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다례는 조선시대 바깥 출입이 쉽지 않았던 사대부집 여인들이 이웃이나 친지를 초대, 함께 차를 마시면서 형성된 절차와 그 예절, 마음가짐을 일컫는다.

규방다례는 궁중에서 각종 의식때 벌이던 궁중다례나 외국사신 등에게 행하던 접빈다례, 절에서 불상에 차를 올리는 헌공다례 등 절차와 격식을 중시한 의식다례와 달리 조상들이 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해오던 생활다례이다.

그러나 규방문화가 대부분 그렇듯 규방다례 역시 기록이 아닌 구전(口傳)으로만 간신히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처럼 입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규방다례를 (사)한국차문화협회 이귀례(李貴禮.74.가천경인문화대학 학장)이사장이 40여년 동안 체계화하고 이론으로 재정립, 국내외에 전수해 오고 있다.

그녀는 이런 공로로 지난해 11월 다례 부분으로는 국내 최초로 인천시에 의해 다례기능보유 무형문화재(제11호)로 지정받는 영예를 안았다.

이 이사장이 정립한 규방다례는 손님을 초대하고 상을 차린데서부터 상보(床補)접기, 찻잔예열, 예열물 버리기, 찻잔 권하기, 차 마시는 법, 찻잔 물리기, 상보덮기, 손님 문앞 배웅에 이르기 까지의 절차를 소상히 담고 있다.

그녀는 30대 초반부터 '다경'(茶經) 등 중국 차문화 고서적 및 조선시대 초의 스님이 쓴 '동다송'(東茶頌)과 '다신전'(茶信傳), 삼국사기, 국조오례의 등 우리의 고문헌을 섭렵하며 전통 차문화와 행다법을 연구하는 한편 성균관 유학대학원장을 지낸 유승국선생 등 차의 대가들로부터 직접 행다법을 익혔다.

이렇게 터득한 전통의 행다법에 현대인들에게 적합하도록 차생활 예절법을 가미한 것이 '규방다례'이다.

규방다례는 편안하게 차를 마시되 정숙한 마음가짐과 예절을 갖추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한국차문화협회의 사범(협회의 2년 전문교육 과정을 수료한 차 예절 강사) 자격심사때 실기 시험과목으로 채택되고 있다.

그녀는 규방다례를 연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계승.전파에도 온힘을 쏟고 있다.

차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중국에서 유래된 차를 우리나라가 일본에 전했는데도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커피 등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고 정서 순화 및 건강증진 등에 좋은 차를 널리 보급시켜야 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녀는 80년대 초반부터 함께 차를 마셨던 이들과 '인설회'를 만들어 인천지역 초.중.고교 교사들에게 다례를 교육하고 81년 '차의날'(5월25일) 제정에 앞장선데 이어 91년 한국차문화협회 설립을 주도하고 사재를 털어 서울 마포에 협회 사무실과 교육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매년 5천여만원의 후원금을 내놓아 전국 각급 학교와 사회복지시설 등을 방문, 25만명에게 행다법(行茶法)을 교육하고 관련 비디오를 제작, 무료 배포해 '녹차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0년 6월 인천대공원서 '제1회 전국 인설 차 문화전- 차예절 경연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행사를 열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차의 의미와 가치를 심어주고 있다.

중국과 미국, 독일, 인도, 스리랑카 등에 한국 차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국제 차문화 교류행사를 갖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차의 기원과 역사, 전통다례와 오늘날의 차생활, 규방다례 등을 정리, 소개한 '한국의 차문화'(부제:우리 차의 역사와 정신 그리고 규방다례, 208쪽)를 발간했다.

이처럼 사재를 털어 차문화를 일으킨데는 동생인 이길녀(李吉女.72) 가천길재단 회장의 재정적.정신적 후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녀는 한국의 차문화를 정립, 보급한데 대한 공로로 2000년 정부로부터 문화훈장 보관장를 수여했으며, 2001년 제20회 인천시교육청 주관 인천교육대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10월 인천시에 의해 다례기능 보유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다.

이 이사장은 "차는 단지 마시는 것 만이 아니라 입과 눈, 귀, 코, 손으로 오감(五感)을 느끼고 예절을 겸하는 의식이어서 정서를 순화하고 마음을 정결하게 한다"면서 "문화무형문화재 지정을 계기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차를 가까이 하고 우리나라의 차문화를 한단계 높일 수 있도록 차인들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