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식 후 입수·수밀(水密) 시험을 끝낸 연구팀은 이후 주로 조선소 내 계류장에서 각종 시험을 가졌다. 먼저 4월12일부터 5월13일까지 돌고래의 추진 제어와 보기류 작동과 관련된 각종 장비와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이어진 시험은 수중 압력에 돌고래가 얼마만큼 견디는가 하는 잠항 구조 시험이었다. 이 시험은 2단계로 계획됐다. 1단계는 조선소에 있는 육상 시험 탱크를 이용한 사전 시험을 통해, 2단계는 실제 해상에서 최대 잠항 수심까지 잠수해 각각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일찍부터 관련 준비를 갖춰 왔다. 1980년 축소 구조 모형을 이용한 모형 구조 실험에서 구조 안전성에 대해 확신을 가진 연구팀은 선체 완공 후 실제 잠수 구조 시험에 대비, 선체가 건조되면서부터 스트레인 게이지를 부착할 위치를 선정하고 작업을 수행했다.

스트레인 게이지는 잠수함이 외부 수압으로 인해 선체 표면에 발생하는 응력과 변형을 측정하기 위한 센서. 일반적으로 선체를 페인팅하는 초기 단계와 선체 내부에 보온·흡음을 위한 내장재를 부착하는 단계 이전에 이 게이지도 달아야 한다. 그 수가 무려 250여 개.

더욱이 거칠거칠한 강철 선체 표면을 거울처럼 매끄럽게 갈아내고 기름기와 오물을 제거한 후 1mm 이하 두께의 게이지를 순간접착제로 붙이는 수작업은 매우 힘든 노동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착된 게이지가 떨어지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나중에 측정 가능한 게이지 수는 반으로 줄어들었다.

82년 6월부터 조선소의 육상 내압 시험 탱크를 돌고래 시험용으로 개조하는 작업도 진행, 83년 5월 말 완료했다. 직경 10m, 중량 30톤이 넘는 도어를 압축 공기에 의해 개폐가 가능토록 한 점이 큰 개선점이었다. 종전에는 도어 폐쇄에 선거반원 전원이 크레인을 동원, 온종일 씨름해야 했으나 개조 후에는 2명이 스킨스쿠버 다이버용 공기 탱크만으로 2시간 만에 가능해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연구팀은 120 채널의 측정 장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돌고래의 출입구인 해치를 통해 측정용 장비와 설치대 등을 돌고래 내부로 들여넣어 설치하고 결선·체크하는 데 꼬박 1주일이 걸렸다.

시험은 이 압력 시험 탱크에 돌고래를 밀어 넣고 바닷물을 채운 뒤 해수 펌프로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돌고래가 실제 수심에서 받는 압력에 따라 반응하는 현상을 확인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때 압력 작용 수심을 10m씩 증가시키기로 하고 그때마다 각 센서에 기록된 스트레인을 체크하기로 했다. 김두기 연구원이 선형성과 과도변형 여부를 1차 측정하고 다른 요원들은 관통구의 이상 유무를 확인, 이상이 없을 때만 수심을 증가시키기로 했다.

6월8일. 시험 당일인 이날 돌고래를 압력 시험 탱크에 넣는 데만 4시간이 소요됐다. 함내에는 해군 승조원 외에 국방과학연구소 연구팀 수석감독관인 김흥렬 박사와 김두기·류기열 연구원이, 코리아타코마에서는 박종권 특선부장과 관련 직원이 탑승했다.

먼저 탱크 내부와 외부 통신을 확인한 후 시험은 시작됐다. 그런데 첫 단계인 10m를 내려가면서부터 예상외의 현상이 일어났다. 10m만 내려갔는 데도 몇 십개의 부위에서 응력이 급격히 증가 또는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몇몇 기술 요원의 안색이 변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태연히 20m로 내려갔다. 이때 어떤 부위는 응력이 최대 작전 수심에 해당되는 응력까지 도달했다. 놀랍고 당황스러운 결과였다. 이보다 더 내려간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10m를 더 내려갔다. 이것은 하나의 배짱일 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파괴 수심에 해당되는 응력이 기록됐다. 40m를 내려갔을 때에는 응력이 아예 계측 범위 밖으로 나타났다. 긴장감이 전신을 감싸고 돌았다.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철판이 찢어지는 소리도 나지 않고 파괴도 일어나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10m를 더 내려가니 이제 응력치가 급격히 줄어 오히려 마이너스값이 나왔습니다. 그때 ‘아하’ 하고 알게 됐지요. 이 현상은 용접열 응력에 의해 한 부위에 집중된 응력이 균일하게 전파되는 과정이었던 겁니다.”(류기열 박사)

연구팀은 60m 수심에 이르자 탈출구 해치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수심 60m의 압력에 의해 압력 선체 직경이 줄어드는 변형이 생긴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듯 수심을 계속 증가시켜 가며 응력을 측정·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제 중요한 것은 최대 작전 수심보다 20% 더 깊은 시험 수심까지 내려가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었다. 이는 잠수함 평생 단 한 번 경험하는 일이다.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없는 고요한 침묵이 유지됐다. 긴장감에 길게 내쉬는 호흡 소리만이 간혹 들리는 가운데 모두가 선체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윽고 시험 수심에 이르자 연구팀은 먼저 함내에 물이 새는 곳은 없는지 살폈다. 이 잡듯 샅샅이 검사했다. 누수 현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제 됐다’는 안도의 생각이 들었다. 밸러스트 펌프도 작동시켰다. 수중에서 함내의 물을 바다로 배출시키는 이 펌프도 제대로 작동했다. 일순 환호성이 터졌다.

압력 선체가 매우 잘 만들어졌다는 증거였다. 동시에 연구팀의 설계 능력과 코리아타코마 기술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6시간의 시험 끝에 전신으로 느낀 것은 짜릿한 쾌감, 그것이었다.<신인호 기자> idmz@dema.mil.kr



세상엔 이런 무기도<44>일본 16SS 잠수함


원자력이 아닌 디젤 기관과 축전지를 이용하는 재래식 잠수함의 최대 단점은 항속 능력이다. 재래식 잠수함은 바다 표면에서는 디젤 기관으로 작동되며 수중에서는 축전지로 추진 동력을 얻는다. 디젤 기관은 공기 없이는 작동될 수 없기 때문에 수중에서는 오직 축전지만 사용한다.

이때 축전지 용량의 한계 때문에 재래식 잠수함은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 축전지를 재충전할 필요가 있다. 잠수함이 수면으로 부상했을 때는 적에게 탐지·공격당할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당연히 잠항 지속 능력은 잠수함의 성능과 생존성을 좌우하는 요소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재래식 잠수함의 잠항 지속 능력을 증가시키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올해 건조가 시작된 일본의 16SS 잠수함도 그러한 노력과 연구의 산물이다.

일본은 이미 2002년 2월 잠수함 아사시오 선체 중앙에 스털링(steirling) 기관을 탑재한 실험 잠수함을 운용한 적이 있다. 실험 차원에 불과한 아사시오 실험 잠수함과 달리 16SS는 실용화 수준의 스털링 기관 잠수함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스털링 기관은 실린더에 주입한 기체를 외부에서 가열·팽창시켜 일을 수행하게 하는 외연 기관으로 재래식 잠수함의 잠항 지속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장치다. 16SS도 항상 스털링 기관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니며 수중에서 축전기가 완전 방전됐을 때만 제한적으로 스털링 기관을 가동한다.

16SS는 계획대로라면 2008년 말에 취역할 예정이다. 외형이나 무장은 기존의 일본 잠수함인 오야시오급과 유사한 편이다.

< 출처 : 국방일보 신인호 기자 >