찬했던 사인암을 찾아 절경에 취해 보고 방곡 도예촌에서 도자기를 빚어 보면서 색다른 체험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