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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脈을 잇는 사람] (27) 발탈 박해일씨

봉산탈춤과 같이 얼굴에 탈을 쓰고 춤추며 노는 가면극은 우리 서민들과 애환을 같이해온 무척이나 친숙한 놀이다.

그런데 얼굴이 아닌 발에 탈을 씌우고 춤추고 노는 놀이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명칭부터가 생소한 발탈(족탈)은 그 기원마저 확실치 않지만 70∼80세 노인들이 어렸을 때 보았다는 증언으로 봐 구한말 때부터 있었던 놀이로 추측된다.

또 경기도 안성의 남사당패가 행한 꼭두각시놀음의 변형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삼국시대 때 화랑들이 진중에서 무료함을 달래려고 했던 오락이라는 설도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 79호로 지정된 박해일(80.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씨는 18세 때 조선연예단에 입단하면서 발탈과 인연을 맺었다.

"그때 누가 가르쳐서 배운 것이 아니라 선배들이 하는 것을 눈여겨보고 모방하면서 하나하나 깨우쳤지. 선배들의 연기를 흉내내다 들켜 야단맞으면 그것이 바로 지도였어"라고 박씨는 발탈과의 인연을 설명했다.

발탈은 당초 정애비(허수아비)로 만든 인형(제웅)의 머리 부분을 발바닥에 씌우거나 종이가면을 발에 씌우고 팔은 노끈으로 연결, 그것을 당기거나 놓으면서 조종하는 형식이었다.

그 후 변형을 거듭해 포장을 치고 그 안에 탈꾼이 누워서 발만 관중에게 내놓고 대나무로 팔을 움직여 연극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박씨가 하는 발탈은 대략 가로 2m, 세로 1m크기의 포장막을 4각으로 짜서 위와 뒤를 터놓고 앞과 옆을 막아 놓은 조그만 무대에서 펼쳐진다.

탈꾼(유랑객.조기장수)은 그 안에 누워 발목만을 포장 밖으로 내놓고 거기에다 탈을 씌우고 상의를 입혀 그 속에 대나무를 꿰어서 그것을 양손에 잡고 조정하며 논다.

꼭두각시 놀음처럼 포장막 앞에 재담꾼인 어릿광대와 생산장수 아낙네가 앉아 탈꾼과 재치있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극을 진행한다.

이들 주변에는 피리, 대금, 장구, 해금, 북 등 삼현육각 연주자들이 자리잡고 반주를 맡는다.

이 놀이는 먼저 악사들이 길군악을 흥겹게 연주해 구경꾼을 모은 뒤 탈꾼이 "어흠어흠" 큰 기침을 하면서 "손님 오셨냐?"라고 어릿광대에게 묻는다.

어릿광대가 "그 사이 손님이 많이 오셨으니 인사를 여쭈어라"고 능청을 떠는 데서 연희가 시작된다.

발탈의 연희 대본을 분석해보면 팔도유람가를 비롯, 각도의 노래가 나오지만 주로 경기잡가가 많이 나오고 그 속에 잔재주와 장난기, 사회를 보는 비판력과 관찰력이 예리하게 반영된다.

예능은 풍자적이고 해학적이고 추하기까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짓눌렸던 서민들의 애환을 꾸밈없이 담고 있다는 데서 여타 탈놀이에 담긴 내재적 성격과 일치한다.

박씨는 "탈꾼과 어릿광대 등이 주고 받는 재담은 서울 마포나루에서 조기장수, 어물도가 주인, 생선상수 등이 나누는 대화로 오늘날로 말하면 개그나 코미디와 같이 웃음을 주는 내용으로 꾸며졌다"며 "보통 30분 정도 공연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나 "TV, 영화 등 각종 영상매체가 도입되면서 발탈에 담긴 속뜻과 재미를 헤아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발탈전수에 나섰지만 돈이 벌리는 것도 아니고 힘만 드니 누가 힘들여 배우겠냐"며 아쉬워 했다.

2003-07-06 22: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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