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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세기」향가, 조작한 흔적 없어

「화랑세기」 필사본에 수록된 향가 1수는 고려조 이전에 기록된 것이 확실하므로, 이를 수록한 필사본은 신라시대 김대문이 쓴 원전 「화랑세기」를 직접 필사했거나 재필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이도흠 교수는 관련 학자 5명과의 공동연구 결과물인 「화랑세기를 다시 본다」(주류성 刊)에 기고한 '필사본 「화랑세기」의 사료적 가치에 대한 국문학적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화랑세기」 진위 문제의 관건은 수록된 향가의 진위문제"라고 전제하면서 "이 향가가 필사본 조작론자들이 주장하듯 1930-40년대에 이룩된 향찰 해독 성과를 참고해 창작되었다면 그런 흔적이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1945년 이전 업적 중 향가연구를 집대성했다고 평가되는 오쿠라 신페이(小倉進平)의 「신라향가 및 이두연구」(1929)와 양주동의 「조선고가연구」(1942)를 주목했다.

이 필사본이 허구임을 주장하는 연구자들은 여기에 수록된 향가는 「화랑세기」 필사자인 남당 박창화(朴昌和)가 오쿠라와 양주동의 연구를 응용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도흠 교수가 막상 필사본에 수록된 '송랑가'(送郞歌)라는 향가를 분석한 결과, 늦어도 고려시대 이전에 완성된 것임을 입증하는 흔적이 농후하게 관찰됐다.

이 교수는 "향가를 어절 단위로 끊어 읽어보니 총 17곳 가운데 7곳이 1930-40년대에 이룩된 오쿠라와 양주동의 향찰 해독과 차이가 났다"면서 "특히 이들 7곳 중 상당수가 오쿠라나 양주동도 생각하지 못한 고대국어의 흔적"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오쿠라 등을 참작했다면 '바람이'나 '물결이'는 '風是'나 '浪是'로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필사본은 '只'를 주격조사 '이'로 이용해 '風只'나 '浪只'로 적고 있다.

나아가 '송랑가'에서는 '앞에'를 '前希'라고 표기하고 있으나, 고려초 균여가 쓴 '도천수대비가'에는 같은 표현이 '前良中'으로 나오고 있다. 따라서 박창화가 기존 연구를 응용했다면 이 또한 '前良中'으로 표기해야 정상이라는 것.

이 교수는 "학계 일각에서 '風只'는 '風是'를 잘못 적은 결과라고 보기도 하지만, 조선시대까지 '이'에 해당하는 다른 주격조사로 '是'(시) 외에 理(리)ㆍ米(미)ㆍ未(미) 등 '이' 모음을 갖춘 한자가 표기에 사용했다"면서 "역시 '이' 모음이 있는 '只'를 주격조사로 썼다는 것은 이런 전통과 맥락을 같이 하는 고대표기법의 흔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근거들을 발판으로 이 교수는 "조선조에 향찰을 해독한 학자가 없으므로 이 노래(송랑가)는 최소한 고려조 이전에 기록된 것"이라며 이런 향찰을 응용한 향가를 수록한 필사본은 "(원본이) 김대문일 가능성이 크게 된다"고 결론내렸다.

2004-02-16 13: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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