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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말 익산 천도설 ② 왕궁평성

전북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 왕금마을 뒷산의 야트막한 구릉지대에 국가사적 제 408호로 지정된 왕궁리 유적지가 자리하고 있다.

익산시 금마면에서 전주를 잇는 국도 변의 이 유적지가 예로부터 백제의 궁궐터로 전해지고 있는 `왕궁평성'이다.

`왕궁리 토성'으로 불리는 이 성은 구릉지 일부를 깎아내고 주변을 흙으로 쌓아올려 평지를 조성한 뒤 그 안에 건물을 배치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76년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의 발굴조사 결과 성은 남북 450m, 동서 230m의 장방형(長方形)을 이루고 있음이 밝혀졌으며 조사과정에서 폭이 3.2m나 되는 궁궐 성벽의 일부가 드러났다.

뒤이어 89년부터 15년째 계속되고 있는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의 종합 발굴조사 에서는 백제 수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각와(印刻瓦)와 토기, 생활용구 등이 무더기로 출토됐으며 성벽의 축조기법이 백제 양식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특히 왕궁평성의 기법과 석재의 가공 정도로 미뤄 여느 성들과는 품격이 다른 고급스런 궁장(宮墻)의 벽체였음이 밝혀졌다.

따라서 익산이 백제말의 도읍지였다면 그 실마리를 이곳 왕궁평성에서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이 성의 위상에 대해 백제 때 별도의 도읍지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별도설'(別都說)은 조선후기 지리학자인 김정호(金正浩)의 `대동지지'(大東地志)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지금의 익산에 백제 무왕(武王)은 별도(別都)를 두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그가 실제 현지답사를 거쳐 주변 유적 등을 충분히 검토한 후 판단한 결론인지, 별도를 두었다는 다른 문헌을 참고해 이렇게 기록했는 지는 분명치 않다.

반면 `천도설'(遷都說)은 중국 육조시대 문헌으로 일본에서 보관해오다 70년대 초에 연구서가 발표되면서 널리 알려진 `관세음응험기'(觀世音應驗記)의 내용에 문헌적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문헌에는 "백제 무왕(武王)이 왕궁평으로 천도했다"고 적혀 있다.

70년대 이후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천도설을 요약하면 이렇다.

본래 익산지역은 청동기시대 이래로 한반도 중부 이남지역의 문화 중심지로서 수로(水路)를 통한 교통이 편리하고 너른 평야와 접해 곡물(경제력) 확보가 수월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아울러 백제 무왕 때는 백제의 군사정책이 북쪽 고구려보다는 서쪽의 신라를 겨냥, 양국간 전투가 치열해짐에 따라 익산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갔다.

기록을 살펴보면 무왕 12-37년(611-636년) 사이 백제와 신라는 11회의 대소 전투를 치렀으며 백제의 완승이 6회, 열세 1회, 완패 3회에 전투 결과 미상이 1회로 나타나고 있다.

또 이들 전투는 주로 신라의 영토에서 이뤄져 전투의 주도권은 백제가 장악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백제가 빈번히 신라를 침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왕이 옛 마한 세력의 절대적 지지와 호남평야의 경제력을 등에 업었기 때문으로 이 점에서 마한의 중심지였던 익산지역이 중시됐을 것이라는 당연한 귀결에 이른다.

강력한 통치력을 바탕으로 백제의 부흥을 꿈꾸던 무왕은 수도를 익산으로 옮겨 군사.외교적으로 성공을 거둠으로써 익산지역의 문화 또한 활짝 피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발굴조사 보고서를 통해 "백제 무왕이 익산으로 천도했건 별도를 두었건 간에 천도와 별도가 시기적으로 일치하며 각종 유물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밝혔다.

< 출처 : 연합뉴스 >

2003-05-27 12: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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