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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판소리」..(6) 소리광대

광대(廣大)란 말이 생겨난 것은 고려말부터로 전해지고 있다.

고려시대에 국가 기관에 속해있던 산대잡극(山臺雜劇)의 배우들이 궁중행사 때에 연예를 담당했으며 민간에도 상당수의 배우들이 연예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이들 배우를 광대라 부른 것은 원(元)나라의 지배를 받던 고려 후기부터였으며 배우(俳優), 창우(倡優), 재인(才人) 등을 일컫는다.

조선에서도 광대들은 궁중행사나 외국 사신들을 영접할 때 산대잡극(山臺雜劇)이나 나례(儺禮= 민가와 궁중에서 마귀를 쫓아내기 위해 베푼 의식) 등을 공연하고 평상시에는 무리를 지어 지방을 돌아다니며 각종 연희로 생계를 이어갔다.

이들은 궁중.관가.양반의 사랑(舍廊)을 비롯하여 도회.농어촌.시장 등에서 판소리.줄타기.땅재주.정재(呈才= 궁중을 중심으로 발전.계승된 무용).가면희.검무(劍舞) 등을 연출하였다.

전국으로 확산된 광대와 재인들은 1824년(순조 24년) 각 도 재인도청(才人都廳)이 통합되면서 전국적인 규모로 재조직되어 통제를 받았다.

조선 후기에는 노래를 부르는 가객광대(歌客廣大)와 줄타기.땅재주를 하는 재인광대(才人廣大)로 분업화(分業化)하였다.

이들 세련된 연희자들 가운데서도 판소리가 예술적 품격이 높아지면서 소리광대가 가장 높은 대접을 받았다.

소리광대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동리 신재효가 지은 단가 「광대가」가 자주 거론된다.

『......거려천지 우리행락/ 광대행세 좋을씨고

그러나 광대행세/ 어렵고 또어렵다

광대라하는 것은/ 제일은 인물치레/ 둘째는 사설치레

그 직차 득음이요/ 그 직차 너름새라』

< 註: 거려천지= 잠지 머물다 가는 주막과 같은 이 세상. `거려'는 `주막'과 `여관'을 가리킴. >

신재효는 광대가 갖추어야할 4가지 조건으로 인물, 사설, 득음, 너름새를 들고 있는데 이를 광대의 사대법례(四大法例)라 한다.

「광대가」는 첫번째 치레로 수려한 용모를 꼽고 있다. 많은 청중 앞에서 소리를 해야하는 연희자이기 때문에 인물이 잘 생기면 유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물이 광대로서 필수 조건은 아니다.

춘향가와 심청가 등 바탕소리에는 잘 생기거나 뛰어난 미모를 지닌 이도령이나 춘향이도 있지만 뺑덕어멈과 같은 추녀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광대가」에서 "인물은 천생이라 변통할 수 없거니와"라고 한 것처럼 광대가 후천적 노력으로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것이 인물이다.

오히려 용모는 번듯하나 소리 수준이 낮으면 `화초광대'라 하여 소리광대로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판소리사에서도 서편제의 시조인 박유전은 애꾸눈이고 동편 소리꾼 중 대가로 통하는 박기홍의 한쪽 눈은 기형이었으며 이밖에 여러 뛰어난 명창 가운데는 다리가 불편한 불구자도 있었다.

두번째로 사설 치레에 대해 광대가는 "정금미옥(精金美玉= 인격이나 글이 아름답고 깨끗함을 비유하여 일컫는 말) 좋은 말로 분명하고 완연하게"라고 설명한다.

이는 `문장나고 명창난다'는 소리꾼 세계에서 내려오는 말처럼 사설이 문학적으로도 뛰어나야함을 일컫는다. 부르기에 적합하지 않거나 내용이 훌륭하지 않다면 여기에 아무리 좋은 음악을 붙인다 해도 좋은 판소리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설에만 치우쳐서도 안된다.

소리판에서는 소리꾼을 하대하는 말로 `아니리 광대'란 말이 있다. 이는 사설은 그럴 듯하고 아니리를 잘하지만 소리 수준이 낮아서 재담으로 관중의 헤픈 웃음을 유도해 가는 광대를 낮추어 부르는 말이다.

너름새에 대해 광대가는 "귀성 끼고 맵시 있어 경각(傾刻)의 천태만상(千態萬象) 위선위귀(爲仙爲鬼= 신선도 되고 귀신도 되고) 천변만화(千變萬化) 좌상에 앉은 손님 웃게 하고 울게"하는 것이어야 했다.

이를 통해 판소리는 들려주기 위한 `소리'일 뿐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판'이라는 점을 신재효는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말처럼 너름새는 갈수록 사실성을 띠고 정교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소리꾼 세계에서 너름새는 아니리와 창으로 엮어지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보조 수단에 불과할 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신재효는 광대가를 통해 인물, 사설, 득음, 너름새라며 순서를 메겼지만 실상가장 강조하고 길게 풀어 쓴 것이 `오음(五音)을 분별하고 육률(六律)을 변화'시키는 득음(得音) 부분이었다.

소리광대의 4가지 조건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면 판소리에서 필요로 하는 음색과 여러 가지 발성의 기교를 습득했는냐를 따지는 득음이었던 것이다.

2003-12-01 13: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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