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이 세 아들을 시켜 쌓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삼랑성'(三郞城).

1964년 사적 제130호로 지정된 삼랑성은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선두리 일대 해발 222ｍ의 정족산(鼎足山) 능선 2.3㎞에 걸쳐 자연석으로 높이 2.3∼5.3ｍ로 축조돼 있다.

정족산의 명칭은 산 봉우리 3개가 마치 솥의 세발과 비슷하다고 붙여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화지역의 성은 대부분 토성(土城)인데 반해 삼랑성은 돌로 견고하게 쌓여졌고, 전국 대부분 성의 문에 누각이 있는 것과 달리 동서남북 4개의 문중 남문에만 누각이 있는게 특징이다.

또 성안에 유서깊은 전등사가 자리잡고 있으며, 고려시대 임시 궁궐이 세워졌고, 조선시대 왕조실록을 보관한 정족사고가 있기도 했다.

축조시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단군이 단기 67년에 민란을 평정하고 세 아들에게 성을 쌓도록 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으며, 고려 고종이 강화도로 임시 천도할때 삼랑성 밑에 임시궁궐을 지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뤄 고려시대 또는 그 이전에 만들어진게 아닌가 추정될 뿐이다.

삼랑성은 강화읍내 강화산성(고려시대 축조)과 함께 외적으로부터 강화도를 지키기 위해 쌓아진 최후의 보루이다.

'정족산성'이라고도 불리는 성은 동서남북 4개의 문이 있었고, 문루(門樓)는 남문에만 만들어져 종해루(宗海樓)로 불렸다.

종해루는 조선시대(1739년, 1764년) 2차례 보수됐으나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려 1976년 원형대로 복구되었다.

성은 일부만 약간 변형.훼손된채 거의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어 당시 축조기술이 뛰어났던 것으로 여겨진다.

1871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강화도지도'(서울대 박물관 소장)에 그려져 있는 정족진지와 삼랑성의 모습과 현재의 상태가 거의 같다.

강화군은 1990년과 올해 2차례에 걸쳐 성 구조와 축조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며, 지난 4월부터 성 남문 주변 벽체 일부에 대한 보수공사를 벌이고 있다.

삼랑성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우리 민족이 걸어온 많은 애환을 간직하고 있다.

성안에는 고구려 소수림왕 11년(381년) 고승 아도화상이 창건한 전등사(당시 진종사)가 있고 절 안에는 보물 제178호인 대웅전, 제179호인 약사전, 보물 393호인범종, 문화재 자료 제7호인 대조루 등 귀중한 문화재가 있다.

고려가 몽고난을 피해 강화도에 도읍하던 시절 성안에 임시 궁궐(離宮)을 세웠다는 '고려사' 기록이 전해지고 있고, 전등사내 궁궐로 추정되는 대규모 건물터가 최근 학계에 의해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고려가 강화에 세운 궁에 대한 첫 발견이다.

조선조는 1606년 마니산에 지은 사고(史庫)를 1660년 이곳 정족산으로 사고를 옮겨 역대왕조실록을 보존하기도 했다.

당시 1천189권에 이르는 실록은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돼 있으며, 정족사고는 일제시대 초 무너져 내렸으나 1998년 강화군이 복원해 놓았다.

특히 1866년 병인양요 당시 명장 양헌수가 프랑스 군을 이곳 삼랑성에서 물리쳤으며, 그 승전비가 세워져 있다.

프랑스군은 이곳에서 패하자 강화읍으로 침입, 강화읍내 고려궁지 외규장각에 있던 실록 297권을 약탈해 가 최근 반환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랑성의 역사적 의의를 조명하고 외규장각 도서 반환을 촉구하는 '삼랑성 역사문화축제'가 인천지역 학계, 예술계, 종교계를 중심으로 개최된데 이어 올해도 열려 많은 시민들이 참가, 삼랑성과 외규장각 도서반환 운동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화군 학예연구사 강동석(姜東錫.29)씨는 "삼랑성은 강화를 외적으로부터 지키는 최후 보루이고 원형이 거의 그대로 보존돼 성 구조 및 축조 연구에 좋은 유적"이 라면서 "많은 시민들이 찾아 강산을 지키려 한 선조들의 숨결을 느껴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