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약 4㎞ 가량 떨어진 곳에 의림지(義林池.지방기념물 제11호)가 있다.

김제의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 상주의 공검지 등과 더불어 삼한시대 때 축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의림지는 우리나라 고대 농경문화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중요한 수리시설이며 현재는 노송과 수양버들이 어우러져 제천 제일의 명승지로 꼽히고 있다.

특히 수구(水口)는 옹기로 축조돼 당시의 농업기술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의림지 주변에는 조선 순조 7년(1807년)에 영호정(暎湖亭)이, 1948년에 경호루(鏡湖樓)가 각각 세워져 관광객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또 이곳에 자생하는 빙어와 순채(蓴菜)는 옛날 왕실에 진상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나 현재 순채는 찾아볼 수 없다.

호수 둘레는 약 2㎞, 면적 15만8천677㎡에 수심 8-13ｍ, 661만2천㎥의 저수량을 자랑하는 수원지로 현재는 하류 290㏊의 농지에 물을 공급해 주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의림지를 '의림제(義臨堤)'라 표기하고 '제방은 낮은 산줄기를 흐르는 작은 계곡을 막은 곳에 자리하는데 길이는 530척(尺)이며 관개면적은 400결(結)이나 된다'고 기록돼 있다.

의림지 축조 연대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으나 중.고교 교과서와 이 지역 향토사 등에는 삼한시대 때 벼농사 위주의 농업이 발달했으며 의림지 등 이를 위한 저수지가 많이 만들어졌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병도(李丙燾) 박사는 1956년에 펴 낸 '한국수전의 기원'에서 의림지의 삼한 축조설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그의 역사학계의 학문적 위치로 인해 학계에 그대로 영향을 미쳤으며 이후 삼한 축조설이 정설로 여겨져 왔다.

고구려 때 제천의 지명이 '내토(奈吐)'였던 점과 이후 '대제(大堤)', '내제(奈堤)', 의천(義川)' 등으로 불려온 것은 모두가 큰 둑이나 제당을 의미하거나 의림지를 일컫는 지명으로 제천이라는 명칭도 바로 의림지에서 연유한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고고학적 학술조사를 거친 것은 김제의 벽골제 뿐으로 둑 바닥에 있는 식물 탄화층을 시료로 채취, 방사성 탄소에 의한 연대 측정 결과 서기 330년께 축조된 것으로 판명됐으나 의림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추정 밖에 할 수 없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다른 축조설은 신라 진흥왕 때 악성(樂聖) 우륵(于勒)에 의한 것이라고 전한다.

즉 우륵이 의림지 동쪽 돌봉재에 살면서 의림지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조선 숙종 때 오상렴이 쓴 '연초재문집'과 헌종 때 편찬한 '충청도읍지' 등에 남아 있으나 학자들은 이 역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설은 조선 초기 충청도 관찰사였던 정인지가, 세종 때 제천현감 박의림이 쌓았다는 설도 전하나 성종실록에 '의림지는 전조(前朝)에 쌓았다'고 기록된 점으로 미뤄 조선초 축조 기록 역시 신빙성이 떨어진다.

일제 강점기인 1914년부터 4년 동안 의림지에 대한 대대적인 수축사업이 이뤄졌는데 당시 3만4천여명의 인부가 동원됐다고 전하며 이후 1972년 대홍수 당시 제당이 붕괴돼 또다시 보수공사를 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 1999년부터 1년간 의림지에 대한 역사 분야 기초조사를 벌였던 충북대 양기석, 세명대 구완회 교수 등은 "현재 전하는 의림지에 관한 기록은 너무 빈약하다"면서 "의림지의 역사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술적인 지표조사나 발굴조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