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지방 산간마을 주민들이 부르던 흥겨운 소리 '아미산(峨嵋山)울어리(향토무형문화재 10호)는 고려시대부터 전승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문헌상의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아미산울어리는 고려시대 마전군이었던 현재의 미산면, 중면, 신서면 등 산간지역에서 조선시대를 거쳐 명맥을 이어왔으며 광복전까지만 해도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돼 왔다.

그러나 남북 분단으로 중단된 뒤 1979년 이재순(81.미산면)씨 등 마을 원로들에 의해 발굴돼 인천교육대학교 김재순 교수의 지도로 재현됐으며, 그 해 전국민속경연대회에 첫 선을 보여 장려상을 받았다.

아미산울어리는 추수전 산간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산에서 농요를 부르며 땔감을 구해 해가지면 마을로 돌아오면서 양반을 풍자, 흥겹게 노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줄거리는 모두 세마당으로 첫째마당 '풋나무베기' 둘째마당 '남녀(가마)행차' 셋째마당 '마당놀이'로 나뉜다.

'풋나무베기는 이른 아침 농악소리를 신호로 마을 일꾼들이 낫과 숫돌 등 나무를 벨 차림을 하고 산으로 오른다.

일꾼들이 모이면 상겨리, 중겨리, 하겨리 등 세패로 갈라져 나무베기를 시작하는데 이들은 번갈아 소리를 메기고 받으며 낫과 톱으로 나무베기를 한다.

소리는 '올라가네 상상봉 대마루턱으로 올라가네'를 외치면 '오오오-오오오'라고 받고, '금년에도 풍년이니 농가마다 풍요하네'하면 같은 리듬으로 '오오오-오오오'로 받는다.

이렇게 상.중.하겨리에서 번갈아 소리를 주고 받으며 일하는 대목이 첫째마당인 '풋나무베기'다.

둘째마당인 '남녀행차'는 일이 끝날 무렵 몇사람은 잡목과 칡으로 가마를 만들어 일꾼 중 최연장자를 태워 나뭇잎으로 갓과 도포를 만들어 입힌후 '남녀부사'라 칭한다.

이들은 양반행세를 하는 남녀부사와 함께 마을로 가는 길놀이를 벌이는데 맨앞의 길잡이가 큰 깃발을 앞세워 인도하고 뒷사람이 소리를 메기면서 따라간다.

이때 메김소리는 '에헤라 끼루끼루 남녀부사 잘모셔라' 라고 선창하면 뒤따르던 사람이 '에헤라 끼루끼루'로 받으면서 '에라이놈 물러가라 칠라가라 남녀부사 행차시다' '식전팔십을 왔으니 헛헛증도 나는구나'하며 큰소리를 외치며 마을로 내려온다.

마을로 들어온 남녀부사는 해가 저물었으니 하룻밤을 쉬어 가자며 부농집(양반)에 찾아 들어갈 것을 명한다.

마지못해 허락한 주인집에서 음식을 마련하는 동안 이들 패거리는 한바탕 마당놀이를 벌인다.

셋째마당인 마당놀이는 가마를 메고 넓은 마당을 돌며 1년 열두달을 엮어 둥개타령을 메기고 받으며 마당을 빙글빙글 도는데 남녀부사는 가마위에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이때 부농집 주인도 흥에 겨워 양반체면도 잊고 마당으로 나와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호적, 북, 꽹과리, 징 등 농악소리에 맞춰 한 바탕 놀이가 끝나면 차려진 음식을 먹고 주인집의 만수무강과 마을의 풍년을 기원한다.

이재순 회장 등 아미산울어리보전회원 20여명은 지난해 1∼2월 두차례 마전초등학교에서 공연을 펼치는 등 이 학교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회장은 "얼마 남지않은 여생에 대를 이을 전수자를 한명이라도 만들고 싶은 것이 소원인데 현실이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천군 문화관광과 김선미씨는 "아미산울어리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전승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