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명산인 계양산 인근 계양구 계산동 41에는 산이라고 부르기에는 초라한 '산(山)'이 하나 있다.

수목이라고는 소나무와 뽕나무, 갖가지 꽃나무 수십 그루가 전부여서 차라리 능(陵)이나 동산에 가깝다.

하지만 지름 20ｍ, 높이 5ｍ의 자그마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오조산(五造山)'이란 오묘한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이 산은 3년전 계양구가 계산택지지구 개발로 벌판이 돼버린 이 곳에 흙을 쌓아 만든 인공산이지만, 조선시대부터 구전되는 내력 만큼은 여느 문화재 못지 않다.

오조산은 이름에서 나타나듯이 원래는 인공적으로 만든 다섯개의 산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산은 계양산(桂陽山.해발 394ｍ)과 조선 태종 13년(1413년) 계양산 남쪽 자락에 설치된 부평도호부와 관련이 깊다.

어느 날 한 지관(地官)이 계양산 부근을 지나다 "부평도호부는 풍수지리상 모든 것을 갖추고 있으나 앞(부평평야)이 너무 허(虛)해 관원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겠다"고 말한다.

서쪽으로는 계양산 자락과 이어진 크고 작은 산들이 있지만 동쪽으로는 탁 트여있어 땅의 기운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당시 이 곳 태수가 부평도호부 청사 왼편 동쪽에 병풍처럼 다섯개의 산을 만들었다.

계양산의 기운이 너무 음(陰)해서 오조산을 만들었다고 하기도 하고, 부평평야를 지나는 굴포천이 조류 영향으로 범람하는 것을 막기위해 만들었다는 설(說)도 있다.

당시 오조산은 현재 복원된 산보다 규모가 2∼3배 정도가 크다.

1899년(광무 3년)에 편찬된 '부평읍지' 부록지도에는 오조산의 위치가 상세히 표시돼 있다.

그러나 오조산은 계산동 일대가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중반 두 차례에 걸쳐 택지지구로 개발되면서 하나 둘씩 사라졌다.

마지막에 사라진 산은 바로 현재 오조산 공원이 조성된 계양구 용종동 208 자리에 있었다.

현재 오조산 공원(1만8천314㎡)에는 옛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놀이대와 시소, 회전무대 등을 갖춘 시민 휴식공간으로 조성돼 있다.

나머지 4개 산이 위치했던 계산동 23, 60, 63, 64 역시 지금은 1만6천여 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어 원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오조산이 사라져 버린 탓인지 실제로 1994년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관할 북구청 세무공무원들에 의한 '세도(稅盜)'사건이 발생, 수십명의 공무원들이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인천향토문화사학회 이형석회장은 "기록에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채 외면받는 유물이나 유적이 많다"며 "늦게나마 오조산이 복원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