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 미사일의 핵심은 조종장치. 지령수신기를 통해 지상으로부터 암호명령(정보)을 주고받으면서 미사일의 상하좌우명령, 고도정보 및 속도를 해독해 4개의 조종 명령을 구동장치에 전달함으로써 미사일이 목표물을 향해 빠르고 안정되게 비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조종장치는 노즈·열전지·하우징·전원공급기·탑재 컴퓨터·모(母)기판·감지기 조립체 등으로 구성된다. 복잡하지만 직경이 작은 원통형 미사일 내에 위치해야 하는 관계로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우선 가볍고 정밀해야 하며, 중력가속도의 30배(30G)에 달하는 큰 기동성에 견디는 내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발사 때 활성(반응준비)시간이 빨라야 하며 200분의 1초 단위로 조종명령을 만들어 내야 한다.

따라서 조종장치 연구진에 최우선 과제는 역시 소형화. 탑재 컴퓨터는 소형이면서 그 처리속도가 대단히 빨라야 했으며, 전자장치의 신뢰성 확보와 함께 적정한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김정환 책임연구원은 “요즘의 기술로 보면 대단한 기술이 아닌데 그때는 왜 그렇게 어려웠나 싶다”며 “이러한 난제들을 잘 극복해 완전 국산화를 이뤄냈다는 자부심도 높지만 기술발전 속도에 때때로 놀라곤 한다”고 술회했다.

소형화를 위해 연구진은 디지털 방식의 전자회로를 양면기판이 아닌 다층기판으로 설계하고, 전원공급기도 전력효율이 좋은 스위칭 방식을 채택했다. 전기적 연결을 담당하는 케이블 역시 유연성이 좋게 평편형(flat)의 납작한 모양을 강구해냈다. 다층기판과 평편형 케이블은 현무와 백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당시로서는 일반화된 방식이 아니었다.

다층기판은 이미 산업체에서 상용으로 사용한 예가 없지 않지만 군용에서는 70도에 달하는 고온, 영하 40도에 이르는 저온, 그리고 습도 등 환경조건에 부합하는 데 문제가 있어 실용적으로 쓰이지 못하던 상태였다.

“처음에는 고온에서 다층기판에 부착된 회로들이 내부층 사이에서 들고 일어나기도 했고, 가공 때 이물질이 붙는 `레진 스미어' 현상이 발생하는 등 제품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어려웠어요. 조종장치 협력업체인 엘지이노텍과 함께 수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공정을 개선해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김정환 책임연구원)

일반적으로 전자부품은 초기에 결함발생률이 높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이를 배제키 위해 사용한 기법이 이른바 `번 인 테스트'(burn in test). 하루 내지 이틀 동안 저온과 고온에서 2시간 이상 저장한 후 진동을 가해 4주기 동안 수 차례 시험하는 것이다. 이 시험에서 결함발생 부분을 제거하고 이상을 보이지 않고 `살아 남은' 부품만 사용함으로써 신뢰도를 대폭 높일 수 있었다.

미사일의 운동정보를 측정하는 감지기조립체는 2축의 가속도계와 3축의 각속도계, 1개의 위치 자이로를 필요로 한다. 당시까지 국내 개발기술이 충분치 못했지만 센서만 외국에서 도입하고 신호처리 등 주변 전자장치는 자체 개발함으로써 기술파급 효과와 함께 엄청난 외화를 절약하는 결과를 낳았다.

신호처리부와 전원시스템을 내장한 3축 각속도계를 한 묶음(패키지)으로 도입하면 당시 가격으로 한 세트에 2만 달러인데 비해 절반밖에 들지 않았다. 미사일 100기를 생산한다는 것을 가정하면 100만 달러, 요즘 환율로 따지면 3축 각속도계 한 부분에서만 약 13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조종장치분야는 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부품을 제외한 어떤 기술도 외국으로부터 도입하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진의 보람이자 자랑이다. 덕분에 견문을 넓힐 수 있는 해외출장 기회를 갖지 못하는 `벌'을 받았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