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황해도 서쪽 평야지대에 위치한 은율에서 전승돼온 탈출놀음인 은율탈춤.


황해도 탈춤의 하나인 은율탈춤은 황해도 서쪽 평야지대에 위치한 은율에서 전승돼온 탈출놀음이다.

구전(口傳)에 의하면 지금으로 부터 200∼300년전 어느 난리를 피해 섬으로 갔던 사람들이 그 곳에서 나올때 얼굴을 가리기 위해 쓴 탈이 탈춤의 계기가 됐다고도 한다.

은율탈춤은 사월 초파일, 단오, 칠월 백중날 등의 명절을 비롯, 관가 또는 유지가(家)의 회갑잔치때도 추었다고 한다.

탈춤놀이는 보통 자정무렵에 끝났는데 구경꾼들이 놀이에 합세해 한바탕 푸짐하게 어울리게 되면 새벽까지도 놀게 됐다고 한다.

놀이가 끝나면 탈은 모두 태워버렸는데, 그 까닭중의 하나는 탈을 집에 두면 제사를 못지낸다는 미신이 있어 아무도 탈을 집에 보관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은율탈춤의 놀이마당은 모두 여섯마당으로 구성되는데, 제1과장은 벽사춤인 사자춤으로 놀이를 시작하는데 이것은 황해도 강령탈춤과 같다.

제2과장 헛목춤(상좌춤), 제3과장 팔목중춤, 제4과장 양반춤, 제5과장 노승춤, 제6과장 영감과 할미광대춤의 순서로 짜여져 있다.

내용을 보면 다른 탈놀이에서는 노승 과장에서 소무가 취발이 아이를 낳게 돼 있는 것이 보통이나 은율탈춤에서는 양반 과장에서 아씨 역인 새맥시가 원숭이와 음란한 수작을 해 아이를 낳으면 최괄이가 자기 아이라고 받아 어른다.

이것은 파계승보다 양반을 멸시하는 대목을 강조, 양반과 상인간의 대립을 더욱 날카롭게 한 것 같다.

또 다른 탈놀이에서 노승은 시종 말이 없지만, 은율탈춤에서만은 노승이 국화주를 취하게 마시고 비틀거리며, 등장해 중타령과 진언을 소리내 외운다.

재담도 다른 탈놀이에 비해 호색적인 표현이 농후하다.

이 탈춤을 할 때 부르는 소리중 재미있고 특징적인 것은 영감과 미얄광대가 대면할때의 나니가 타령 등이 있다.

춤사위는 봉산탈춤과 큰 차이가 없다.

탈은 헛목(상좌), 첫목중(팔목중), 말뚝이, 맏양반, 둘째양반, 셋째양반, 새맥시, 원숭이, 노승, 최괄이, 할미, 무당, 사자, 최괄이 아들 등이다.

이런 탈들은 황해도 다른 지방과 같이 귀면(鬼面)의 형태와 사실성이 많이 혼합돼 있다.

이 춤의 참가자는 춤꾼 21명과 악사 5명 등 모두 26명이며 음악은 피리, 젓대, 북, 장구, 해금의 반주로 그밖에 징, 쇠가 추가 되기도 한다
염불, 타령, 굿거리 등에 맞춰 춤은 주로 몸짓, 동작, 재담과 노래가 뒤따른다.

은율탈춤은 월남한 고(故) 장교헌 선생과 1997년 작고한 장용수 선생에 의해 1968년부터 복원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은율탈춤은 1978년 중요무형문화재 제 61호로 지정됐으며, 현재 기(技).예(藝)능 보유자인 김춘신(金春信.79) 선생과 예능보유자 민남순(閔南順.62) 선생에 의해 전수되고 있다.

어린시절부터 유난히 풍물소리를 좋아하던 김 선생은 황해도 은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6.25전까지도 고향에서 탈춤과 함께 했다. 지난해 4월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민 선생은 1972년 은율탈춤 복원멤버로 참가, 봉산탈춤 인간문화재인 양소운(梁蘇云.79) 선생으로 부터 은율탈춤을 전수했다.

1983년 남구 숭의동에 1억5천여만원을 들여 건립된 은율탈춤보존회에는 중요무형문화재 김 선생과 민 선생을 비롯, 전수교육보조자 차부회(車富會.43)씨 등 39명의 전승자(傳承者)들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매주 2차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탈춤반에 가입한 회원은 현재 160명에 달한다.

인천시 중요 및 시지정 무형문화재 총연합회 사무국장인 차씨는 "스승들에게서 늘 한결같이 욕심없는 마음으로 춤을 대하는 것을 보고 배우며 30년을 지내왔다"며 "스승들의 숭고한 예술혼을 본받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