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 농경사회에서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힘을 합쳐 농사일을 하는 것을 '두레'라고 한다.

'통진두레놀이'는 한강 하류인 경기도 김포시 통진면 일대 농민들 사이에서 전승돼오는 전통민속놀이로, 이 지역 땅이 비옥한 데다 넓은 평야로 이루어져 논농사가 번창하면서 발원한 것으로 짐작된다.

농사와 관련된 민속놀이가 대부분 그러하듯 통진두레놀이 역시 모심기 등 힘든 일을 하기 전이나 중간, 마지막에 선소리꾼의 선창을 농부들이 따라 하며 가볍게 어깨춤을 추거나 덩실덩실 춤을 추는 노동요의 한가지다.

소리와 춤이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럽게 고된 일이 잊혀지고 주민간 협동정신도 길러진다.

두레놀이의 기원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통진면 가현리 지역에서 기원전 2천년의 것으로 보이는 볍씨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두레놀이가 일제시대 이후 자취를 감추었다가 80년대 중반부터 재현되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두레놀이가 세상에 다시 알려진 것은 지난 85년 경기도 민속놀이 경연대회에 출전, 3위에 입상하면서부터다.

이후 마을 주민들은 수년동안 낮에는 일하고 밤에 모여 두세 시간씩 상쇠 윤덕현(尹德賢.71)씨를 따라 농요와 춤사위를 익혔다.

이런 노력끝에 95년 제10회 경기도 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97년 제38회 전국 민속예술경연대회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주민들은 이듬해 두레놀이를 체계적으로 계승.보존하기로 하고 200여명으로 '통진두레놀이 보존회'를 구성했다.

임명기(林明基.53)씨와 이진민(李振敏.53)씨가 보존회 회장과 총무를 맡아 보존회를 이끌어오고 있고, 상쇠 윤씨는 놀이의 전 과정뿐 아니라 농요와 춤사위를 보존, 오늘의 통진두레놀이로 재현.계승한 1등 공신이다.

윤씨는 어렸을 때부터 서울 남사당 놀이패를 따라다녀 꽹과리와 북, 장고에서 호적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전통 악기를 다룰 줄 알고 접시돌리기 등 곡예도 능하며, 노래솜씨 또한 일품이다.

그는 타고난 재주로 통진두레놀이를 재현하고 보존한 공로로 98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다.

두레놀이는 벼농사의 시작에서 끝까지의 과정을 노래와 춤을 곁들여 나타내는데 볍씨 뿌리기→ 논갈이 및 써래질→고사지내기→모찌기→모내기→새참먹기→물고싸움→김매기→벼베기→탈곡하기→섬쌓기 순으로 진행된다.

또 '農自天下之大本'이란 농기(農旗) 수십 개가 세워지고, 놀이패들은 전형적인 농사꾼의 모습으로 등걸이나 잠방이 차림을 한다.

노래는 가사에 해학과 풍자가 배어 있어 절로 흥이 나며, 상쇠가 긴 가락으로 선창하면 놀이패들은 휘몰이(빠른가락)로 따라 부르며 끝을 맺는다.

두레놀이는 시와 도 행사에서 뿐 아니라 2001년 도자기 엑스포행사에서도 선보이는 등 대표적 전통민속놀이로 자리잡았다.

보존회는 내년말까지 두레놀이 전승관이 건립되면 연수생 교육과 함께 토.일요일 상설 공연마당을 개최, 놀이를 전파해 나갈 계획이다.

상쇠 윤씨가 나이가 들면서 몸이 예전같지 않아 보존을 걱정하던 차에 윤씨의 든든한 후계자감이 나타나 보존회는 한껏 분위기가 고조돼 있다.

'예비 상쇠'는 바로 서울산업대 안경광학과 1학년 박달나무(19)군.

통진면이 고향인 박군은 배우려는 자세가 진지하고 리더십이 좋은데다 상쇠로서 타고난 재주를 갖고 있다며 스승 윤씨는 대견해 한다.

윤씨는 "몇 시간이고 자세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따라 하고 음감도 좋다"면서 "상쇠로서 배울 건 거의 배웠고 (노래나 춤사위의)기교만 익힐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계자까지 얻어 든든하긴 하지만 농가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

놀이특성상 놀이꾼이 최소 150여명은 돼야 하는데 농사일을 그만두고 떠나는 주민이 많아 명맥잇기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존회 이진민 총무는 "농촌에 사람이 없는데다 농사철엔 밤에 모여 연습할 수 밖에 없어 보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회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활동하려면 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