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사진은 특권계급과 형식도덕 등 사회적 모순에 대한 일종의 반항정신을 해학을 통해 엮어낸 민중극 양주별산대놀이의 "옴중"의 공연장면.


양주 별산대놀이도 다른 마당극과 마찬가지로 취발이의 사회풍자가 흥미를 끄는 대목 가운데 하나다. 취발이는 술에 취한 한량역이다.

"어허, 네밀 붙을. 절간 중놈이 인가에 내려와 계집 하나도 아닌 둘씩 데불고 능창치고... 이런 허무한 세상 봐라"(6과장 3경, 취발이)
어스름 저녁부터 장작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은 조선시대 말기 평민들은 평소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탈을 쓴 한량이 거침없이 쏟아낼 때 카타르시스의 절정을 느끼게 된다.

풍자에 오르는 단골 대상은 타락한 파계승, 무능한 양반들이다.

무능한 양반은 말을 모는 말뚝이, 소를 키우는 쇠뚝이를 통해 풍자된다.

"제길 양반의 자식인 줄 알았더니 잡종이구나. 두부 보자기를 쓰고 화선을 들구 도포를 입구 전대띠를 맸으니 이게 화랭이 자식이구나"(7과장 1경, 쇠뚝이)
양주 별산대놀이가 오랫동안 전승되며 지금도 가치를 잃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당시 특권계급과 형식도덕 등 사회적 모순에 대한 일종의 반항정신을 해학을 통해 엮어낸 민중극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내는 것 자체를 금기시 하던 남녀관계의 갈등, 성적인 문제 등의 노골적인 묘사로 대중 앞에 공론화하므로 일체의 가식을 한꺼번에 날려버리며 흥미를 유발하는 효과를 더한다.

현실폭로와 풍자 외에 도입부분에서 길놀이 형태의 고사와 마지막 과장에서 할미의 죽음을 매개로 무당을 등장시켜 굿을 치러주며 청중들을 위안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양주 별산대놀이 배역은 옴중, 상좌, 말뚝이, 취발이, 샌님, 서방님, 소무, 눈꿈쩍이, 먹중, 왜장녀, 애사당 등 32명이다.

탈의 종류는 겸용하는 탈과 같은 배역이 있어 22개 내외다.

이들이 주제와 등장인물로 구분되는 8과장의 극을 춤과 음악, 노래, 대사로 이끌어 간다.

연잎과 옴중, 먹중이 나와 비속한 중들을 풍자하고 배를 드러낸 왜장녀는 말뚝이에게 딸을 팔아먹는다.

신장수는 데리고 다니는 원숭이에게 기녀출신 소무를 꾀어오게 하고 취발이는 노장 소유 소무를 빼앗아 아이를 낳는다.

하인 말뚝이와 친구 쇠뚝이가 매관매직으로 벼슬한 양반을 농락하고 젊은 포도부장은 늙은 양반의 첩을 빼앗아가지만 늙은 양반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

양주 별산대놀이가 공연되던 양주군 양주읍 유양리는 양주 구읍(舊邑) 터로 조선시대 양주목사가 주재하던 곳이다.

이곳은 포천, 연천, 고양, 파주 등 경기북부의 물산이 모여 한양으로 들어가던 길목으로 당시 한수이북에서 가장 큰 고을이었다.

이렇게 물산이 모이고 각계 각층의 사람이 만나는 행정과 상권의 중심기능이 자연스럽게 탈춤과 마당놀이가 태어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양주 별산대놀이는 지난 77년 유양리에 전수회관을 지어 보존을 지원하게 되고 2001년 같은 유양리에 전통적인 공연형태를 유지하며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한 양주별산대놀이 마당을 개관해 공연의 기회가 더 많아졌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2호로 지정된 양주 별산대놀이의 기능보유자로는 양주 별산대놀이 보존회장 김순희(68.여)씨와 노재영(72)씨 2명이 남아있다.

김 보유자는 여성이라 소무와 애사당, 취발이 해산모 역을 하고 노 보유자는 취발이역과 신할아버지 역을 멋들어지게 해냈다.

기능보유자 외 조교 7명, 이수자 12명, 전수자 16명, 그리고 교육생들이 있어 공연에는 이들이 주로 나선다.

교육생은 4∼5년 배워야 전수자가 되고 전수자는 다시 7∼8년을 배역별로 공부해 이수자가 된다.

지금까지 이수자, 전수자는 대부분 선대부터 별산대놀이를 해온 토박이 후손들이지만 최근 들어 서울, 인천, 공주 등 타지에서 배우러 오는 교육생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