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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脈을 잇는 사람] (10) 남한산성 소주

경상도 안동 땅에 안동소주가 있다면, 경기도 광주 땅에는 '남한산성 소주'가 있다.

광주시 실촌면 연곡리 곤지암 인근에 자리잡은 강석필(姜錫弼.67)씨 술도가에 들어서면 술 익는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가내수공업을 연상시키는 초라한 술독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 광고 포스터 한 장이 눈에 들어온다.

'장인정신을 위해선 열 말의 술이라도 아깝지 않습니다.'
강씨는 2001년 7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된 남한산성 소주 기능보유자이다.

2년여의 연구 끝에 2001년말 제품을 개발, 시판에 들어간 뒤 2년째 전통주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산성소주는 이름 그대로 남한산성에서 유래됐다. 남한산성을 축조한 조선 선조(1568∼1608) 때 만들어졌으며, 풍요롭던 산성마을 음식과 더불어 다른 지방에까지 전해졌다.

처음엔 가정에서 빚어 먹던 술이 명주로 알려지면서 제주(祭酒)로 사용됐고 임금이 행차할 때면 산성소주가 진상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일제 이후 산성이 피폐해졌고 산성소주의 명성도 잊혀져갔다.

그 와중에도 일제 때부터 소주를 빚어오던 이종숙 옹은 폐허가 된 산성을 떠나 송파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며 '백제소주'라는 이름으로 산성소주를 제조했다.

이후 제조기술이 강씨 선친(강신만)에게 전해졌고 지금까지 그 제조비법이 강씨의 막내 아들(용구.35)씨까지 3대째 전수되고 있다.

산성소주는 1964년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을 이용한 양조가 금지되면서 명맥유지에 위기를 맞았다.

우여곡절 끝에 1994년 강씨가 산성소주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데 이어 1998년 주류면허 개방조치에 따라 수십년만에 빛을 보게 됐다.

자금 부족과 그에 따른 영업력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온 가족(4남1녀)이 제조.판매에 매달려 전통잇기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400년 전통의 산성소주는 그 내력 만큼이나 제조법과 술맛이 독특해 애주가들 사이에 입소문이 번지고 있다.

강씨는 "제조방법은 다른 증류주와 비슷하지만 전통 엿을 사용해 술맛을 부드럽게 하는 게 특징"이라며 "엿은 주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숙취를 줄이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술은 제조법에 따라 그 맛을 달리한다.

쌀과 누룩, 엿, 물 등을 섞어 밑술을 만드는 과정이나 덧술을 채워 보름간 숙성시키는 방법은 모두 전래비법을 따르고 있다.

발효가 끝나면 술찌꺼기를 분리하는 술거르기를 한 뒤 증류를 통해 소주를 추출한다.

강씨는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해 후회막심했지만 이젠 '술좋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 보람을 느낀다"며 "매출을 떠나 도내 유일의 지역 민속주의 맥을 잇고 있다는데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도자기 용기에 넣어 400㎖(2만원), 700㎖(3만4천원) 단위로 판매하고 있으며 골프채, 골프백 모양의 용기를 최근 개발, 골퍼들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도 주력하고 있다.

강씨 일가는 요즘 SBS-TV 미니시리즈 '올인' 후속으로 제작되는 술을 주제로 한 드라마 '순정'에 전통주 제조법을 자문하고 소품을 제공,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2003-03-09 10: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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