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夜視장비 개발 `한밤에도 대낮같이'

`야간전투에서 승리하는 자가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전사(戰史)는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야간이동·야간매복 등이 많이 시도되고 야간기습은 거의 대부분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야간공격은 아주 옛날부터 이뤄졌다. 기원전 213년 아르키메데스의 신병기에 농락당한 로마군은 이듬해 불과 1000명의 병력으로 야습을 감행, 시칠리아 섬의 시라쿠사를 정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의 예로 걸프전과 이번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들 수 있다. 미군은 1991년 1월17일 달도 없는 그믐날, 그것도 새벽이 아닌 0시 50분 한밤중에 이라크의 주요 시설을 정밀하게 폭격했고 지난 3월 바그다드에 대한 최초 공격 역시 한밤중에 이뤄졌다.

미군은 밤이 더 이상 밤이 될 수 없도록 야간전장을 낮처럼 환히 밝히거나 야간에도 사물을 충분히 구별할 수 있는 기술을 다양하게 개발해왔고 전술적인 면에서도 어떻게 하면 주간전투 기술을 야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꾸준히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이라크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야간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두말할 것 없이 야간에도 낮처럼 육안으로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수단, 즉 야시장비(night vision device)를 갖춰야 한다. 중요한 것은 어둠 속에서 `아군의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시장비는 적용무기체계·사용목적·관측거리·사용파장·사용방법 등에 의해 여러 가지로 분류되지만 보통 기술적으로는 인공 빛(光)을 쓰느냐의 여부에 따라 크게 능동형·수동형으로 구분한다.

능동형 장비는 가시광선 또는 적외선 영역의 빛을 비춰 표적으로부터 반사돼온 빛을 직접 보거나 가시광선으로 변환시켜 보는 것으로 조명장비(탐조등)·상(像)변환장비가 이에 속한다.

탐조등과 같은 조명장비로 전장을 비추면 아군의 신뢰와 사기를 증진할 수는 있지만 광범위하게 빛을 발산하기 때문에 아군이 적에 노출되는 단점이 있다. 또 목표물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근적외선(near infrared) 파장의 빛을 쏘아 그 반사파를 다시 가시광선으로 변환시켜 관측케 하는 제논탐조등 또는 소화기용 야간표적지시기와 같은 상변환장비도 적이 적외선감지장비를 보유할 경우 위치가 노출되므로 이같은 능동형 장비는 도태하는 추세다.

수동형 장비로는 인공 빛을 쏘지(放射) 않고 달빛·별빛 등 야간의 미약한 광에 반사된 표적 영상을 증폭시키는 광증폭장비(image intensified system)와 물체가 자체적으로 발산하는 에너지(온도) 차이를 가시광선으로 바꾸는 열상장비(thermal imaging system)가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야시장비에 능동형은 포함하지 않는 예가 많다. 야시장비 대부분이 전자광학장비이고, 전자광학장비를 열상장비·광증폭장비·레이저장비로만 분류하는 경향이 있어 현재 야시장비는 수동형 센서로 열상장비·광증폭장비만 다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동형 장비로 어둠 속에서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길을 처음 열어놓은 사람은 플랭크(Planck)라는 물리학자였다. 영하 273.16도, 즉 절대온도 0도K 이상의 모든 물체는 자체적인 물리적 에너지(온도)를 방사하며, 에너지 파장에 따른 방사량은 물체가 가진 온도의 함수로 주어지는데, 플랭크는 1900년 이를 자기법칙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플랭크의 법칙이 곧바로 야시장비에 적용된 것은 아니다. 5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과학자들은 이 법칙을 곰곰이 생각했다. 물체의 온도가 서로 다르면 방사량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 방사량의 차이를 잘 모아 전기적 신호 차이로 바꾼 뒤 눈에 보이는 영상, 즉 빛의 세기 차이로 재현시킬 수 없을까 하는 착상을 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열상장비는 빛이 전혀 없는 야간에도 마치 대낮같이 환히 눈으로 실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영상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 정도 화질을 얻는 데는 2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 또 우리가 직접 대낮에 보는 것과 같이 컬러로 보이지도 않고 흑백영상보다 화질이 떨어지지만 적에 노출될 위험 없이 실시간에 정밀한 원거리 영상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첨단장비다.

열상장비는 발전을 거듭, 현재 수백㎞ 이상 고공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정찰위성이나 수십㎞~20여㎞까지 유인·무인항공기는 물론 지상정찰체계에 이르기까지 주야간 감시장비로 활용되고 있다. 항공기를 비롯해 함정·지상전투차량 등에 탑재, 주요 사격통제장비의 센서로도 이용하고 있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