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음.길.장단은 판소리의 음악을 구성하는 3요소다.

▲ 성음

성음이란 소리의 성질, 즉 음질이나 음색에 가까운 개념이며 발성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음은 판소리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요소다. `판소리은 성음놀음'이란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또 첫째가 창이라는 의미인 일왈창(一曰唱)이란 말도 있다.

명창들 사이에 `득음했다'는 말은 여러 경우의 성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함으로써 자연의 모든 소리를 묘사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을 가리킨다.

판소리는 기본적으로 목쉰 소리에 가치를 부여한다. 이 점이 서양의 성악과 확연히 구분되는 판소리만의 특징이다.

목쉰 소리를 가치있게 여긴다고 해서 무조건 거칠고 탁한기만 해서는 안된다. 그런 소리는 `떡목'이라 해서 판소리 목으로는 아주 좋지 않은 소리로 여긴다. 너무 맑기만한 소리 역시 `양성'이라 해서 떡목과 마찬가지로 판소리의 목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탁하면서도 맑은 맛이 있어야 하고, 거칠면서도도 부드러운 데가 있어야 한다. 목에 `그늘'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목을 `천구성 또는 청구성'과 `수리성'으로 나눈다.

상대적인 개념이지만 천구성은 보다 맑고 깨끗한 소리이며, 수리성은 좀더 탁하고 거친 소리를 말한다.

이들 성음을 `곰삭은 소리'라 한다. 인간의 희.노.애.락.애.오.욕의 감정이 농익은 목을 뜻한다 할 수 있다.


▲ 길

판소리에서 길 또는 조(調)는 계면조, 우조, 평조 등 세 가지로 나눈다. 서양 음악에서 기쁘고 씩씩하고 남성적인 장조와 슬프고 어둡고 부드럽고 여성적인 단조로 나누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판소리의 조는 구성음과 선율의 형태, 악상과 같은 여러 특성에 따라 결정된다.

조의 명칭은 당초 판소리에서 쓰이던 것이 아니고 정악에서 사용되던 것들이었다.

「해동가요」나 「가곡원류」는 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평조(平調): 평조의 성률은 정대하고 화평하다. 편안하고 화평하다. 만물이 모두 봄을 만난 것 같다.

우조(羽調): 맑고, 격하고, 씩씩하고, 거세다.

계면조(界面調): 매우 슬프게 흐느낀다.


▲ 장단

판소리에 나오는 장단은 소리꾼이나 고수, 판소리 연구가에 따라 그 종류를 달리 구분한다.

그러나 대체로 빠르기의 순서로 볼 때 휘머리(2박), 자진머리(4박), 엇머리(6박), 엇중머리(6박), 중중머리(12박), 중머리(12박), 진양조(24박) 등 일곱 장단으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더욱 세분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일곱 장단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장단이 12박 중머리인데 이를 자진(빠른) 중머리, 평중머리, 늦은 중머리 식으로 각 장단을 다시 나누기도 한다.

장단에 대한 명칭도 제각각이어서 `머리', `모리', `몰이'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한다. 고법(鼓法)이란 말이 생겨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나이 든 소리꾼들은 "예전에는 고법이라는 것이 없었다"고 말한다.

이 말은 북 장단이란 것이 어떤 특별한 분야의 독립된 예술로 분류되지 않았고 보편 타당한 이론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못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저 북을 잘 치는 것은 고수들의 기량이나 기능으로 여겨졌지, `고법(鼓法)'이라는 `북을 치는 법식(法式)'으로까지는 인식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몇몇의 명고수를 거쳐 고법이라는 용어도 생겨났으며, 지난 78년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 예능 보유자로 지정됐던 김명환(金命煥 1913-1989).김득수(金得洙 1917-1989).김동준(金東俊 1928-1990) 등 `명고수 3인방 시절'에 정통 고법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이 제시되기에 이르렀다.

김명환은 각각의 장단에 대해 `기(起), 경(景), 결(結), 해(解)' 즉 `밀고, 달고, 맺고, 푼다'라는 구성 원리를 가진다며 나름대로 장단의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북을 칠 때 이러한 소리의 흐름을 좇아 밀 때는 조금 세게 치고, 달 때는 잔 가락을 굴려 치고, 맺을 때는 크게 치고, 풀 때는 손으로 뒷궁을 굴려 쳐야 한다고 했다.

또 송영주(1920-1992. 경찰서장과 제 4대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대한고우회장을 맡았던 아마추어 명고수)와 같은 판소리 장단 이론가는 장단에 동양적 우주관을 대입시켜 휘머리 2박은 음양, 자진머리 4박은 4계절, 중머리 12박은 열두 달, 진양조 24박은 24절후를 의미한다는 철학적 해석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명고수 3인방 시절에 고법은 나름의 철학적 근거와 구성원리 등이 체계화되었으며 지난 78년부터 중요무형문화재에서도 `판소리 고법'이라는 독립된 영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