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모현(慕賢)면 지명은 고려말 충신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1337∼1392)선생을 기린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개성의 선죽교(善竹矯)에서 이방원(태종)의 부하에게 죽음을 당한 정몽주 선생의 묘소는 엉뚱하게도 고향 경북 영천이 아닌 용인시 모현면 능원리 문수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경기도 기념물 제1호인 정몽주선생 묘는 10월 시제(時祭)때면 개성의 실향민들이 찾아 망향의 한을 달래는 곳이기도 하다.

야사에 따르면 선생이 순절한 뒤 태종 6년(1406)에 개성 풍덕에 있던 묘소를 고향으로 옮기던 중 모현면에서 상여가 땅에 멈춘 채 움직이지 않고 명정(銘旌.죽은 사람의 관직.성씨 등을 기록한 기)이 날라가 현재 묘소의 위치에 떨어져 이 곳에 안장했다고 한다.

이성계가 사냥하다 떨어져 드러눕자 기회를 노리고 제거하려하다 이방원의 부하 조영규에게 격살당한 선생은 사후 9년만에 아이러니하게도 이방원 직위후 태종1년(1401)년 영의정에 추증되는 등 완전 복권됐다.

'동방 이학의 시조'로 불린 선생의 복권은 당대 지식층을 끌어들이려는 태종의 정치적 고려가 많은 영향을 미친 듯 싶다.

선생 묘역의 묘표는 조선 중종 12년(1517) 태학생들이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중종에게 청원하여 세운 것이다.

조선조에 선생의 비석을 세웠음에도 전면에는 '高麗守門下侍中鄭夢周之墓'라고 새겼다.

신도비는 조선 숙종 25년(1699)에 세웠는 데 글은 송시열이 지었으며 전액(篆額)은 김수항이 썼다.

당대의 라이벌로 이성계를 추종, 조선왕조 건설의 주역을 담당한 정도전이 사후 500년 동안 복권되지 않은 점과 비교해볼때 선생의 역사적 위상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개혁동지로 한 사람은 고려왕조를 지키기 위해 또 한 사람은 새 왕조를 건설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바친 이들 맞수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일편단심, 만고의 충신에게 후한 점수를 준 셈이다.

선생은 24세때 3번의 과거에 연달아 장원급제하여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1383년 함경도에 처들어온 왜구를 무찌르고 이듬해 명나라에 가서 조공의 삭감과 5년간 미납한 조공을 면제받고 명나라와의 외교를 회복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또한 의창(義倉)을 세워 빈민을 구제하고 유학을 보급했다.

주자가례(朱子家禮)에 따라 사회윤리와 도덕의 합리화를 기하며 개성에 5부학당과 지방에 향교를 세워 교육진흥을 꾀하는 한편 신율(新律)을 간행하여 법질서 확립를 기했다.

선생은 시문에도 뛰어나 시조 '丹心歌'와 많은 한시가 전해지며 저서에 '포은집'이 있다.

선생의 당초 묘자리는 인근에 있는 선생의 증손녀 사위인 이석형의 묘였다고 야사는 전한다.

증손녀가 선생의 묘를 이장하기 전날밤 동이에 물을 담아 묘지에 퍼부어 다른 곳으로 선생의 묘를 옮기게 한 뒤 뒷날 그 자리에 남편의 묘를 썼다고 해 '출가외인'의 부정적 해석도 나온다.

선생의 묘에 제사를 지내며 하인에게 제주를 사오게 했는 데 오는 도중 한모금씩 마시다 술병에 입이 붙어 묘소 앞에서 볼기를 치자 입이 떨어졌다는 전설도 구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