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군수지원(ILS:Integrated Logistics Support)은 전력화 지원 요소 가운데 일부로 장비 가치를 경제적·효율적으로 계속 유지(정비·보급·운용)하기 위해 개발하는 중요한 분야다. 그래서 종합군수지원 요소는 주장비와 동시에 개발해 야전 배치 때 함께 제공되고 운용 기간 중 야전운용 자료를 수집·분석, 최신화해야 한다.

신형자주포의 ILS는 탐색개발단계에서 ILS 계획서를 작성한 후 선행개발단계에서 국방과학연구소의 강양구 팀장을 중심으로 목상균(군수지원 분석), 김석재·오세준·채재욱 선임연구원(이상 11개 요소 개발)과 삼성테크윈 김종득 부장의 ILS팀이 공동 개발했다.
국과연 개발팀은 국내에 ILS 개념을 처음 도입한 K-1 전차사업을 수행한 연구원들이었으나 삼성테크윈은 신자포 사업을 위해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국과연 개발팀은 먼저 K-1 전차사업을 통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삼성테크윈의 젊은 신입사원들에게 교육하면서 ILS 개발업무 절차를 수립해 나갔다. 그러나 당시 K-1 전차사업을 통해 개발 경험을 쌓았다고는 하지만 K-1 전차의 ILS 개발은 야전에 배치된 후 수행됐다. 따라서 주 장비 연구개발과 동시에 ILS를 개발하는 것은 신자포가 최초가 되는 셈이다.

“처음 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에 앞서 개척정신과 도전의식으로 투지를 모았지요. 그런데 개발절차 수립이라는 첫발을 내딛는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개발절차가 국과연 내에서도 사업별로 통일되지 않아 다소 혼란스러웠던거죠. 외국의 연구개발 사례와 국내 여건을 고려해 개발절차를 수립했습니다.”(김석재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먼저 신자포 설계단계부터 ILS 요소가 반영되도록 챙겨나갔다. 무기체계 설계자는 성능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관점에서 우선 설계하므로 ILS 개발자는 설계된 장비가 야전에서 쉽게 정비할 수 있는지, 보급 측면의 요소는 제대로 고려돼 있는지, 사용자가 용이하고 안전하게 운용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해 설계에 반영토록 한 것이다.

선행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군은 개발팀에게 우리나라의 정비·보급교범은 그 순서가 사업마다 제각기 다르다며 신자포 사업에서 원칙과 표준을 수립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개발팀은 외국의 교범을 면밀히 검토한 후 기능그룹부호(Functional Group Codes)를 적용, 이 순서에 의해 정비·보급교범 목차를 구성해 나갔다. 군수지원 분석은 ILS 관리에 적용되는 분석기법으로서 운용·유지비용의 최소화, 전투준비태세 향상 등 ILS 고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객관적인 분석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로는 LOADERS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꽤 유명해진 군수지원 분석용 소프트웨어지만 신자포 사업에 적용하기까지는 개발팀의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신자포 ILS 개발은 군수지원 분석을 기초로 개발됩니다. 그런데 군수지원 분석용 소프트웨어를 K-1 전차사업을 통해 검증된 LSA-ADP 시스템으로 할 것인지, 미래를 고려해 개발 중인 LOADERS를 적용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목상균 선임연구원)

개발팀은 LOADERS를 선택했다. 개발 중인 LOADERS를 삼성테크윈에 설치하고 LOADERS를 개발한 연구원들과 함께 LOADERS의 입·출력 기능, 규격과의 차이점 분석 등을 점검하고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며 군수지원 분석을 수행했다.

신자포의 고장난 부분을 탐지하고 정비 후 성능검사를 수행하는 시험장비는 오세준 선임연구원이 삼성테크윈과 함께 개발했다.

“시험장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시험 대상이 되는 신자포가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신자포도 개발 중이었으니까 연구진은 낮에는 시험장비를 개발하면서 밤에는 신자포가 개발 진행된 만큼까지만 점검해야 했습니다. 밤낮을 따로 구분할 수 없었지요.”(삼성테크윈 김종기 대리)

시험장비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기 위해 역시 시험을 해야 한다. 멀쩡한 신자포에 인위적인 고장을 만들어 놓고 시험장비로 그 고장을 탐지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에 별도의 시간이 소요돼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체계팀은 신자포를 점검할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었다. 결국 ILS 개발팀은 모의 고장삽입 장비를 별도로 제작, 이 장비를 통해 고장을 탐지해가며 시험장비를 개발했다.

현재 배치된 K-9의 시험장비는 부대·야전 정비 때 쓰이는 것이 각각 다르다. 부대정비 때의 경우 K-9의 내부 전자장비는 자체진단(built-in test)기능에 따라 자주포 자체에서 고장 부위를 진단하지만 전기장치는 별도의 시험장비로 점검한다. 또 야전정비에서는 고장난 구성품에서 고장 원인이 되는 하부 구성품(회로카드조립체 등)을 탐지하고 성능을 검사하는 전기·전자장비를 통합한 시험장비로 점검한다.

무기체계의 기술교범 역시 장비 전력화와 함께 제작, 야전부대에 배부돼야 한다. 기술교범은 그동안 수십 권의 책으로 제작돼 왔다. 그러나 K-9 자주포의 기술교범은 책자로 된 교범 외에 전자식 기술교범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전자식 기술교범은 오세준 선임연구원이 시험장비를 개발하면서 처음 구상했다. 고장이 탐지되면 정비교범과 보급교범을 자연스럽게 연결, 정비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시험장비 컴퓨터에 기술교범을 넣어 보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대용량의 노트북 컴퓨터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어요. 하지만 의지가 있으면 방법도 있다고, 우연히 기차 안에서 누군가 읽고 버린 신문을 뒤적이다가 `586급 군용 노트북 개발'이라는 큰 제목이 눈에 번쩍 띄었습니다. 대전에 도착하자마자 제작회사인 서울 스탠다드(주)에 연락, 1대를 대여받았습니다.”(오세준 선임연구원)

기술교범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진은 관련 업체와 함께 먼저 기술교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전자식 기술교범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를 계기로 전자식 기술교범의 표준 소프트웨어 개발이 이어졌고 지난 1월 K1A1전차의 전자식 기술교범도 선보일 수 있었다.

신자포의 ILS에 대한 시험평가는 개발 중에 이미 시작됐다. 개발이 완료된 후에 개선할 경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손실을 막기 위해 계획단계부터 군과 긴밀히 협조해 진행했다. 이에 따라 개발 중에 갖는 검토회의(in process review)도 보통 개발업체 공장에서 수행하던 것을 육군의 요구로 야전정비 실무부대에서 실제 정비요원·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다섯 차례 실시하기도 했다.

운용시험 평가인 확증활동도 군 정비부대가 선정한 요원들이 평가요원들의 참관 속에 직접 작업을 수행하면서 수정 보완 사항들을 모두 처리했다.

“신자포는 무기체계 개발과 동시에 군수지원 요소를 개발한 최초의 연구개발 장비로 체계적인 업무절차를 적용했고, 군 요구사항을 최대 반영한 장비로 타 무기체계의 ILS 개발에 모범이 된다고 자부합니다.”(강양구 책임연구원)


◆ 문답 미니해설 : 포신·총열에 강선을 넣는 이유

강선(腔線)이란 포강이나 총강에 나선으로 팬 홈을 말한다. 보통 약실 바로 앞에서 포(총)구까지 이어져 있다. 탄자가 이 포(총)강 내에서 가속될 때 스핀을 줘 대기를 비행하는 동안 탄자가 안정을 유지케 하기 위해 강선을 넣는다. 비행 중 탄자가 안정되면 탄자가 무질서하게 회전하는 경우보다 공기의 저항이 적어 강선은 결국 사거리 연장에도 기여한다.

다만 스핀의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탄자가 너무 빨리 회전하면 탄두가 지나치게 안정돼 탄의 밑부분이 지면에 먼저 접촉하게 된다. 반대로 회전속도가 너무 작으면 탄두가 탄도의 변화에 비해 너무 빨리 지면을 향하게 돼 탄자가 많은 항력을 받으므로 사거리가 감소하게 된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