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책임자는 무기체계 개발이 연구원의 몫이라고 할 때, 카리스마적인 리더이기보다는 연구원들의 조력자, 배의 방향을 잡는 타수(舵手)라는 인식이 우선돼야 합니다. 사업 목표와 방향의 명확한 설정, 연구환경(여건) 조성, 연구원들에 대한 신뢰 등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박양배 박사〉

천마를 구성하는 장비·장치는 20여 가지나 되지만 개발의 핵심은 역시 미사일 분야. 기초 연구가 진행 중이던 1986년, 연구진의 주된 고민거리이자 난제는 어떻게 하면 이 미사일을 1문의 체계에 8발을 탑재 가능하도록 작고 가볍게 설계·제작하느냐에 있었다.

유도조종장치를 비롯해 신관·탄두·추진기관·구동장치·지령수신기·날개 등으로 구성된 미사일을 제한된 크기와 무게 이내로 소형화·경량화 하는 것에 천마의 성패가 달려 있었다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했다.

이 소형화·경량화의 첫 번째 관문이 미사일의 유도방식이다. 천마와 같은 사거리 10㎞급의 단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의 유도방식은 대부분 지상에서 유도 명령을 전송하는 지령유도방식과 유도탄에 부착된 탐색기의 정보에 따라 자체 유도되는 호밍(homing)유도방식으로 구분된다.

천마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의 초기 설계 개념은 국과연이 개발 시도한 바 있는 짐발형 적외선 탐색기를 부착하는 것이었다. 이는 탐색기가 포착 가능한 거리 이내의 근거리 표적에 대해서는 발사 전 포착(Lock on before Launch)개념을, 그 이상의 원거리 표적에 대해서는 발사 후 포착(Lock on after Launch)개념을 도입한 것으로중기유도는 시선지령유도방식을, 종말유도는 적외선 호밍유도방식을 사용하는 복합방식이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방식이 천마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탐색기를 부착한 미사일을 8발이나 탑재 가능토록 소형화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탐색기를 부착한다면 그 크기와 적외선 돔(IR Dom e)이 비행하는 미사일의 항력을 증대시켜 결국 미사일을 더 크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사업책임 박양배 박사는 87년 선행연구 단계에 돌입하면서 유도방식을 둘러싼 연구원들의 고민부터 해결했다. 천마 미사일의 유도방식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현재와 같은 시선지령유도방식(CLOC)에 의한 단일유도방식쪽으로 방향타를 잡는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당시 탐색기를 부착하는 복합유도방식을 배제한다는 것은 군의 작전요구능력(ROC)에 어긋나는 `큰일'이었지만 미사일 분야의 소형화·경량화가 중요한만큼, CLOC의 선택은 불가피하고 시급한 결정이었습니다.” 〈정덕조 책임연구원〉

이와 함께 박양배 박사와 연구진은 미사일 외에 사격통제장치와 발사터렛 등은 그 동안 축적한 기술과 기초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 독자 개발 방식으로 확정했다. 다만 국내에서의 개발 경험이 적고 기술이 미흡한 탐지추적장치는 기술 이전에 의한 국산화를 목표로 해외 기술을 도입키로 했다.

박양배 박사는 충분치 않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체계조립용 시제 2조와 함께 환경시험용 시제 1조를 별도로 제작키로 했다. 이것은 타 사업들이 체계조립용 시제를 1조만 제작함으로써 겪었던 기술적·사업적 문제점을 교훈 삼아 내린 결정이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