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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脈을 잇는 사람] (7) 나전칠기 옻칠장 배금용씨

[사진설명] 나전칠기 옻칠장으로 50년 외길을 걷고 있는 배금용(59.裵金龍씨). 배씨는 1998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4호로 지정된 이 시대 장인(匠人)이다.


다섯 평 남짓한 작업실은 코 끝을 자극하는 옻칠 냄새와 무질서한 수백가지 공구들로 가득했다. 왜소한 체구에 허름한 옷차림을 한 그의 첫 인상은 고정관념을 한참 빗나가 있었다.

나전칠기(螺鈿漆器) 옻칠장 배금용(59.裵金龍.경기도지정 무형문화재 제24호)씨.

경기도 성남시 산성유원지 내 민속공예관에 있는 그의 작업실 '만정공방'은 시골 작은 철공소를 연상케 했다.

썰렁한 공방 분위기는 아마도 "요즘 옻칠 같은 민속공예를 해선 먹고살기 힘들다"고 그가 내뱉은 첫 마디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맺힌 굳은 살과 키 155㎝의 작은 체구에서 내뿜는 눈빛에는 50년 외길 옻칠인생의 비범함이 배어 있었다.

나전칠기는 나전과 칠이 결합해 만든 전통공예기술이다. 나전은 조개, 칠은 옻이 주재료다. 간단히 말해 조개껍데기를 얇게 갈아낸 뒤 무늬를 따라 공예품에 붙이고 옻칠을 입히면 나전칠기가 만들어진다.

여러 장인들처럼 배씨도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았다.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배씨는 어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재가하자 7살 때 고아원에 맡겨진다. 초등학교 3학년(그의 최종학력이다)이던 10살 때 배가 고파 고아원을 나온 그는 우연히 외삼촌 손에 이끌려 상경, 옻칠장 기능보유자 최준식 선생의 공방에 들어간다.

"3년간 물을 긷고 허드렛일만 하며 틈틈이 옻칠을 배웠습니다. 물론 월급도 없구요. 한번은 눈을 뜨지 못할 만큼 옻이 올라 사경을 헤맨 적도 있어요"

1972년 군을 제대한 그는 최 선생 공방에서 만났던 민종태 선생을 찾아가 본격적인 장인수업을 받았고 1988년 전승공예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각종 대회에 입상, 이름을 알렸다.

각종 공모전 수상경력만 60여차례. 1998년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뒤 1999년 전통공예부문 신지식인, 2001년 대한민국 명장으로 각각 지정됐다.

옻칠은 보통 칠과 달라 섬세하고 오랜 공정이 필요하다.

"작은 작품이라도 몇 번 칠해야 하고 한 번 칠하면 하루를 꼬박 말려야 제 빛이 나옵니다. 먼지 한 톨이라도 묻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때가 허다하구요"

배씨의 작품은 장롱에서부터 수저세트같은 소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종이파이프에 목재를 덧대 생활소품을 만드는 창작력을 발휘할 때도 있다.

우리 칠기의 유래와 역사는 청동기시대까지 올라가며 고려시대엔 중국의 기술을 능가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전통문화의 경쟁력을 체계화하지 못한 우리는 옻칠의 명성을 일본에 넘겼다. 영문 국명 'Japan'이 옻칠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이 바닥 사람들에게 새삼스럽지 않다.

세월이 지나며 온돌문화가 침대문화로 바뀌면서 우리 안방의 자개장도 붙박이장으로 교체됐다. 장인들이 하나 둘 공방을 떠나고 그 빈 자리엔 값싼 중국산이 밀려오고 있다.

그런 세태 속에서도 배씨는 고집스럽게 잠자는 3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을 공방에서 보내고 있다.

"보다시피 평생 돈 한 푼 못벌었습니다.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옻칠은 '공예의 꽃'이고 제가 살아있는 한 작업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두 아들 중 장남 광국(28)씨가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고 공방에 매달려 있는 게 대견스럽다며 웃는 배씨의 얼굴에서 장인의 고집이 묻어났다.

2003-02-16 11: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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