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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세기」 필사본 진위논쟁 새 국면

1989년 공개 이후 진위 논쟁이 치열한 「화랑세기」(花郞世記) 필사본 문제가 또다시 역사학계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양대 이도흠ㆍ고려대 정운용ㆍ성화대 김희만 교수, 서강대 조범환 연구교수ㆍ송광사 성보박물관 하정룡 선임연구원ㆍ서라벌군사연구소 이종학 소장 등 관련학자 6명의 공동연구서 「화랑세기를 다시 본다」가 오는 18일께 도서출판 주류성에서 발간되면, 최근 다소 소강상태였던 진위공방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학계는 1989년 처음 공개된 필사본이 신라인 김대문(金大問)이 쓴 「화랑세기」를 필사한 것인가 아닌가를 놓고 15년째 첨예하게 논쟁을 벌여 왔다. 이번 공동연구서는 이런 진위 논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국내 학계에는 「화랑세기」 필사본이 일본 궁내성 도서료(圖書寮) 촉탁 출신인 역사가 남당 박창화(朴昌和)가 창작한 소설일 뿐이라는 가짜론이 다소 우세했다. 그런데 전문연구자들이 이번 연구서를 통해 집단적ㆍ공개적으로 가짜론의 흐름을 거부하고 압도적으로 진본론에 섰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공동연구 간사인 김희만 교수는 "필사본 진위논쟁은 분분하나 이 문제가 학계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될 기회는 거의 없었다"면서 "이번 공동연구 또한 토론 등을 통한 사전 검증절차가 있었으면 좋았으나, 여러 사정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번 책에 수록된 글 6편 중 이종학씨가 쓴 '필사본 「화랑세기」의 사료적 가치'(1991)를 제외한 나머지 5편은 공동연구에 맞춰 새로이 완성된 논문들이다. 책에 실린 6편의 글은 모두 「화랑세기」 필사본이 진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희만 교수는 "우리는 필사본이 진본임을 증명하기 위해 모였던 것이 아니다"면서 "참여자 각자의 판단에 의해 도출된 결론이 그렇게 되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도흠 교수는 필사본 수록 향가 1편을 집중적으로 분석한 결과, 어휘나 용례, 차제자 원리 및 운용법 등으로 볼 때 고려시대 이전에 기록됐음이 확실하며 20세기에 창작될 수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정운용 교수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등 기존 문헌과 필사본 「화랑세기」에 나타난 신라 화랑제 성립을 비교검토한 결과 필사본은 기존 자료들과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필사본에 나타난 신라 진평왕의 왕위계승 문제를 검토한 조범환 교수는 "기존 자료로는 이 문제를 해명하기에 모호한 대목이 너무 많았다"면서 "그러나 「화랑세기」를 통해 당시 정국 추이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정룡 박사는 「화랑세기」 필사본에 대한 서지학적 고찰을 시도했고, 김희만 교수는 김대문과 「화랑세기」의 사학사적인 의미를 짚었으며, 이종학 소장은 몇 가지 문제점이 있으나 필사본은 사료적 가치가 충분한 기록이라고 결론내렸다.

2004-02-16 13: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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