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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脈을 잇는 사람] (26) 벼루장 신근식씨

[사진설명] 붉은색의 자석(紫石)으로 40여년째 벼루를 만들고 있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26호 벼루장 신근식(申根植.61)씨.


검은 색 벼루만 보아온 사람들에게 붉은 빛을 띤 벼루는 눈에 설다.

경기 무형문화재 26호 벼루장 신근식(申根植.61.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씨는 붉은색의 자석(紫石)으로 40여년째 벼루를 만드는 장인이다.

우리나라에서 벼루는 삼국시대 유물이 출토됐지만 학계에선 그 이전부터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용처에서 짐작하 듯 벼루는 품격을 따지는데, 벼루의 품격은 원석의 질과 벼루에 새기는 조각의 수준으로 결정된다.

일반적인 벼루의 원석은 경도가 낮아 생동감있는 조각이 불가능하지만 신씨가 재료로 사용하는 자석은 색채가 아름답고 경도가 높아 입체적인 조각이 가능해 목각작품을 보는 듯 하다.

신씨는 "실용성 면에서도 자석은 먹이 곱게 갈리고 찌꺼기가 발생하지 않아 내구성이 수십, 수백년으로 반영구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벼루와 인연을 맺은 것은 '벼루장 3대'라는 집안내력이 큰 몫을 했다. 비석장이었던 할아버지는 조각솜씨가 세밀해 벼루를 함께 제작했으며 아버지 역시 충청도 일대에서 알아주는 벼루장이었다.

신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 직업, 저 직업을 전전하던 신씨는 1960년대초 충남 보령 고향으로 돌아와 벼루제작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타고난 재능 덕분인지 1년여만에 재능을 전수받은 신씨는 이후 벼루 원석을 찾기위해 20여년간 옛 문헌기록을 토대로 전국을 헤매다 충북 단양에서 자석광산을 발견했다.

신씨는 원석 수급을 위해 단양 이외에 강원도 정선에서도 홍계석광산을 개발, 동생들에게 운영을 맡겼다.

신씨의 작품은 각종 문헌과 도감에 수록된 옛 작품을 복원하기도 하고 새로 도안해 자신만의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도안에 따라 원석을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조각을 새기고 표면을 갈아 벼루를 만든다. 손바닥만한 벼루는 하루면 족히 만들지만 크기에 따라 몇 개월씩 걸릴 때도 있다.

도구는 돌을 쪼개는 정과 돌을 가는 끌의 일종인 평미루가 있는데, 경도가 높은 자석을 다루는 신씨는 다이아몬드 가루로 손수 제작한 평미루를 사용하고 있다.

신씨의 작품은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용과 거북이 조각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마패문양 등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들도 있다.

신씨가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작품 중에는 길이 150㎝, 너비 65㎝에 십장생 등 90가지 그림을 새긴 대형 벼루.

이 벼루는 장정 4명이 들 정도여서 무게만 150㎏에 이른다.

신씨는 2001년 직장암 수술후 한때 제작활동을 중단했다 올들어 몸을 회복하면서 작업을 재개하고 성남 자택에 있는 작업장(영춘공예)도 광주로 확장, 이전하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중국산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는 국산 벼루의 현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신씨는 "손이 갈라터지며 배운 기술이지만 아직 후회해본 적이 없다"며 "지금 모은 작품이 50여점이 있는데 50여점을 더 만들어 개인전시회를 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2003-06-29 13: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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