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군인들은 소총을 사용하기 위해 소총 외에 탄입대·탄창 같은 다양한 부속과 도구를 휴대한다. 조선 후기의 군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죽관(竹管)·귀약통(龜藥筒)·오구(烏口)라는 용어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조총(鳥銃) 사격에 필요한 도구들이다.

지난 회에 설명한 것처럼 화승총(matchlock) 방식의 총인 조총에는 점화용 화약과 추진용 화약 등 두 가지 화약이 필요하다. 화승(火繩)에 붙어 있는 불이 화약접시 속의 점화용 화약을 통해 총 내부로 전달된 후 추진용 화약이 폭발하면서 철환(鐵丸·조총의 탄환)이 발사되는 것이다.

사격하기 전 평소에 추진용 화약을 담아두는 통이 죽관이고 귀약통은 점화용 화약을 담는 통이다. 점화용 화약은 폭발력은 약하지만 불이 빠르게 옮겨 붙는 특성을 가진 화약으로 추진용 화약에 비해 입자가 훨씬 고운 것이 특색이다. 이 때문에 점화용 화약과 추진용 화약을 별도의 화약통에 담아두는 것이다. 오구는 철환을 총구 속으로 넣을 때 사용하는 도구다.

우리나라의 사극(史劇)에서 조총이 등장할 때 이런 세부적인 도구까지 정밀하게 고증해 재현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실제 유물과 조선시대의 문헌자료를 살펴보면 죽관·귀약통·오구 같은 다양한 조총 부속 도구가 등장한다.

추진용 화약을 담는 죽관은 대나무로 만든 짧고 둥근 통인데 나무 재질이라 실제 유물은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1603년에 발행된 ‘신기비결’(神器秘訣) 같은 조선시대 전통 화약무기 사격법을 담은 책이나 ‘기효신서’(紀效新書) 같은 병법 서적에 그림과 설명이 남아 있고, 일본에서도 유사한 도구를 사용했기 때문에 그 모습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신기비결’ ‘기효신서’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군인들은 20~30개의 죽관을 미리 준비해 허리에 둘렀다고 한다. 마치 현대의 군인들이 탄띠를 몸에 두르듯 조선시대의 조총병(鳥銃兵)들도 화약이 담긴 죽관을 몸에 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점화용 화약을 담는 귀약통은 한자가 의미하는 그대로 거북 모양으로 생긴 화약통이다. 서울 육군사관학교의 육군박물관이나 진해 해군사관학교의 해군박물관에 조선시대 귀약통이 많이 소장돼 있다.

프랑스 국립 기메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조선시대 풍속화인 ‘포수도’(砲手圖)를 보면 조선 말기에는 죽관을 사용하지 않고 큰 귀약통과 작은 귀약통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학자들은 이런 경우 큰 귀약통에는 추진용 화약을 넣고 작은 귀약통에는 점화용 화약을 넣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통 점화용 화약은 추진용 화약에 비해 소량만 사용하고 화약접시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점화용 화약을 넣는 통도 당연히 작은 것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오구는 철환이 들어 있는 가죽 주머니에 금속 부속이 달려 있는 도구다. 오구 끝에 붙은 뾰족한 금속 부속을 통해 조총 총구로 총알을 집어넣는다. 실전상황에서 작은 철환을 손가락으로 조총의 좁은 총구 속으로 빠르게 넣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런 도구를 사용해 철환을 장전하는 것이다. 오구는 귀약통과 달리 희귀해서 현재 확인된 실물 유물은 단 1점뿐이며 육군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 출처 : 국방일보=밀리터리 리뷰, 2003. 11.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