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를 공연 형태나 종류 별로 보자면 단가, 바탕소리, 병창, 승도창, 창극, 창작판소리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병창은 바탕소리의 특정대목을 악기의 반주에 맞춰 부르는 것으로 가야금 병창과 거문고 병창이 있다.

가야금 병창은 19세기말경 전남 영암 출신인 김창조가 창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거문고 병창은 전북 익산 사람인 신쾌동(1909-1978)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창극은 여러 명의 소리꾼이 등장하여 배역에 따라 연기를 하면서 판소리를 부르는 것으로 뮤지컬과 흡사하다.

최초의 창극은 1903년 강용환에 의해 공연된 < 춘향전 >이며 1933년 조선성악연구회가 결성되고 그 직속으로 `창극좌'를 두어 일제말엽까지 창극의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이밖에 승도창은 줄을 타면서 부르던 판소리의 한 형태였으나 전승이 끊겼으며 창작판소리는 1904년 김창환이 만들었다는 < 최병두 타령 >이 최초다. 이 < 최병두 타령 >은 후에 이인직에 의해 신소설 < 은세계 >로 각색되었다.

해방후의 대표적인 창작판소리는 6.25 동란 때 월북한 서편제 소리꾼 박동실이 만든 < 열사가 >다. < 열사가 >는 이준,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열사의 항일 행적을 노래한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판소리의 형태 가운데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 `바탕소리'다.

한때 판소리를 개별적으로 일컬을 때 `마당'과 `바탕'이란 용어가 함께 쓰이고 이중 마당이란 말이 판소리학계에서 더 자주 사용될 때가 있었다.

이에 대해 소리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마당에서 주로 하는 땅재주나 줄타기를 일컬어 `한마당', `두마당'하는 것이지 판소리를 그렇게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판소리의 작품 수를 나타내는 말로 `마당'이라는 말 대신 꼭 `바탕'이라는 용어를 쓴다.

`바탕'이란 말에서 `바탕소리'란 말도 파생이 됐는데 그 뜻은 `바탕이 되는 소리' 즉, `근본이 되는 소리'란 뜻이다.

애초에는 바탕 소리가 모두 열둘이었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는 < 춘향가 > < 심청가 > < 흥보가 > < 수궁가 > < 적벽가 > 다섯 바탕이다.

전승이 끊긴 일곱 바탕은 < 변강쇠타령 > < 옹고집타령 > < 배비장타령 > < 강릉매화타령 > < 장끼타령 > < 무숙이타령 > < 가신선타령 >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 가신선타령 > 대신 < 숙영낭자전 >을 넣기도 한다.

일곱 바탕이 전승과정에서 탈락한 시기는 19세기 후반기로 알려지고 있다. 민중적 기반 속에서 태어난 판소리는 19세기 들어 다수의 양반들을 청중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양반계급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로 인해 판소리는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됐다. 이 과정에서 양반들의 감성과 미의식에 적합하지 않은 일곱 바탕의 전승이 끊겼다고 보는 것이 판소리학계의 정설이다.

당시 판소리 다섯 바탕에 대한 양반들의 전반적인 의식을 대변한 것으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동리 신채효에게 보낸 친우 정현석의 글이다.

정현석은 바탕소리에 대해

< 춘향가 >는 이도령을 위해 수절하니, 이는 정절을 권한 것이며,

< 심청가 >는 눈 먼 아비를 위하여 몸을 파니, 이는 효도를 권한 것이며,

< 박타령(흥보가) >는 우애를 권한 것이며,

< 토끼타령(수궁가) >는 토끼가 용왕을 속이어 달아나니, 이는 우매함을 징계한 것이며,

< 화용도(적벽가) >는 지혜로운 장수를 찬양하고 간사한 영웅을 징계한 것이다고 평했다.

전승이 끊긴 일곱 바탕 가운데 < 배비장타령 > < 변강쇠가(가루지기타령 > < 장끼타령 > < 옹고집타령 >은 판소리계 소설을 통해 그 내용을 알 수 있고 나머지 < 강릉매화타령 > < 무숙이타령(왈짜타령) > < 가신선타령 > 등은 줄거리의 윤곽을 짐작할 만한 정도의 기록이 남아 있다.

이들 작품은 세부적인 내용이나 전체적인 줄거리에서 전승 다섯 바탕처럼 충.효.열 등의 유교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평민적이고 세속적인 것들이었다.

여기에는 심청과 같은 맹목적 효심도 없고, 양반들이 인식하는 춘향이나 흥보와 같은 정절과 우애도 없다. 다만 철저하게 세속적인 현실인식, 우상의 파괴, 해학, 그리고 통렬한 풍자가 있을 따름이다.

달리 말하면 이들 실전(失傳)된 일곱 바탕의 소리는 양반층의 문화와는 전혀 다른 지향과 성격을 지닌 사회 하층민들의 경험과 욕구를 바탕으로 형성된 판소리였다.

그러기에 판소리의 형성과 전승과정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양반계급의 유교적 철학과 미의식에 어울리지 않는 이들 작품은 전승이 끊기고 말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