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대표적인 민속 예술인 판소리가 세계무형유산에 등록됐다.

세계무형유산의 정식 명칭은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Masterpieces of the Oral and Intangible Heritage of Humanity)'으로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 중 하나인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유산에는
▲ 세계유산
▲ 세계무형유산
▲ 세계기록유산 등 3가지가 있다.

이중 세계무형유산이란 인간의 창조적 재능의 걸작으로서 뛰어난 가치를 지닌 구전 및 무형유산으로 언어, 문학, 음악, 춤, 놀이, 신화, 의식, 습관, 공예, 건축, 기타 예술 형태로 표현된 것을 일컫는다.

무형유산은 유네스코 국제심사위원회의 심사와 최종심의를 거쳐 2년마다 선정된다.

지난 2001년에 세계 19개국의 19점이 처음으로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됐으며 이 1차 등록에서 우리나라의 중요무형문화재 제 56호와 1호인 종묘제례(宗廟祭禮)와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이 선정됐다.

판소리는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 2차 심의위원회를 통과해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됐다.

그럼 판소리의 세계무형유산 등록은 어떠한 의의(意義)를 지닐까?

첫째는 한민족의 대표적인 예술인 판소리의 독창성과 예술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는 점이다.

소리꾼과 고수, 관중이 추임새를 통해 한데 어우러지는 `판놀음'의 형태인 판소리는 우리 민중의 한(恨)과 희원(希願)이 가장 짙게 배어있어 지역과 계층을 초월해 지극한 사랑을 받아왔다.

오랜 세월을 거쳐 한민족의 다양한 문화적 특성이 녹아들면서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온 판소리는 우리 전통예술의 특질인 즉흥성과 가변성이 잘 드러나는 가장 한국적인 예술이다.

유네스코는 `역사.예술.민족.사회학.인류학.언어학.문학적 관점에서 뛰어난 가치가 있는 대중적이고 전통적인 문화적 표현일 것'이라는 세계무형유산의 등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판소리는 이같은 등록 기준에 걸맞은 무형유산으로서 이번 등록을 계기로 한민족을 넘어 세계적 안목에서 그 가치를 평가받게 됐다.

둘째로 판소리의 세계무형유산 등록은 역설적으로 서민 예술이었던 판소리가 민중 속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예술 형태로 쇠락하기 시작해 이제는 `보호의 대상'이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록 판소리가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더 이상 민속 예술로서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판소리를 좋아하는 일부 계층에서만 향유하는 예술형태로 전락했음을 인정하게 된 셈이다.

유네스코는 세계무형유산의 지정 목적을 `국제화 시대에 소멸 위기에 처해있는 문화 유산의 보존과 재생을 위하여 가치있고 독창적인 구전 및 무형유산을 선정하고 정부와 각종 단체, 지역공동체가 이러한 구전 및 무형유산을 확인, 보호, 증진하도록 고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된 판소리 역시 이같은 목적에서 볼 때 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계인의 관심을 필요로함을 의미한다 하겠다.

따라서 판소리의 세계무형유산 등록은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오히려 무분별게 들여온 서구문화에 온통 우리의 눈과 귀를 빼앗기면서 판소리를 절멸의 위기에 처하도록 방치한 우리 세대가 뼈저리게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일이다.

오페라는 르네상스 시절 이탈리아 반도에서 태동하여 300년이 지난 지금 세계적인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한반도에서 모습을 드러낸 판소리는 오페라에 필적할만한 뛰어난 예술성과 대중성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를 받을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되면 어떤 효과와 이점이 있을까?

우선 한국전통문화의 우수성과 가치를 드높이고 이를 보존하여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무형유산 등록을 계기로 국가와 지역사회의 자부심을 고취하는 한편 보호를 위한 책임감을 형성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또한 판소리와 관련된 사업계획에 대해 정부의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 냄으로써 재정 보조 체계가 수립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판소리의 보존과 증진을 위해 `세계무형유산 선언서 실행 지침'에 따라 유네스코로부터 보조금과 전문가 지원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